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요금 인상 혼선…"잠깐, 요금 인상분 계산할게요"
택시 요금 인상 혼선…"잠깐, 요금 인상분 계산할게요"
  • 김보름 기자
  • 승인 2019.02.18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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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요금 오를 때마다 반복되는 미터기 혼란, 주말 도심 승차 거부·난폭 운전 등 여전
서울 택시 요금이 인상됐으나 미터기가 업데이트되지 않아 당분간 기사들이 인상 차액을 직접 입력해야 한다.
서울 택시 요금이 인상됐으나 미터기가 업데이트되지 않아 당분간 기사들이 인상 차액을 직접 입력해야 한다.

[서울이코노미뉴스 김보름 기자] 지난 16일 오전 4시부터 서울 시내 택시 기본요금이 3000원에서 3800원으로 올랐다. 서울 택시 요금 인상은 지난 2013년 이후 6년 만이다. 요금이 오른 16일 이후 이틀간 서울 곳곳에서는 택시가 멈추고도 한참 뒤에야 손님이 불편한 기색으로 내리는 상황이 벌어졌다. 승객들은 "요금 결제가 매우 불편하다"고 했다. 기사들이 인상분이 반영된 요금 조견표를 일일이 확인하고 미터기에 금액을 입력한 후에야 결제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평소 신용카드나 휴대폰으로 수 초 만에 결제하던 과정이 수 분 가까이 지체됐다. 기사들은 "미터기가 업데이트되지 않아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다.

택시 요금 인상 후 벌어지는 '미터기 소동'이 6년 만에 또 재현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새 요금 체계가 반영된 미터기 프로그램 장착은 18일부터 28일까지 순차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후에도 주행 테스트를 거쳐야 한다. 승객들은 짧게는 2주, 길게는 6주간 결제 지체와 혼선을 감수해야 한다. 시는 "이달 말까지 순차적으로 택시 7만2000대의 미터기를 교체할 예정"이라며 "그에 따른 불편은 불가피하다"고 했다.

시민들은 "미터기에 새 프로그램을 미리 장착해두면 되는 것이 아니냐"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미터기를 미리 수리하면 인상 이전에 오른 요금이 반영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현재 서울 택시는 5개 업체로부터 미터기를 납품받고 있다. 요금 체계에 맞춰 계산 프로그램을 입력한 뒤 택시에 내장한다. 이후 운전자나 택시회사의 변조나 조작을 막기 위해 네 겹으로 봉인한다. 새 프로그램 입력 방식은 아날로그에 가깝다. 담당자가 봉인을 뜯어낸 뒤 조종 장치로 직접 숫자를 입력해야 한다. 인터넷으로 입력하거나 특정 시점에 자동으로 요금 체계가 변경되도록 예약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시 관계자는 "쉽게 말해 인터넷에 연결이 안 되는 컴퓨터라고 보면 된다"고 했다.

이번 택시 미터기 교체는 서울 월드컵 공원, 중랑천 살곶이 체육공원, 남양주 별내, 과천 서울대공원 등 4곳에서 시행된다. 미터기 제작·수리 업체 60여 곳에서 나와 프로그램을 입력한다. 설치가 완료됐다고 해서 바로 운행에 투입되는 것도 아니다. 작동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별도의 주행 테스트를 거쳐야 한다. 주행 테스트 완료 기간은 3월 말까지다.

시는 요금 인상 때마다 반복되는 미터기 소동을 피하기 위해 원격으로 요금 체계를 변경할 수 있는 첨단 시스템인 앱 미터기를 개발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기기를 통째로 뜯어내지 않고도 변경 요금을 적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앱 미터기를 쓰려면 법을 개정해야 한다. 일러도 다음 요금 인상 때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시스템으로 바꿀 경우 해킹 등에 더 취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일부에서는 현행처럼 미터기를 뜯어내 재장착하는 방식은 행정편의주의적 접근이라고 비판한다. 강상욱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택시가 다른 교통수단과의 경쟁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다양한 맞춤형 요금제가 도입돼야 하는데, 지금 같은 비효율적인 미터기 제도는 이를 뒷받침해주지 못한다"며 "서울시는 해킹 걱정을 할 것이 아니라 완전무결한 무인 요금 변경 시스템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택시 기사들도 이런 시민들의 불만을 의식하고 있다. 법인택시 기사인 이모(49)씨는 “요금을 올려 기사들이 부자가 되겠다는 게 아니라 정당한 임금을 받자는 것”이라며 “승차거부하는 일부 기사들만 보고 판단하지 말고 대다수 어려운 기사들의 입장을 이해해 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택시 업계는 기사들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해야 서비스 질도 높아진다는 입장이다. 또 택시 호출 앱을 통한 경쟁과 승차거부 없는 택시 애플리케이션이 확산되면 서비스가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성재 전국민주택시노조 정책국장은 “홍대 등 번화가에 차량을 의무적으로 투입하는 방안을 서울사업조합에서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관계 기관은 단속 강화를 통해 승차거부를 줄이겠다고 나섰다. 서울시는 지난 14일 승차거부가 잦은 택시업체 22개에 대해 운행정지 처분을 내렸다. 승차거부 없는 택시 서비스도 도입할 예정이다. 정부도 승차거부 처벌 규정을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러나 단속 강화만으로 승객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공유 서비스는 피해갈 수 없는 흐름인데다, 기술 발전에 따라 새로운 서비스가 쏟아지고 있어서다. 결국 택시 업계가 서비스를 개선하지 않으면 위기는 고착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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