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병원, 결국 법원에 기업회생절차 신청
제일병원, 결국 법원에 기업회생절차 신청
  • 박미연 기자
  • 승인 2019.01.30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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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서 분리 후 저출산·무리한 투자 영향으로 경영난 심화
출처-제일병원
출처-제일병원

[서울이코노미뉴스 박미연 기자] 우리나라 산부인과의 대명사 제일병원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저출산에 무리한 확장경영, 극심한 노사갈등이 제일병원의 몰락 원인으로 지목된다. 출산 1번지 제일병원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경영권을 둘러싼 미래를 통해 저출산의 그늘과 병원 경영의 현주소를 짚어봤다.

서울 중구 묵정동에 위치한 제일병원은 1963년 문을 연 국내 첫 산부인과 전문 병원이다. 제일병원은 2000년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산부인과 연간 분만 실적이 약 8000여건에 이르는 국내 최고의 여성전문병원이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가 3~4세뿐만 아니라 이영애·고현정 씨 등 유명 연예인들도 이곳에서 출산했다.

제일병원 창업자 고(故) 이동희 박사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사촌이다. 이 박사는 사망 당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제일병원을 맡아줄 것을 요청했고, 결국 이 회장이 경영을 맡았다.

이후 제일병원은 2005년 삼성그룹 계열 병원에서 분리됐고, 이 박사의 장남인 이재곤 이사장이 병원 운영을 맡았다. 병원 간판도 삼성제일병원에서 제일병원으로 바꿨다.

이때부터 제일병원의 암흑기가 시작됐다. 삼성그룹으로부터 독립 이후 저출산 등의 영향으로 경영난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실제로 1970년대 신생아 수가 100만명에 육박하던 시절과 달리 출산율은 급속도로 감소했다. 이로 인해 제일병원 분만건수도 2012년 6808명에서 2017년 4202명으로 급감했다.

한 제일병원 관계자는 "출산율이 저하되면서 외래진료 환자도 2000명에서 1000여명대로 떨어졌다”며 “분만 건수도 매년 줄어들면서 경영이 점차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제일병원의 폐원 위기는 저출산으로 인한 환자 감소 영향도 있지만 이재곤 이사장 등 병원 경영진의 무리한 확장경영 때문이란 지적도 나온다.

제일병원 경영진은 독립 이후 낙후된 병원 건물을 리모델링하기 시작했다. 2009년에는 국내 최초로 여성암센터를 설립했으며, 제일의학연구소를 중심으로 기초의학과 임상연구에 대한 투자도 진행했다.

노조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기계식 주차장도 만들었다. 당시 경영진은 노조원들의 종신보험을 들어주는 조건으로 설득했다. 건물 리모델링 등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 이사장은 1000억원대 담보대출을 받았다.

강춘호 제일병원 참노동조합 위원장은 "삼성그룹에서 분리 전 제일병원의 실질적인 이익은 100억원이 넘기도 했다"면서 "부채가 없던 병원이 경영진의 무리한 투자로 이자 감당도 힘들게 됐다"고 지적했다.

제일병원 경영진은 경영 정상화를 위해 지난해 초 임금삭감을 추진했다. 그러나 노조가 반발해 2018년 6월 전면 파업에 들어가면서 경영상황은 더욱 악화했다. 같은 달 취임한 신임 병원장은 한 달이 못 돼 사퇴했다.

대부분 의료진과 직원도 퇴직한 상태다. 지난해 말까지만 하더라도 제일병원에는 약 50명의 산부인과 교수진 등 1000여명의 직원이 근무했지만 현재는 450여명만 남아있는 상태다. 특히 부인암 분야 권위자인 김태진 교수와 소경아 교수가 건국대병원으로 자리를 옮기는 등 주요 의사들의 이탈도 잇따르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 이사장은 현재 횡령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이 이사장은 2008년부터 2014년까지 병원 증·개축 공사비 명목 등으로 3차례에 걸쳐 1000억원대 담보대출을 받았고 이중 수백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강 위원장은 "제일병원 증축부터 암병원, 기계식 주차타워 등을 공사한 건설업자는 모두 동일인물"이라며 "정황상 봤을 때 횡령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이 이사장이 그 건설업자로부터 사기를 당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제일병원은 존속가치와 청산가치부터 따지는 보통의 법정관리 절차와 다른 방식을 택했다. 채무조정과 매각협상을 병행하는 자율구조조정지원(Autonomous Restructuring Support·ARS) 프로그램이다.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채권이 동결되고 회사의 자산매각도 금지된다. 이후 3개월간 채권자들과 채권조정 협의와 동시에 인수 희망자와 매각협상을 벌인다.

지금까지 드러난 인수후보는 배우 이영애씨를 비롯해 '서울대 두유'를 개발한 이기원 서울대 식품동물생명공학부 교수, 바이오 업체, 병원사업자 등으로 구성된 '이영애 컨소시엄'이다. 여기에 최근까지 인수 협상을 벌여온 노조 추천 사업자도 미련을 버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병원은 새로운 투자의향자와 여러 각도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어느 정도 진척이 있는 투자의향자와 법원의 개시 결정 전에 사전회생계획안(P-Plan)을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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