양승태와 서영교 사태-‘관선변호’, ‘전관예우’ 이참에 척결해야
양승태와 서영교 사태-‘관선변호’, ‘전관예우’ 이참에 척결해야
  • 김명서
  • 승인 2019.01.21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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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재판청탁’ 사법부 차원의 조직적 비리로 드러나 충격...명백한 부정-비리-반칙

[김명서 칼럼] ‘관선 변호’. 법조계 은어로 판사가 다른 판사에게 재판에 관해 청탁하는 것을 뜻한다. 경제 사정이 어려운 형사 피고인을 위한 국선변호인에 빗대어 비꼬는 뜻으로 생겨난 말이다. 요즘에는 검사까지 포함시켜 현직 판․검사가 변호사처럼 사건 청탁을 하는 행태를 일컫는다. 이른바 ‘스폰서 판사’ ‘스폰서 검사’도 이 부류에 속한다. 아직까지 일반인에게는 생소할 법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고질적인 병폐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구속영장 청구 단계로까지 몰아넣은 ‘재판 거래’도 따지고 보면 관선 변호다. 영장에 따르면 청와대 요구대로 대법원에 계류 중인 일제 강제징용 관련 민사소송을 지연시키기 위해 주심 대법관과 접촉하는 등 직접 나섰기 때문이다.

양 전 대법원장 사태에 가려지긴 했지만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의원들의 ‘재판 청탁’ 의혹에서 드러난 법원의 행태 역시 두 말할 여지가 없는 관선 변호다. 특히 서 의원의 사례는 사법행정의 중추인 법원행정처를 중심으로 저질러진 조직적인 관선 변호라는 점에서 충격의 강도가 크다. 법관 개개인이 아닌 사법부 차원에서 저질러진 재판개입 비리가 이처럼 언론을 통해 구체적으로 보도된 사례는 없었던 것 같다.

서 의원 사건의 경위는 이랬다. ‘사법농단’과 관련해 직권 남용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공소장에 추가된 사실이라고 한다.

서 의원은 2015년 국회 파견 판사를 사무실로 불러 청탁을 했다. 강제추행 미수 혐의로 기소된 지역구 연락소장 아들의 죄명을 공연음란으로 바꿔주고, 벌금형으로 선처해달라는 것이었다. 당시 대법원은 상고 법원 설치를 위해 전방위 로비를 펼치는 상황이었고, 서 의원은 해당 상임위인 법사위 소속이었다. 이에 파견 판사는 이메일을 통해 임종헌 차장에게 청탁 내용을 구체적으로 보고했다. 그리고 임 차장은 해당 법원장에게 그 내용을 전했고, 법원장은 담당 판사에게 협조를 당부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단 하루 만에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결국 해당 사건은 서 의원의 청탁대로 벌금 500만원이라는 비교적 가벼운 형량으로 결론이 났다. 당사자는 공연음란죄로 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어 징역형을 받을 가능성이 컸다고 한다.

요약하면 파렴치범의 형량을 깎아주기 위해 사법부의 조직망이 일사불란하게 해결사 역할을 한 셈이다. 사법부에 대한 믿음을 정면으로 배신한, 이 역시 파렴치한 행위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국회 ‘재판청탁’이 관행? 법원으로선 엄청난 치욕이며 조롱

해당 국회의원들의 행태 역시 파렴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이 법을 집행하는 판사에게 편법과 탈법을 주문했다. 게다가 서 의원은 죄목과 형량을 구체적으로 콕 찍어 청탁을 했다고 한다. 이는 직권 남용죄의 공범으로 볼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의 반응이 기가 막힌다. 서 의원이 원내수석부대표직에서 사임한 것만으로 충분하다면서 ‘관행’이라는 말로 감쌌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과거 법제사법위원으로서 민원을 받아서 관행적으로 했던 것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관례적으로 해 온 일이므로 특별히 문제 삼을 것은 안 된다는 것이다. 여야 가릴 것 없이 많은 국회의원들이 오랜 기간 조직적인 사법농단에 연루돼 왔다는 얘기와 같다. 그렇다면 수많은 법관들이 이런 과정을 통해 재판 간섭을 받았을 것이라는 추정도 가능하다. ‘유권무죄 무권유죄’라는 말이 저절로 떠오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인가.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반성의 목소리는커녕 “이래서 사법개혁이 필요한 것”이라는 적반하장의 반응도 나왔다. 국회의원들이 한 일은 관행이고, 근본적인 잘못은 이를 가능케 한 법원 쪽에 있다는 투다. 사법부로서는 엄청난 치욕이고 조롱이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사법부의 자승자박이다. 외부 권력의 재판청탁에 대해 사법권 침해라고 한 번이라도 제대로 맞받았더라면 이를 관행이라고 공개적으로 얘기하는 모욕적 사태는 맞지 않았을 것이다.

사법부의 요즘 모습은 그야말로 아수라장, 만신창이다. 사법부의 위상이 이처럼 하염없이 추락하고 처참하게 망가진 적이 있었나. 그야말로 사상 초유의 일들이 이어지고 있다. 요즘 상황에 비추어보면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 법관의 양심 등 절대 가치적 용어들마저 허황된 사치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법원 처절한 자기반성과 함께 ‘관선변호’ 근절 의지 밝혀야

이 쯤 되면 사법부 내에서 통렬하게 스스로를 반성하고 참회하는 집단적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 순서일 듯하다. 더 이상 사법부 독립과 재판의 공정성을 해치는 행위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모습도 보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반성과 다짐에는 사법 비리의 핵심으로 지목받는 관선변호 척결이 구체적인 제시되어야 한다. 관선변호와 오십 보 백보인 전관예우 역시 단호하게 근절하겠다는 결의도 당연히 함께 나와야 한다.

그런데 법관들은 침묵하고 있다. 사법농단 연루 법관들에 대한 탄핵을 의결한 지난 해 11월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도 관선변호나 전관예우를 참회하는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그 이유는 분명치 않다. 현재와 미래의 안온함을 보장하는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식의 기득권이기 때문일 수 있다. 법관이라면 피해가기 어려운, 수긍해야 할 뿌리 깊은 관행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관선변호나 전관예우는 명백한 부정이고 비리이며 반칙이다. 요즘 세태에서 특정인 또는 특정집단만을 위한 불공정, 불평등은 용납되지 않는다. 사법부는 오랜 기간 권한 확대 등 조직이기주의에 함몰돼 ‘사법의 책임’ 실현에는 소홀히 해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어떤 명분을 들이대더라도 관선변호와 전관예우 척결없는 사법개혁은 말장난에 그칠 수밖에 없다.

<필자 소개>

김명서(clickmouth@hanmail.net)

-전 서울신문 정치부장, 사회부장, 논설위원

-전 서울신문 편집담당 상무

-전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심의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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