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반대와 대한항공 조양호-SK 최태원
국민연금 반대와 대한항공 조양호-SK 최태원
  • 정종석
  • 승인 2019.04.07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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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사회주의와 주주행동주의 논란...달라진 국민적 정서-눈높이 직시해야

[정종석 칼럼] SK 최태원 회장은 올 정기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의 반대 의견에도 그룹 지주사 SK㈜ 사내이사로 재선임됐다. 반면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은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했다.

우리나라 상법은 주주총회 결의 요건을 '출석 주주 의결권의 과반수와 발생주식 총수의 4분의 1이상'이라고 규정하고 있지만 정관은 다른 조항이 있으면 이를 따르도록 해놨다. SK는 이사선임요건을 상법상 규정과 동일하게 출석주주의 과반수 찬성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대한항공은 정관상 사내이사 선임요건이 '주총 참석 주주 3분의 2이상 찬성'으로 돼 있다. 결국 조 회장은 사내이사 연임안은 찬성이 반대보다 훨씬 많았지만 3분의 2 찬성에는 2.6%포인트 부족했던 것이다.

대한항공은 1998년 주총에서 이사선임 요건을 대폭 강화했다. IMF 외환위기이후 주가가 폭락하면서 적대적 M&A(인수·합병)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아 기업사냥꾼들의 사내이사 진입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결국 이 조치가 조 회장의 발목을 잡았고, 퇴진을 초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국민연금의 반대가 특히 조 회장 이사 선임 부결에 결정적 요인이 된 것은 사실이다. 이를 놓고 주주행동주의의 결과라는 긍정적인 반응이 있는 반면, 국민연금이 민간기업의 경영권을 좌지우지하게 될 경우 연금사회주의로 변질될 수 있다는 관측마저 나온다. 대기업들의 이익단체인 전경련 관계자는 “국민연금 독립성이 담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성급하게 기업 경영에 개입하는 것은 사회적 논란만 부추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 '낙마'..."주주행동주의 결과" vs, "연금사회주의 변질"

지난 1970년대 초반에 피터 드러커라는 저명한 경영학자가 연금사회주의라는 표현을 처음 썼다. 원래 사회주의는 노동자가 자본과 생산수단을 소유해서 운영하는 경제체제를 말한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기업연금이 점차로 주식에 투자하는 비중이 커져서 대주주로 등극을 하게 된다. 미국의 제도에서는 퇴직연기금을 노동조합이 통제하고, 결국 노동자가 자기의 퇴직 연금을 통해서 대주주로 등극을 하게 된다.

궁극적으로는 사회주의에 해당되는 노동자가 생산수단을 소유하게 되는 꼴이다, 드러커는 어떤 면에서는 자연스럽게 그 사회주의적인 성격이 자본시장을 통해서 드러나는 그런 역설적인 현상이 있다는 뜻으로 이 말을 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그 의미는 다르다. 퇴직연금에 대해서 노동자가 아무런 권한이 없는 탓이다. 노동조합이 통제하는 퇴직연금이란 뜻은 아닌 것이다.

조양호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불발은 최근 기업에 거세게 몰아치고 있는 주주행동주의가 절정에 이른 역사적인 사건이다. 조 회장이 사상 처음으로 주주총회 대결로 경영권을 잃게 되면서 이른바 주주행동주의가 다른 기업들에도 적지 않은 영향력을 발휘하는 시발점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중요한 것은 주주행동주의의 위상과 영향력이다. 주주행동주의는 주주들이 배당금이나 시세차익에만 주력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지배구조까지 손을 대면서 경영에 개입해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를 말한다. 주주들은 주로 기업부실 책임을 추궁하거나 경영투명성 제고 등을 요구한다. 주주행동주의는 기본적으로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해 주주들에게 그 이익을 돌려준다는 원칙에 근거한다.

연금사회주의, 기득권 세력 또는 재벌 옹호하려는 계층서 만들어놓은 프레임

국적기인 대한항공을 경영하면서 이런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한 나머지 국민적 지탄을 받게 된 조 회장과 그의 일가들이 그대로 최고경영진 자리를 보존해도 괜찮은 시대는 지났다.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우리나라가 연금 사회주의가 된다는 우려를 사설이나 기사를 통해서 굉장히 많이 내보내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결국은 이른바 기득권 세력 또는 재벌을 옹호하려는 계층에서 만들어놓은 프레임에 걸려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다.

세상은 이제 많이 변했다. 3.1 독립운동이 100주년을 맞은 가운데 국민들의 참정권과 자기주장 목소리가 드높다. 지금은 과거 군사독재정권 시절처럼 재벌 위주의 고도성장을 누리던 개발경제시대가 아니다. 이제는 사용자 독식이 아니라 분배와 나눔이 정착돼야만 하는 시대가 됐다.

재벌들은 과거의 도식적인 틀에서 벗어나 '열린 경영'을 해야만 한다. 우리나라 현실에서 오도된 개념으로 연금사회주의를 걱정할 것이 아니라 주주행동주의 같은 달라진 국민적 정서와 눈높이, 현실을 직시하는 기업가정신이 아쉽다.

<필자 소개>

정 종 석 (elton2023@naver.com)

한국언론학회 회원(언론학박사)

(전)세종대/가천대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

(전) 동아TV 대표이사 사장

(전) 서울신문 베이징특파원/경제과학부장/정치부장/편집부국장/광고마케팅국장

* 저서 : 언론국제화의 마피아들(공저/나남,1995년)

* 논문 : 디지털 다채널 시대 - 채널브랜드 이미지가 광고효과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박사학위, 세종대 대학원 신문방송학과,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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