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정우람 기자]중국에 ‘해고 한파’가 불어 닥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에 따라 경기 둔화가 본격화하면서 무더기 해고 움직임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외국인 투자 감소와 공장 자동화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인건비에 부담을 느낀 다국적 기업들이 중국 공장을 다른 나라로 이전하면 추가 대량 실업이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중국 정부가 밝힌 지난 1월 실업률은 3.8%다. ‘공식 지표’로는 미국(4.1%)보다도 양호한 수준이지만, 현장에서는 이미 위기의 조짐들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충칭(重慶)시에선 근래 들어 최대 폭으로 일자리가 줄었고, 차랑 공유 서비스업체 디디추싱(滴滴出行)을 비롯한 유명 정보기술(IT) 업체들이 대규모 인력 감원 절차를 밟고 있다.
중국의 지난해 경제 성장률은 6.6%로, 199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외신은 “충칭의 대량 실업 사태는 최악의 성장률의 결과물”이라고 진단했다.
외신에 따르면 미국 포드와 중국 국영기업 창안(長安)의 합작 자동차회사인 창안포드는 지난해 말부터 임시 계약직 노동자를 정리 해고하고 있다. 직원 1만8000명의 이 회사는 경기 침체에 따라 부득이하게 인력을 감축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충칭을 비롯한 중국 서부 지역의 지난해 4분기 신규 일자리 숫자는 전년 동기보다 77% 감소했다. 지난해 충칭 지역의 자동차 생산량과 전자업계 성장률 역시 전년 대비 각각 17.3%, 14% 하락했다.
다른 지역의 주요 기업 역시 잇따라 대량 해고 결정을 내리고 있다. 지난 15일엔 베이징(北京)에 본사를 둔 디디추싱이 비용 감축을 이유로 전 직원의 15%(약 2000명)를 해고하겠다고 밝혔다. 광둥(廣東)성에 위치한 애플 협력사 보언(伯恩)광학 역시 비슷한 이유로 직원 8000명을 해고했다.
치솟는 인건비에 부담을 느낀 외국인 투자 감소 역시 대량 실업을 부추기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 톈진(天津)에 있는 스마트폰 생산 공장(TSTC)을 폐쇄했다. 톈진 지역 내 외국인 직접 투자(FDI)는 지난해 48억5000만 달러(약 5조4781억원)로 2016년 101억 달러, 2017년 106억 달러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달 중국 현지 공장 근로자 1500명에 대한 희망퇴직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고 중국 금융 전문매체 차이신이 전했다.
외신들은 “공장 자동화 역시 중국 제조업계 대규모 실업의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산업도시인 광둥성 둥관(東莞)에 지난 5년간 9만1000대의 로봇이 도입되면서 노동자 28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고 전했다.
중국의 한정(韓正) 상무 부총리는 최근 실업 문제와 관련해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D) 내부회의에서 “올해 고용 추이를 주의 깊게 관찰하고, 고용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정책 대응을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중국 신화통신이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