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 르노삼성...각종 비상사태에 노사갈등까지
벼랑끝 르노삼성...각종 비상사태에 노사갈등까지
  • 박미연 기자
  • 승인 2019.03.21 11:10
  • 댓글 0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스토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르노삼성 日닛산 신차배정 무산...노조는 20일부터 다시 파업

[서울이코노미뉴스 박미연 기자] 르노삼성자동차의 위기가 찾아왔다. 르노삼성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했던 '닛산 로그' 위탁생산 계약이 오는 9월 만료되고 내수 판매도 부진한 상황에서 노사갈등까지 극에 달해 벼랑끝에 몰렸다.

사상 최장 파업을 이어가고 있는 르노삼성자동차 노조가 이번에는 20~22일 3일간 '지명 파업'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작년 임단협에서 노조가 기본급 10만원 인상을 요구하면서 시작된 르노삼성 노사 분규는 타결점을 찾지 못하고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지명파업이란 노조에서 지명한 근로자나 작업 공정별로 돌아가며 파업하는 방식을 말한다. 지금까지는 주간·야간 작업조가 각각 4시간씩 하루 8시간 모든 공정을 멈추는 부분파업을 진행했다. 노조는 20일 조립 공정만 주야 4시간씩 파업하고, 21일과 22일에는 조립·도장·차체 공정 구역을 나눠 파업할 계획이다. 르노삼성차 노조가 이번 주 지명파업을 벌이면 부산공장 주간 가동률은 30%대로 떨어지게 된다.

회사 관계자는 "지명파업에는 전체 근로자의 일부만 참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생산라인이 정상 가동되지 않아 전체 파업이나 마찬가지 타격을 입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르노삼성의 닛산 로그는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의 전략적 협업의 일환으로 르노삼성이 2014년부터 생산해온 모델이다. 지난해 르노삼성이 생산한 22만7577대 중 절반에 가까운 10만7245대가 '로그'였을 정도로 의존도가 높다.

카를로스 곤 전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전 회장은 르노삼성이 최악의 경영난을 겪던 2012년 1700억원을 신규투자하며 르노삼성 부산공장에 북미 공급용 로그 물량을 몰아줬다. 이로 인해 르노삼성은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하지만 오는 9월 위탁생산 계약이 마무리된다.

업계는 9월 계약 종료 전에 로그 물량에 대한 연장 계약이 이뤄지기를 기대했지만 '카를로스 곤 체제'가 무너지고, 프랑스 르노와 일본 닛산간의 견제가 극심해지면서 '로그' 연장 계약은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평가다.

르노삼성 사측에 따르면 부산공장 인건비는 로그 물량 배정 당시만해도 닛산 규슈공장에 비해 압도적으로 낮았지만 현재는 규슈공장보다 20% 가까이 높아졌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사실상 로그 연장 계약은 어려워졌다"며 "르노그룹 내의 다른 공장들과 경쟁해 로그 물량을 대체할 후속 물량을 받아와야 하는데 르노삼성이 신뢰를 잃으면 후속물량 배정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통계에 따르면 르노삼성은 2016년 11만1101대의 차량을 국내시장에 판매했지만 2017년 10만537대, 2018년 9만369대 등 매년 1만대 가량 판매가 줄고 있다.

올해 들어서도 판매량은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르노삼성은 지난달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4923대를 판매하는데 그쳤다. 전년 동기에 비해 8.0% 감소한 수치다. 임금단체협상으로 인한 파업과 판매 비수기 요인이 겹치며 판매가 소폭 줄었다는 것이 르노삼성 측의 설명이다.

르노삼성 사측과 노조는 최근 집중교섭에 들어가 어느 정도 이견을 좁혔지만 노조가 막판에 추가 인원 200명 투입, 생산라인 속도 하향 조절 등을 요구해 결렬됐다. 르노삼성 노조는 지난 11일 부분 파업을 재개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168시간 44차례에 이른 파업으로 르노삼성은 지금까지 총 1850억원의 생산 손실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금까지 경고에 그쳤던 르노그룹은 노조가 데드라인을 넘기면서까지 파업 움직임을 보이자 대책 마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르노그룹은 로그 후속 물량 배정이 사실상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했지만 그렇다고 르노삼성을 포기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르노삼성을 북미 수출 전진기지로 삼기보다 중동·아세안(ASEAN)·인도 등 신흥시장 공략을 위한 교두보로 삼기로 전략을 수정했다는 분석이다.

르노삼성은 기업별 노조인 르노삼성차 노조와 산별노조인 금속노조 르노삼성지회의 복수 체제였고, 르노삼성지회는 소수노조에 불과했다. 르노삼성 노조는 2012년과 2013년에는 임금동결을, 2015년 호봉제 폐지와 임금피크제 도입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기업노조 조합원들은 지난해 말 위원장 선거에서 '금속노조 전환'을 공약으로 들고 나온 강성 성향의 박종규 위원장을 선택했다. 프랑스 르노그룹의 지나친 배당과 노동강도 등에 대한 불만이 컸다는 전언이다. 협재 르노삼성 기업노조와 금속노조 르노삼성지회는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노사는 집중교섭 결렬 이후 추후 협상 기일조차 잡지 못하고 서로 간의 입장차만 확인한 채 대립하고 있다. 노사는 기본급과 외주화 합의 전환 문제에서 답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 주된 원인이다.

사측은 지난 협상에서 기본급을 동결하는 대신 생산격려금 350%, 초과이익분배금 300만원 등 최대 약 1700만원을 지급하는 안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지난해 임단협 협상 과정에서 기본급 10만667원 인상과 특별격려금 300만원, 2교대 수당 인상 등을 요구했다. 이와 함께 노조는 추가 인원 200명 투입, 생산 라인 속도 시간당 60대에서 55대로 하향 조절, 전환 배치와 외주화 관련 등에 대한 합의 전환 요청을 요구하고 나섰다.

사측은 노조가 제시한 내용을 현실적으로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추가 인원 투입이나 생산 라인 속도 하향 조절 등은 기본급 인상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로, 르노공장의 장점 중 한 가지였던 생산 경쟁력이 눈에 띄게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인사경영권에 대한 합의 전환 요청, 200명 투입, 생산라인 속도 하향 등은 회사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라며 "회사도, 노조도 다시 협상 테이블에 나와서 합의를 해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의견이 전혀 좁혀지고 있지 않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노조 관계자는 "기본급보다 '외주화' 문제를 더욱 중대하게 보고 있다"며 "2012년 전까지는 외주화가 있을 경우 '합의'하도록 돼있었는데 2012년에 이 문구가 '협의'로 바뀌었다. 회사에서 미래 물량을 가져와도 외주화가 필요하다고 하는 상황인 만큼 포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주)서울이코미디어
  • 등록번호 : 서울 아 03055
  • 등록일자 : 2014-03-21
  • 제호 : 서울이코노미뉴스
  • 부회장 : 김명서
  • 대표·편집국장 : 박선화
  • 발행인·편집인 : 박미연
  • 주소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58, 1107호(여의도동, 삼도빌딩)
  • 발행일자 : 2014-04-16
  • 대표전화 : 02-3775-4176
  • 팩스 : 02-3775-41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미연
  • 서울이코노미뉴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서울이코노미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seouleconews@naver.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