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회장, 주주들에 밀려 대한항공 경영권 상실
조양호 회장, 주주들에 밀려 대한항공 경영권 상실
  • 김보름 기자
  • 승인 2019.03.27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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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총에서 3분의 1이상이 연임에 반대...오너 일가 영향력 약화 불가피
주요 기관투자가 경영참여 확대될 듯...부실사업 정리 등 추가조치 나올 듯

 

대한항공은 27일 오전 서울 강서구 공항동 대한항공빌딩 5층 강당에서 제57기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 등 4개 의안을 표결에 부쳤다.[사진=연합뉴스tv캡처]
 27일 오전 서울 대한항공빌딩 강당에서 열린 주주총회 모습/연합뉴스tv캡처

[서울이코노미뉴스 김보름 기자] 조양호(70) 한진그룹 회장이 그룹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의 경영권을 상실했다. 주주들의 반대로 대한항공 대표이사직 연임에 실패한 것이다. 1999년 아버지 고 조중훈 회장에 이어 대한항공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른 지 20년 만이다. 

아들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사내이사로 남아 있지만, 대한항공에 대한 오너 일가의 영향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행동주의 펀드 등 주요 기관투자자들의 경영 참여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맞춰 대한항공이 부실사업을 정리하고 유휴자산을 매각하는 등 추가 조치를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대한항공은 27일 오전 서울 강서구 공항동 대한항공빌딩 5층 강당에서 제57기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을 표결에 부쳤으나 찬성 64.1%, 반대 35.9%로 부결됐다. 

대한항공 정관은 '사내이사 선임은 주총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조 회장이 연임에 성공하려면 66.66%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했지만, 2.5% 남짓한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지 못해 경영권에서 손을 떼게 됐다. 

이날 주총에는 위임장 제출 등을 포함해 5789명이 출석했다. 주식 수는 7004만946주로, 의결권 있는 주식총수 9484만4611주의 73.84%에 해당한다. 

대한항공 주식 지분은 조 회장과 한진칼(29.96%) 등 특수관계인이 33.35%를 보유하고 있고,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의 지분율은 11.56%다. 그리고 외국인 주주 지분률은 20.50%, 기타 주주는 55.09% 등이다. 기타 주주에는 기관과 개인 소액주주 등이 포함돼 있다.

조 회장의 퇴진은 최근 더욱 강화된 주주권 행사에 따라 대기업 총수가 경영권을 잃는 첫 사례다. 하지만 이는 국민연금이 하루 전인 26일 반대 의결권 행사를 결정하면서 어느 정도 예상됐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위는 전날 회의를 마친 뒤 조 회장 연임안에 대해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 침해의 이력이 있다고 판단해 반대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외국인 주주와 소액주주 등도 조 회장에게 등을 돌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에 앞서 국민연금 의결권 자문사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와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 국내 의결권 자문사인 서스틴 베스트와 좋은 기업 지배구조연구소 등은 조 회장 안건에 대해 반대투표를 권고했다. 해외 공적 연기금인 플로리다연금(SBAF), 캐나다연금(CPPIB), BCI(브리티시컬럼비아투자공사) 등도 의결권행사 사전 공시를 통해 조 회장 연임에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의 이러한 의사표명은 외국인·기관·소액주주들의 투표에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들이 펼쳤던 조 회장 연임 반대를 위한 의결권 위임 운동도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날 주총에서 대한항공 이사회는 델타항공과의 조인트벤처(JV) 조기 정착,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서울 총회(6월)의 성공적인 개최 등을 위해 "항공전문가인 조 회장의 리더십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조 회장의 경영권을 지키는 데 실패했다.

한진그룹은 한진칼→대한항공·한진(자회사)→손자회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조회장의 향후 거취와 관련 “아직 입장을 표명할 단계가 아니며, 앞으로 절차를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1974년 대한항공에 입사한 조 회장은 퇴직금만 약 400~5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이 물러나는데 따른 후폭풍은 커질 전망이다. 행동주의 펀드 등 주요 주주들이 기업 가치와 수익을 높여 주주가치를 극대화하라고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 회장 측의 힘이 줄어든 만큼 주요 기관투자자들의 요구는 더 거세질 수 있다. 

우선 모 회사인 한진칼과 조 회장의 영향력이 약해지고, 기관투자자 등 여타 금융주주들의 입김이 세질 전망이다.

한진칼은 이른바 강성부 펀드로 알려진 KCGI가 지분 12%를 모아 2대 주주가 됐다. KCGI는 비 핵심사업 구조조정과 차입금 축소 등을 요구하고 있다. 

회사 측이 이에 따를 경우 인력감축 등이 불가피해 노사 갈등 문제가 불거질 수도 있다. 이미 대한항공 일반노조는 사업구조조정이 인원 감축으로 연결될 우려가 있다며 KCGI의 제안에 반대 의견을 표한 바 있다. 

한편 이날 주총에서는 소액 주주들의 고성과 몸싸움이 오가기도 했다. 한 주주는 “소액주주의 의견을 묻지도 않고 대리를 통해서 일방적으로 안건을 처리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도 참석해 “한진해운에 부실 지원해 8000억 원을 손실 본 것에 대해 이사회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말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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