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제도개혁, 어디로 가나?
국민연금 제도개혁, 어디로 가나?
  • 전창환
  • 승인 2019.02.26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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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창환 칼럼] 새해가 시작된 지도 벌써 두 달이 다 지나가는데 우리 경제 관련 최근 소식은 어둡고 우울하기만 하다. 저출산·고령화 대책을 실시한 지 어언 10여 년이 지났는데 그 정책 효과는 어디 갔는지 합계 출산율이 계속 하락하여 1을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추세로 가면 총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하는 시점이 더 앞당겨질 수 있다고 한다. 소득주도 성장의 효과가 언제 나타날지 모르지만 고용 관련 지표도 좀처럼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이밖에 OECD 국가(OECD 평균 노인빈곤율이 12.5%) 중에서 한국의 노인빈곤율(46~7%)이 여전히 최고로 높다.

노인들의 소비지출 여력이 좀처럼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는 것은 국민연금을 포함한 우리의 공적 연금제도의 취약성 때문이다. 2018년 한국의 국민연금급여의 평균 월액이 약 40~50만 원 수준인 데 비해, 2016년 일본 공적연금급여의 평균 월액은 약 200만 원을 웃도는 수준(20.3만 엔)이다. 한국의 GDP에서 공적연금지급액이 차지하는 비율도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낮다. 국민연금급여가 퇴직자들의 노후생활을 뒷받침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용돈 수준에 불과하다는 세간의 자조 섞인 지적도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공적 연금제도, 노인 소비지출 개선할 수 있도록

마침내 정부는 2018년 12월 중순 국민연금제도 개선을 위한 종합대책, 일명 ‘제4차 국민연금종합운영계획안’(이하 ‘종합운영계획안’으로 표기)을 발표했다. 이것은 2017년 7월 이후 1년간 국민연금 관련 세 개의 소위원회(재정추계위원회, 제도발전위원회, 기금운용 발전위원회)의 논의와 이에 대한 국민들의 여론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만들어졌다. 세 개 소위원회의 논의를 집약한 안은 이미 2018년 8월 중순 복지부 주최 공청회에서 소개·공표된 바 있다.

이 공청회에서 제기된 가장 핵심 이슈는 두 가지다. 첫째, 이번 제4차 재정계산 결과 국민연금 적립금의 고갈 시점이 지난 제3차 재정추계 때의 고갈시점(2062)보다 3~4년 앞당겨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둘째, 용돈 수준에 불과한 현재의 국민연금급여 수준에서 탈피하기 위해서는 국민연금 보험료율의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환경에서 기금소진 연도가 앞당겨진다느니 보험료율을 대폭 인상해야 한다느니 하는 이야기가 반갑게 들릴 리가 만무했다.

국민들의 이런 냉랭한 반응을 의식해서 그런지 모르지만, 정부의 ‘종합운영계획안’이 예정보다 몇 달 늦게 12월 하순경에 발표되었다. 사실 2017년부터 세 개의 소위원회가 1~2년의 논의를 통해 제도개혁의 큰 줄기를 제시했으면 정부가 어느 정도 가닥이 잡힌 최종 방안을 발표했어야 했다. 하지만 실망스럽고 안타까운 것은 정부안의 내용이었다. 정부는 제도개혁안을 사지선다형 식으로 열거해 놓았을 뿐 아무런 방향을 제시하지 않았다. 정부의 무책임하고 기회주의적 태도는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제도개혁, 장기 재정 건전성 달성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제시한 방안은 크게 국민연금의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현행 수준으로 유지하는 방안과 이 두 가지 비율을 동시에 인상함으로써 노후소득보장을 현행보다 크게 강화하는 방안으로 양분할 수 있다. 전자는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그대로 가져가는 현행유지방안(제1안)과 국민연금은 그대로 두되 기초연금을 월 30만 원에서 40만 원으로 인상하는 기초연금강화방안(제2안)으로 구성된다. 후자의 노후소득보장 강화방안은 소득대체율을 40%에서 45%로 인상함과 동시에 보험료율을 2021년부터 5년마다 1% 포인트 올려 2031년까지 12% 수준으로 인상하는 제3방안과 소득대체율을 50%로 상향 조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보험료율을 2021년부터 5년마다 1%포인트 올려 2036년에 13% 수준까지 인상하는 제4방안으로 구성된다.

전자의 두 방안을 채택할 경우 국민연금의 소진 시점이 2057년으로 전망되는 데 비해, 후자의 두 방안을 채택할 경우 소진 시점이 2062-3년으로 연기될 것이라고 한다. 2018년 12월 복지부가 제시한 사지선다형 방안이 2019년 사회적 합의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연금특위의 논의를 거쳐 어떤 내용의 최종 개혁안으로 등장할지 자못 궁금하고 걱정스럽다.

이번 정부의 ‘종합운영계획안’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은 국민연금의 장기 재정 균형 내지 장기 재정 건전성 달성방안에 대한 고민이 미진하고 깊지 못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도 국민연금의 장기재정목표 설정의 필요성에서 출발하여 국민연금의 장기재정목표를 확립해야 한다. 국민연금 제도개혁의 출발점인 국민연금 장기재정추계의 엄밀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기에 지속적인 점검과 재검토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칼럼은 다산칼럼의 동의를 얻어 전재한 것입니다.




글쓴이 / 전창환


· 한신대 국제경제학과 교수
· 금융경제연구소(사) 연구기획전문위원
· 보건복지부/국민연금기금/성과평가보상위원회 전문위원

· 공·편저
〈현대자본주의의 미래와 조절이론〉 (문원, 1999)
〈미국식자본주의와 사회민주적 대안〉 (당대, 2004)
〈사회민주주의의 경제학〉 (돌베개, 2013)
〈한국의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돌베개, 2016)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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