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 수출 감소보다 더한 악재 없어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 수출 감소보다 더한 악재 없어
  • 권의종
  • 승인 2019.04.08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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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쏠림’에서 비롯된 수출 '초비상'...3多(다변화, 다각화, 다양화)로 풀어야

[권의종 칼럼] 수출이 연속 내리막길이다. 한국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 흔들리고 있다. 3월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8.2% 감소했다. 471억 1000만 달러에 그쳤다. 지난해 12월(-1.7%), 올해 1월(-6.2%), 2월(-11.4%) 에 이어 넉 달 연속 마이너스 행진이다. 4개월 연속 감소는 2016년 7월 이후 2년 8개월 만이다. 수출 엔진인 반도체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16.6% 연속 감소한 영향이 컸다.

여기에 지난해 수출 물량의 26.8%를 책임졌던 중국 수출이 15.5% 줄었다. 홍콩까지 합치면 34.4%로 역대 최고 기록이다. 금년도 수출 전망도 암울하다. 한국은행은 올해 수출 증가율을 마이너스 1.4%로 예상했다. 국회예산정책처 역시 상품수출이 1.2%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내막을 들여다보면 사정이 심각하다. 13개 주력 수출 품목 중 선박(5.4%)을 제외한 12개 품목의 수출이 감소세다.

반도체(-16.6%)를 비롯해 석유화학(-10.7%), 디스플레이(-16.3%)ㆍ무선통신기기(-32.3%)ㆍ섬유(-11.8%)ㆍ컴퓨터(-38.3%) 등 6개 품목은 10% 이상 줄었다. 국가별로는 미국(4.0%), 중남미(20.6%), 독립국가연합(CIS)(32.6%), 인도(13.7%) 등은 늘었다. 하지만 중국(-15.5%), 일본(-12.8%), 아세안(-7.6%),유럽연합(EU)(-10.9%), 중동(-25.8%), 베트남(-2.4) 등은 줄었다. 예삿일이 아니다.

이런데도 정부는 태연자약한 모습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내달 수출 감소세가 둔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실무담당 관료도 낙관 일색이다. “유가가 안정되고 있고 선박을 포함한 일부 주력 품목과 신 성장 품목이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조업일수 관점에서 2분기가 1분기보다 2.5일 정도 많기 때문에 2분기는 개선될 것으로 본다“는 설명이다. 위기의식이나 경각심이라곤 찾아보기 힘들다.

수출 4개월 연속 내리막길로 한국 경제 버팀목 흔들...반도체, 중국 수출 감소 영향 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문제 속에 답이 보인다는 점이다. 현상을 뒤집어 보면 해법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당면한 수출 위축은 ‘쏠림’에서 비롯되었다. 지역적으로는 중국에, 품목 면에는 전체 수출에서 20% 이상을 점하는 반도체에 몰려있다. 창업, 벤처 기업에 편중된 중소기업 지원정책도 수출 감소와 무관치 않다. 한쪽에 치우쳐 있는 것을 여러 곳으로 널리 분산시키면 너끈히 극복할 수 있는 일이다. 말처럼 쉬지는 않겠지만.

수출시장 다변화(多邊化) 노력이 긴요하다. 신(新)시장 개척으로 활로를 찾아야 한다. 중국, 미국 등에 치우쳐 있는 수출 집중도를 다른 나라들로 분산시킬 필요가 크다. 일부 국가에 대한 수출 집중이 수익성 면에서 유리할 수 있으나, 위험도 그만큼 커질 수 있다. 과유불급이라고 비중이 지나치면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수입국 상황이 나빠지면 수출국 형편도 덩달아 힘들어진다.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현상이다.

7%대의 높은 경제성장을 하고 있는 인도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유럽, 중동, 아프리카 등으로 경제 영토를 넓혀 가야 한다. 중국 기업들은 이런 지역에 이미 오래 전에 진출, 사업기반을 굳혀오고 있다. 이제라도 정부가 앞장서 새로운 시장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공동 마케팅 전략 수립 등을 통해 기업의 해외 진출을 적극 후원해야 한다.

수출품목 다각화(多角化)가 절실하다. 신(新)품목을 지속적으로 발굴해야 한다. 특정 수출산업에 대한 지나친 의존을 줄이고, 미래 유망 산업을 육성하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특히 상품무역 이외의 서비스 무역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금융, 통신, 운수, 법률, 회계 등 서비스 분야에서의 국제거래 쪽으로 수출 구조의 무게중심 이동이 요구된다.

"별일 있겠느냐" 안이함이 문제...‘문제 속에 정답’ 新시장-新품목-新정책으로 해결해야

현재 불안한 통상환경과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생산기지 해외 이전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서비스 무역은 한국 수출의 새로운 동력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의료, 금융, 게임, 한류, 관광 서비스 등은 전 세계에서 비교우위의 강점이 발휘될 수 있는 유망 분야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수출정책 다양화(多樣化)도 요구된다. 획일화된 중소기업 정책에 대한 보완이 시급하다. 수출이 어려워지자 정부가 기껏 내놓은 게 무역금융 정도다. 수출기업이 외상수출 결제일 전에 총 1조원 규모의 수출채권을 조기 현금화할 수 있게 하는 보증 프로그램을 개시했다. 중소·중견 기업의 기존의 수출자금 보증 에 대해 향후 1년간 감액 없이 전액 연장해 주기로 했다. 이 정도로는 한계가 있다.

창업기업 지원 편중에 따라 수출기업이 홀대받는 현상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정부가 평소 중소·중견 수출기업을 ‘글로벌 강소기업’, ‘월드 챔피언’ 등으로 잔뜩 추켜세우지만, 막상 지원현장에서는 찬밥 신세다. 설립 후 7년이라는 창업기업의 범주를 넘어서면 신용보증 등 정책지원에서 문전박대다. 신규 지원은커녕 기존 여신 상환을 독촉받기 일쑤다. 자기 힘으로 살아가라는 취지일지 모르나 7년 만에 자립할 기업은 거의 없다. 대기업도 그렇게 못한다.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에서 수출 감소보다 더한 악재는 없다. 일자리가 줄고 경제가 흔들리게 마련이다. 설마 별 일 있겠느냐는 안이함이 문제다. 수수방관했다간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는다. 엄중한 상황 인식을 토대로 긴급 처방과 중장기 대안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설사 일시적으로 수출이 호전되더라도 차제에 근본대책을 마련하는 게 정도(正道)다. 언제 또 상황이 악화될지 모른다. 만사 불여튼튼이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겸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 호원대학교 무역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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