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한진 조원태 체제(上) 결코 쉽지 않은 '포스트 조양호'의 앞날
[기획] 한진 조원태 체제(上) 결코 쉽지 않은 '포스트 조양호'의 앞날
  • 정우람 기자
  • 승인 2019.04.09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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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계반대측 지분과 2400억선 상속세 부담이 '걸림돌'...'자질취약론'에 개인적 일탈도 문제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서울이코노미뉴스 정우람 기자] 한진그룹 경영권은 어디로 넘어갈까. 조양호 회장의 타계로 한진가 3세 조원태 사장 체제로의 전환이 급물살을 타는 양샹이다. 그러나 ‘조원태 체제’의 출범이 결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승계준비가 안 된 상태인 데다 그동안 리더십에도 문제가 많다는 비판이 끊임없이 이는 탓이다.

조 사장은 현재 최근 수백억 원에 달하는 연차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고 있다. 과연 그가 정도경영으로 한진그룹을 제대로 이끌어갈 수 있을 지에 의문이 나온다.

고용노동부의 대한항공 근로감독 자료에 따르면 조 사장은 대한항공은 연차수당 244억원을 지급하지 않고 생리휴가 3000건을 부여하지 않은 혐의(근로기준법 위반)로 지난해 9월 형사입건했다. 대한항공은 2015년 직원 6098명에게 연차수당 91억원을, 2016년 직원 9966명에게 153억원을 각각 주지 않은 혐의(근로기준법 53조 위반)를 받고 있다.

시민단체인 경제개혁연대는 조 회장이 퇴출당한 지난달 대한항공 주총 직후 조 사장에 대해 “경영 능력에 대한 의구심도 해소되지 않고 있다”며 “한진그룹은 앞으로 경영권 승계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검증된 후보군 중 적임자를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압박하기도 했다.

불안한 지분구조, '조원태 체제' 구축 위협...고작 2.34% 보유지분으론 경영권확보 '불가'

조 사장의 불안한 지분구조도 확고한 조원태 체제구축을 위협한다. 재계는 조 회장 별세 이후 한진그룹이 조 사장 체제로 급속히 이전되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관측했다. 그는 조 회장의 장남으로 대한항공 경영진 가운데 유일한 총수일가이고 그동안 경영수업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조 사장은 2003년 그룹 IT 계열사인 한진정보통신에 차장으로 입사한 뒤 2004년 대한항공으로 옮겨 자재, 경영기획, 화물, 여객 등 항공 전반에 대한 실무를 쌓았다. 이후 초고속 승진을 거듭해 2014년 한진칼 대표이사, 2016년 대한항공 총괄부사장, 한국공항 대표이사, 진에어 대표이사를 거쳐 2017년 대한항공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조 사장은 지난 2003년 한진정보통신 입사 후 16년간 꾸준히 경영수업을 받으면서 경영 리더십을 쌓아왔다. 재계는 조 사장이 일정기간의 준비과정을 거쳐 그룹 회장직을 수행해 3세 경영의 막을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그 길이 순탄치는 않을 전망이다. 경영권승계의 향방을 결정하는 한진칼에 대한 조사장 지분이 적은 것이 경영대권 승계의 최대 걸림돌이다. 한진그룹은 지주사인 한진칼→대한항공·한진→한국공항, 한진정보통신 등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다.

총 27개 계열사를 통틀어 조 회장이 보유한 지분은 한진칼 17.84%, 한진 6.87%, 대한항공 0.01%, 정석기업 20.64%, 한진정보통신 0.65%, 토파스여행정보 0.65%이다. 그룹 지배구조와 직결된 한진칼 지분의 향방이 경영권 승계와 맞물려 있다.

한진家 자녀 간 피 튀기는 경영권 다툼 가능성...조 사장, 지분 확대 없이 경영권 확보 어려울 듯

조 사장이 보유한 지분은 한진칼 2.34%, 한진 0.03%뿐이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한진칼 2.31%, 한진 0.03%, 조현민 전 전무는 한진칼 2.30%, 한진 0.03%를 보유해 삼남매의 지분 차이가 거의 없다. 이에 따라 조 회장의 한진칼 지분 17.84%를 삼남매에게 어떤 비율로 상속할지가 최대 관심사다.

결과적으로 조 사장의 현 지분으로는 경영권을 확보하기가 어렵다는 이야기다. 이 과정에서 자녀 간의 피 튀기는 경영권 다툼이 벌어지지 않으리라고 예단도 할 수 없다.이 경우 조 사장이 지분을 더욱 확대하지 않는 경영권확보는 어렵게 된다.

재계에서는 조 사장의 모친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이 경영권승계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조 회장 지분이 삼남매에게 균등하게 상속될 경우 중장기적으로는 그룹 경영권에 불안요소가 될 수 있어 이 전 이사장이 아들 조 사장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결정할 공산이 짙다고 재계는 관측한다.

한진그룹은 당분간 조 회장의 타계에 따른 경영권공백을 경영승계가 확립되기 전까지는 당분간 '비상경영체제'로 운영될 전망이다. 한진 측은 8일 그룹을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하고 당분간 그룹 사장단회의에서 주요 현안을 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재계 관계자는 "조 사장이 당분간 석태수 한진칼 대표, 우기홍 대한항공 부사장, 서용원 한진 대표 등 전문경영인들과 함께 그룹 경영을 이어갈 것"이라며 "계열분리 가능성은 열려 있지만 지주사인 한진칼과 그룹의 캐시카우(현금창출원)인 대한항공 등을 빼면 사세 확장을 기대하기 어려워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KCGI 등 행동주의 펀드 등 공격도 변수...3대 주주 국민연금(7.34%)도 오너 일가 못마땅해  

무엇보다 조 회장 체제의 출범이 불발로 끝날 수 있는 것은 조 사장의 승계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행동주의 펀드 등의 공격이다. 한진칼의 2대 주주로 경영 참여를 선언하며 조 회장 일가를 공격하고 있는 행동주의 펀드 KCGI(일명 강성부 펀드·13.47%)는 그동안 조 회장 일가의 경영 참여에 반대해 왔다. 최근 KCGI는 한진칼 주식을 장내에서 추가 매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3대 주주 국민연금(7.34%)도 오너일가의 경영참여를 탐탁치 않은 모습을 보였다. 두 곳의 지분만 합쳐도 20%가 넘어 조회장의 경영권을 위협하고 있다. 재계는 내년 한진칼 정기 주총에서 조 사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안통과를 결코 낙관할 수 없다고 전망한다.

재계소식통들은 앞으로 지주회사 한진칼에 대한 지분 쟁탈전이 벌어지고 대한항공 경영권이 흔들릴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관측한다. 기업 가치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한진칼이 행동주의 펀드 등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진칼의 시가총액은 이날 20% 급등한 이후에도 1조8000억원에 못 미쳐, 4000억원이면 지분을 20% 넘게 확보할 수 있어 그야말로 좋은 먹이감이 되고도 남는다.

상속세부담도 조 사장의 순조로운 경영승계를 가로막는 걸림돌이다. 조 사장은 우선 지분 이양과 이에 따른 상속세 재원 마련 등의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조 사장을 비롯한 유족들이 상속세 납부를 위해 보유 주식을 매도할 경우 지분은 줄어들고 경영권은 흔들리게 된다

조 회장이 보유한 지분의 가치는 한진칼 약 3100억원, 한진 330억원 등 총 4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현행 상속세율은 과세표준이 30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최고세율 50%를 적용한다. 또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은 할증세율 20%가 추가된다.

조 사장, 개인적인 일탈로 물의...1999년 '뺑소니'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 학력문제도 구설

따라서 상속세율은 50%에 할증률 20%를 더한 60%까지 치솟는다. 이를 감안하면 조 사장이 조 회장의 한진칼 지분 등을 전량 상속받을 경우 2400억원 규모의 상속세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조 사장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을 담보대출 받아도 규모는 400억원 내외다. LG그룹처럼 5년에 걸쳐 분할납부를 하더라도 대규모 상속세 납부는 큰 부담이다. 상속세를 전액 주식으로 납부할 경우, 오너가의 지분은 19.09% 이하로 떨어질 수도 있다.

이전에도 조 사장은 개인적인 일탈로 물의를 빚었다. 지난 1999년 뺑소니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이듬해 2000년에는 교통법규를 위반한 뒤 단속 경찰관을 치고 달아나다 시민들에게 붙잡힌 일도 있었다. 지난 2005년에는 차를 몰다가 70대 할머니와 시비가 붙어 경찰에 입건된 바 있다.

학력문제로 비난을 받았다. 교육부는 지난해 8월 감사를 통해 미국 대학에서 인하대로의 편입과 졸업하는 과정에서 자격조건을 채우지 못하는 등 문제가 있다고 판단, 인하대 측에 조 사장의 졸업을 취소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인하대학교 총학생회동문회가 27일 성명서를 내고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을 총동창회에서 제명조치한다"고 밝혔다.

동문회는 성명서를 통해 “지난해 인하대학교 특별조사를 통해 밝혀진 학교법인의 회계부정과 조원태 이사의 부정편입학 사건은 그야말로 인하동문들에게는 충격이자 치욕이었다”며 “총동창회는 부정편입이 밝혀진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에 대해 제명조치가 취해지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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