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이종범 기자]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명목 국민소득(GNI)이 3만1349달러(약 3450만원)로 집계돼 처음으로 3만 달러의 벽을 넘어섰다고 한국은행이 5일 발표했다.
2006년 2만 달러에 진입한 지 12년 만이다. ‘3만달러 시대’는 진작부터 예고됐지만 한국은행이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며 공식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국민소득 3만달러 이상, 인구 5000만명 이상을 뜻하는 '30-50클럽'에 세계 7번째로 가입했다. 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가 기존 멤버들이다 .
2017년 기준 1인당 GNI가 3만 달러를 넘는 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6개국 중 23개국뿐이다. OECD 비회원국은 모나코 리히텐슈타인 싱가포르 카타르 마카오 등 5개국이다. 한국의 3만 달러 진입은 세계에서 29번째다.
우리나라가 1인당 국민소득 100달러를 넘어선 해는 6.25전쟁이 끝난지 10년 만인 1963년. 이를 기준으로 치면 국민소득은 55년 만에 300배로 성장한 셈이다. 이후 60~70년대 ‘한강의 기적’ 시기를 거치면서 14년 만인 1977년에는 1000달러를 돌파했다.
그리고 광복 50주년인 1995년 1인당 국민소득 1만 달러를 달성하는 감격을 맞기도 했다. 하지만 1998년 IMF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1인당 국민소득 역시 1만 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그러다가 전 국민적 노력에 힘입어 2년 후 1만 달러를 회복했다.
2006년 2만 달러를 달성했던 한국경제는 2008년 전 세계적 금융위기로 출렁거렸고, 급기야 2009년 1인당 국민소득은 다시 2만 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2010년에야 2만 달러를 회복했다.
한국은행은 “작년에 국민소득이 늘어나 1인당 GNI가 3만 달러를 넘어선 것은 지속적인 성장과 더불어 미국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하락한 것이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실질 국내총생산(GDP)는 전년대비 2.7% 성장했다고 밝혔다. 2017년 3.1%를 기록하며 3년만에 다시 3%대로 진입했다가 다시 2%대로 내려앉은 수치다. 이는 2012년 2.3%를 기록한 이후 6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제조업이 증가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서비스업의 증가폭이 확대된 반면 건설업이 큰 폭 감소했다.
총저축률은 34.8%로 전년(36.3%)보다 1.4%p 하락했다. 2014년 34.5% 이후 4년 만에 최저다. 국내총투자율은 전년(31.2%)보다 0.8%p 하락한 30.4%를 기록했다.
전 세계적으로도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넘어선 나라는 그리 많지 않다. ‘선진국 클럽’이라 불리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6개 회원국 중 22개국만이 3만 달러를 달성했다. 인구 5000만 명 이상의 국가로 한정해 보면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6개국에 불과하다.
더욱이 스페인이나 그리스 같은 나라는 우리보다 먼저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어섰지만, 이후 재정위기를 겪고 2만 달러대로 뒷걸음질했다. 이웃나라 일본은 1992년 인구 5000만 명 이상 국가 중 세계 최초로 소득 3만 달러를 돌파했지만 ‘잃어버린 20년’을 겪었다. 바로 그해에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고 기업들이 줄지어 망하면서다.
우리나라도 여기에 오기까지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거치면서 여러 차례 후퇴와 전진을 반복했다. 그래서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을 체감하지 못한다는 의견도 많다.
실제로 1인당 국민소득에는 일반 가계가 벌어들인 소득 외에도 기업과 정부의 몫이 포함돼 있다. 실제로 국민 개개인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돈은 1인당 국민소득의 56% 수준(2017년 기준)으로 낮아진다.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일 때 실제 국민들이 손에 쥐는 돈은 1만7100달러 정도가 되는 것이다.
앞으로 더 많은 국민들이 경제성장을 체감하고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넘어 그 이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소득분배와 질적성장이 이뤄져야 한다. 이른바 ‘분배의 정의’ 문제다.
한국은행 당국자는 “우리 경제가 지속 성장하고 국민 모두가 경제성장의 과실을 나눠 먹으려면 소득불평등을 줄이고 4차 산업시대에 걸맞은 신성장동력을 찾는 데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