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 가는 성수동 수제화거리...1년만에 170여곳 폐업
사라져 가는 성수동 수제화거리...1년만에 170여곳 폐업
  • 김한빛 시민기자
  • 승인 2019.04.17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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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총 제화지부' 진입 후 제화공 줄파업, 공임비 30~50% 올라

[서울이코노미뉴스 김한빛 시민기자] 국내 최대 규모의 수제 구두 생산 단지인 서울 성수동 수제화 거리에서 최근 공장들이 줄줄이 폐업하고 있다. 성수동 수제화 거리는 서울지하철 2호선 성수역을 중심으로 5㎞ 반경에 수제화 공장 300여 곳과 부자재 판매상 200여 곳이 몰려있는 산업단지다.

지난 1월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찾아와 구두를 맞추고 상인들을 격려했다. 여기에다 복고풍 감성을 타고 카페와 갤러리가 들어서면서 일대가 크게 떴다.

하지만 동네 인기는 건물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졌다. 경기 불황은 계속 진행 중이다. 여기에다 최근 법상 개인사업자로 돼 있는 제화공들의 공임(工賃·신발 한 켤레를 만들 때 제화공에게 돌아가는 비용) 상승까지 덮쳤다. 삼중고에 시달리는 업체들이 수십 년간 유지해 온 회사 문을 닫고 성수동을 떠나고 있는  것이다.

서울 성동구 집계에 따르면 성수동 수제화 업체는 2월 현재 325곳이다. 지난해 초까지는 500곳 안팎이었다. 불과 1년여 만에 약 170곳이 사라졌다. 

성수동 상인들은 위기를 초래한 원인 중 하나로 민노총을 꼽는다. 민노총 제화지부의 개입으로 제화공들의 임금 투쟁이 잇따르면서 업체들이 인건비 상승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성수동 수제화 업체는 유명 장인이 만들어 파는 고유 브랜드 공장과 주문자상표부착생산방식(OEM)으로 제품을 만드는 유명 구두 회사의 하도급 업체로 나뉜다. 

민노총은 지난해부터 하도급 업체를 공략하기 시작했다. 작년 4월 서울 관악구 봉천동 탠디 사업장에서 민노총 제화지부의 주도로 파업이 일어났다. 회사 측은 제화공 공임을 켤레당 평균 6500원에서 9000원으로 38% 올렸다.

여파는 제화 업체가 밀집한 성수동에까지 미쳤다. 민노총 제화지부는 지난해 6월 성수동 세라제화 본사, 지난해 9월 성수동 코오롱FnC 등에서 공임 인상 등을 주장하며 시위를 벌였다. 대략 30~50% 가량 올랐다는 것이 상인들의 주장이다.

유명 브랜드들이 모두 제화공에게 지급하는 공임을 올리면서 하청업체들 역시 도미노처럼 공임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 하청을 받는 처지라 마진율도 적은데 설상가상으로 인건비 부담까지 떠안게 된 것이다.

한 하청업체 대표는 “영세 업체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제화공들이 공임비 인상을 요구하다 결국 일자리를 잃게 된 것 아니냐"면서 "구두 업계의 현장을 제대로 모르는 민노총이 개입해 기술자들이 제 무덤을 파게 한 셈"이라고 말했다. 

40년 넘게 성수동에서 구두를 만들어온 전태수 장인은 "하루아침에 도산해 문을 닫은 가게가 많다"면서 "이 거리마저 없어지면 '메이드 인 코리아' 수제화의 명맥이 끊길 것"이라고 걱정했다.

제화공들도 걱정이 크다. 하도급 업체의 한 제화공은 "작년까지만 해도 하루 20켤레 이상은 만들었는데 요즘엔 기껏해야 10켤레만 만든다"면서 "공임이 올라도 일감이 없으니 돌아오는 돈은 더 줄었다"고 말했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제화공들의 경쟁력 향상을 위한 교육이나 영세 업체들에 대한 지원책이 마련되기도 전에 노조 요구로 임금부터 올려버리니 결과적으로 기술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노총 제화지부 관계자는 "최근 성수동 수제화 거리가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나 공임 인상을 원인으로 볼 수 없다"면서 "백화점 입점 수수료가 40%에 육박해 하도급 업체 측에 부담이 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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