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의 이슈파이팅] 나도 그날이 잊혀지지 않는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날이다. 당시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으로 있었다. 그날 사설도 내가 썼다. 정확한 사망 숫자도 알 수 없었다. 배가 침몰하면서 차가운 바닷물에 아비규환이 될 참상을 썼던 기억이 난다. 하루 종일 TV 곁을 떠나지 못했었다.
나도 학생들을 추모하는 마음에서 약 한 달 가량 페이스북에 글을 쓰지 않았었다. 그것이 그들에게 보내는 나의 마지막 마음이라고 생각했다. 누구나 자숙해야 된다는 의미였다. 아직도 5명은 시신조차 찾지 못했다. 이후 세월호는 우리 사회 아픔의 상징이 됐다. 오늘 새벽도 숙연해진다.
어제 저녁 조금 늦게 자 새벽 2시 20분쯤 일어났다. 나는 눈을 뜨자마자 아침부터 먹는다. 군고구마와 봉지 커피 한 잔으로 아침을 때웠다. 그리고 오풍연 칼럼을 쓰기 위해 밤 사이 뉴스를 검색했다. 차명진이라는 전 의원의 이름이 검색어 상단을 차지했다. 아니나다를까 사고를 쳤다. 세월호 유족에 대해 입에 담지 못할 악담을 했다.
제정신에 썼는지 의심할 정도였다. 차명진은 15일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을 향해 “자식의 죽음에 대한 세간의 동병상련을 회 쳐먹고, 찜 쪄먹고, 그것도 모자라 뼈까지 발라먹고 진짜 징하게 해쳐 먹는다”고 막말을 쏟아냈다. 말도 거칠지만 증오가 가득찬 적개심이 느껴진다. 어떻게 국회의원을 지낸 사람이 이런 말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소름이 돋는다.
그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지구를 떠나라. 지겹다”고도 했다. 이어 “개인당 10억의 보상금 받아 이 나라 학생들 안전사고 대비용 기부를 했다는 얘기 못 들었다”면서 “귀하디 귀한 사회적 눈물 비용을 개인용으로 다 쌈 싸먹었다. 나 같으면 죽은 자식 아파할까 겁나서라도 그 돈 못 쪼개겠다”라고 했다.
차명진의 막말을 계속 이어진다. “이 자들의 욕망은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세월호 사건과 아무 연관 없는 박근혜, 횡교안(황교안)에게 자식들 죽음에 대한 자기들 책임과 죄의식을 전가하려 하고 있다”면서 “좌빨들한테 쇄뇌(세뇌)당해서 그런지 전혀 상관 없는 남탓으로 돌려 자기 죄의식을 털어버리려는 마녀사냥 기법을 발휘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자식 팔아 내 생계 챙긴 거까지는 동시대를 사는 어버이의 한 사람으로 나도 마음이 아프니 그냥 눈 감아줄 수 있다”면서 “그러나 에먼(애먼) 사람한테 죄 뒤집어 씌우는 마녀사냥은 사회를 병들게 하고 해당자를 죽이는 인격살인”이라고 퍼부었다.
차명진은 스스로 사회지도층, 지성인이라고 할 게다. 그의 비뚤어진 정신세계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원래부터 그런 마음을 품어왔다는 것이다. 자기의 민낯을 세월호 참사 하루 전날 드러낸 셈이다. 비록 원외이기는 하지만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 같다. 행여 일부 극우들의 지지를 받을지는 모르겠다. 그렇다하더라도 한참 잘못 됐다. 모두가 경건해야 될 날, 대형사고를 쳤다. 유가족 앞에 정식으로 사과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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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오풍연/poongyeon@naver.com
약력
서울신문 노조위원장,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