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는 죄가 아니다”고 결정한 헌법재판소
“낙태는 죄가 아니다”고 결정한 헌법재판소
  • 오풍연
  • 승인 2019.04.11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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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풍연의 이슈파이팅]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졌다. 여성계는 환영했고, 보수진영은 비난했다. 그러나 언젠가는 폐지될 조항이었다. 지난 번에는 헌법재판소 재판관들마저 4대4로 의견이 팽팽했다. 위헌 또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려면 재판판 9명 가운데 3분의 2인 6명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헌재는 11일 오후 낙태죄 처벌을 규정한 형법 269조1항과 270조1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에서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2020년 12월 31일까지 법률을 개정하라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그 전까지 해당 조항은 유효하다. 형법 269조1항은 ‘부녀가 약물 또는 기타 방법으로 낙태한 때 1년 이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형법 270조1항은 ‘의사 등이 부녀의 승낙을 받아 낙태하면 2년 이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다만 모자보건법에 따라 임신으로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거나, 강간으로 임신된 경우 24주 이내에서 낙태를 허용해 왔다.

헌재의 이 같은 결정 이유를 보자. 헌재는 이날 “여성은 임신 유지로 인한 신체적·심리적 부담, 출산과정에 수반되는 신체적 고통·위험을 감내하도록 강제당할 뿐 아니라 이에 더하여 다양하고 광범위한 사회적·경제적 고통까지도 겪을 것을 강제당하는 결과에 이르게 된다”면서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했다”고 설명했다. 태아의 생명 보호와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 사이에서 태아의 생명 보호를 단순하게 우선하는 방식의 논리는 “사실상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부정 내지 박탈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두 명의 재판관은 반대 의견을 냈다. 조용호ㆍ이종석 재판관이 그들이다. 이들은 “태아는 인간으로서 형성되어 가는 단계의 생명으로서 인간의 내재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면서 “인간의 존엄성의 정도나 생명 보호의 필요성과 관련하여 태아와 출생한 사람 사이에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태아의 생명권은 인간과 동일하게 인정되어야 한다는 취지다. 만일 낙태를 처벌하지 않으면 낙태가 더욱 많아질 것이고, 태아의 생명을 보호할 다른 수단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이유도 함께 꼽았다.

헌재는 지난 2012년 낙태죄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었다. 그 뒤 7년 만에 달라진 헌재 인적 구성과 사회적 분위기에 힘입어 사실상 위헌인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1953년 낙태죄 조항 도입 이후 66년만이다. 위헌 결정을 위해서는 재판관들 중 6명이 위헌이라는 의견을 내야 한다. 2012년 낙태죄에 대한 위헌 여부를 판단했을 때 8명의 재판관 가운데 절반인 4명이 위헌 의견을 냈지만 6명에 미치지 못해 합헌 결정이 나왔다.

이제 낙태죄는 없어지게 됐다. 2020년 12월 31일까지 대상 조항이 개정되지 않으면 바로 효력을 잃는다. 재판부는 낙태죄로 기소되더라도 이러한 점을 감안해 선고할 것으로 보인다. 나도 낙태죄 폐지에 찬성했던 바다. 여성계와 함께 헌재 결정을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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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오풍연/poongyeon@naver.com

약력

서울신문 노조위원장,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12권의 에세이집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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