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 SKT 사장, 중간지주 전환 "어렵네~"
박정호 SKT 사장, 중간지주 전환 "어렵네~"
  • 김준희 기자
  • 승인 2019.01.21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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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간담회서 "연내 전환" 첫 공식 표명...자금마련, 주주반대 등 줄줄이 해결과제 많아
박정호 SKT사장
                                                     박정호 SKT사장

[서울이코노미뉴스 김준희 기자]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최근 "연내 중간지주사 전환"을 공식 표명했지만 걸림돌이 많아서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SK텔레콤을 종합ICT 회사로 도약시키고 SK하이닉스의 경쟁력도 강화시킨다는 '일거양득'을 노리고 있다. 그러나 박 사장 앞에는 자금마련, 국내 통신업 환경, 주주반대 등 악재가 산적해서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21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박 사장은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소비자가전전시회(CES) 2019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올해 중간지주사로 전환하기 위해 하이닉스 지분 10%를 추가로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SK그룹은 그동안 수차례 SK텔레콤의 중간지주회사 전환 계획을 밝혔지만 시기를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사장은 이날 “해외 투자자들을 만나면 가장 많이 물어보는 것이 SK하이닉스 추가 지분을 얼마나 확보할지, 지분 확보 자금을 어떻게 마련할지에 관한 것”이라며“현재 20%인 SK하이닉스 지분을 30%까지 늘리려면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SK그룹, 2015년 중간지주회사 전환 의사 밝힌 후 지난해부터 본격 추진

SK그룹은 지난 2015년 중간지주회사 전환 의사를 밝힌 후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했다. 박 사장은 그동안 공식, 비공식자리에서 '통신업 탈피'의지를 보이면서 중간지주사 설립 계획을 드러냈다. 중간지주 전환은 이동통신사업이 저성장기에 진입한 데다 자회사인 SK하이닉스 몸집이 성장하며 정보통신기술(ICT) 사업을 재편해야 한다는 필요성에서 제기됐다.

박 사장은 지난해 8월 제주도에서 열린 비공개 투자 간담회에서 ICT 중간지주회사 설립 계획을 밝혔고, 10월에는 SK그룹 최고경영자(CEO) 세미나에서 중간지주사 설립 의지를 나타냈다.박 사장은 "우리가 추진하려는 성장사업들이 규제사업인 통신업에 묻어가다 보니 성과가 드러나지 않는다"면서"신사업에 실패하더라도 '그러려니'하는 사례들이 너무 많다"며 통신사 느낌이 물씬 나는 'SK텔레콤'이라는 사명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올들어서는 중간지주사 추진에 대한 밑그림을 제시했다. 박 사장은"통신 자회사를 상장폐지한 이후 곧바로 순수한 통신사업자로 재상장해 통신만 투자하고 싶은 투자자에게 기회를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의 소프트뱅크가 걸었던 길을 벤치마킹하겠다는 것이다.

SK그룹, 2007년 지주회사인 SK(주)를 중심으로 한 그룹 지배구조 완성

SK그룹은 지난 2007년 지주회사인 SK(주)를 중심으로 한 그룹 지배구조를 완성했다. 그런 SK그룹이 SK텔레콤의 중간지주사 전환을 서두르는 이유는 SK하이닉스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수년간 그룹 내에서 엄청난 돈을 벌고 있지만 손자회사라는 특수성 때문에 인수합병(M&A)에 한계가 있다. 최근 반도체 경기가 악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경쟁력 강화를 위해 관련 신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M&A에 나서려고 하지만 지주회사의 손자회사로 있는 특수성이 악조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공정거래법상 손자회사는 새로운 기업을 인수하려고 할 때 해당 기업의 지분 100%를 소유해야 한다.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공격적인 M&A 투자를 막는 일종의 족쇄인 셈이다.

이같은 애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해법이 바로 SK텔레콤의 중간지주사 전환이다. SK텔레콤의 자회사인 SK하이닉스는 지주사의 자회사가 되므로 손자회사에 적용되는 규제를 받지 않아도 된다.여기에 더해 SK브로드밴드, SK플래닛, 11번가, ADT캡스 등 여러 자회사의 상장을 통한 SK텔레콤의 기업가치 상승도 기대할 수 있다.

그래서 SK텔레콤이 중간지주사 전환을 추진하는 것이다.여기에 SK텔레콤은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기존 이동통신(MNO) 중심에서 미디어, 보안, 인공지능(AI), 커머스 등 비통신 사업을 확대한 ICT 종합회사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SK텔레콤이 영위하는 통신사업이 규제사업인 만큼 새로운 사업을 추진할 때 걸림돌이 많다는 문제도 중간지주회사 전환의 필요성을 키우는 대목이다.업계에서는 SK텔레콤이 지난 해부터 유무선 통신사업에서 미디어, 커머스, 동영상 플랫폼, 보안 등으로 중심을 옮겨가고, ADT캡스 인수와 11번가 분할을 진행하며 중간지주 전환을 위한 사전작업에 돌입했다고 분석했다.

SK텔레콤은 이 자금을 마련할수 있는 방안으로 ‘SK텔레콤의 물적 분할’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SK텔레콤을 이동통신 사업부문과 투자 사업부문으로 물적 분할한 후 ‘SK텔레콤(투자회사)’을 중간지주사로 전환시키고, 이동통신사업부문인 ‘SK텔레콤(통신회사)’은 자회사로 남기는 방식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SK텔레콤 지주회사가 분할된 이동통신업체를 재상장시키면서 보유 지분을 매각해 유입된 현금과 자회사로부터 받은 배당금의 일부로 하이닉스 지분을 매입하고, 하이닉스는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는 방식으로 하이닉스 지분을 증대시킬 것”으로 예상했다.

SK하이닉스 지분율 10% 올리려면 최소 5조원 필요...걸림돌 많아

SK그룹이 중간지주 전환을 추진하는데 걸림돌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우선 자금확보 문제가 거론된다. SK텔레콤이 공정거래법에 따라 자회사 SK하이닉스의 지분율을 30%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SK텔레콤의 SK하이닉스 지분율은 20.1%다. SK하이닉스의 지분 10% 확보를 위해서는 5조원 이상이 필요하다. SK텔레콤으로서는 5G 투자가 이미 시작된 상황에서 추가적인 투자 재원 확보가 만만치는 않다. 추가 지분 확보에 필요한 재원 마련은 물적분할 사업회사의 재상장과 ADT캡스, 11번가 등의 상장으로 마련한다는 계획이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여기에 국내 통신업 환경이 예전과 전혀 다르다.새 정부 출범이후 국내 이동통신사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정부가 요금인하 압박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 사이에서는 '발전소처럼 통신사들도 적정 마진만 얻으라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라는 시각이 파다하다. 증권업계에서는 현 투자환경에서 통신업체들이 외국인 투자자를 끌어오는 일은 쉽지 않을 것 으로 보고 있다.

또 주주들을 설득하는 것도 과제다. 중간지주 전환을 위한 물적분할은 주총 결의사항인만큼 주주들의 움직임이 변수다. 현재 이동통신 사업이 핵심인 SK텔레콤 주주는 본의 아니게 투자회사(중간지주사)의 주식을 소유하게 되기 때문이다. 핵심 사업인 통신을 사업회사로 뗄 경우 SK텔레콤 투자자 입장에서는 메리트가 없으므로 불만이 나올 소지가 있다.

일부 금융기관을 비롯한 SK텔레콤의 주요 주주들은 벌써부터 반대입장을 보이고 있어 주총 통과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SK텔례콤은 지난해와 올해 반도체 대박을 맞은 SK하이닉스의 순이익을 외부에 배당하는 대신 유보하기로 결정하면서 이미 주주들로부터 집중포화를 맞은바 있다.

본지는 이 문제에 대해 SK텔레콤 측의 의견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했으나 연결이 되지 않았다. 또 회신도 오지 않았다.이에 SK텔레콤 측의 입장을 반영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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