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의 이슈파이팅] 공무원 등 실무자들이 태극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다. 구겨진 태극기를 비치했다가 인사조치까지 당했으니 말이다. 사실 우리 태극기는 앞뒤를 가리기가 조금 어렵다. 뒤집어 놓아도 눈여겨 보지 않으면 지나치기 십상이다. 국경일에 거꾸로 태극기를 게양한 가정도 적지 않게 본다. 물론 국가 행사에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국기가 뉴스가 되는 나라도 대한민국이 아닌가 싶다. 최근 일련의 일들이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6일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에 나선 가운데 문 대통령이 탄 전용기에 태극기가 거꾸로 걸렸다가 출발 전 바로 잡히는 일이 벌어졌다. 문 대통령의 출국 당시 취재단이 촬영한 사진에는 전용기 앞부분에 걸린 태극기가 위아래가 뒤집힌 채 걸려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다만 문 대통령 출발 전 청와대 비서진이 이를 발견했고, 결국 바로 잡고서 비행기가 이륙할 수 있었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 실무자의 부주의를 탓하지 않을 수 없다. 청와대가 직접 해명했다. 기자단에 보낸 메시지에서 "대통령 환송 행사 전 태극기에 이물질이 묻은 것을 발견한 대한항공 실무자가 새 태극기로 교체하는 과정에서 착오로 태극기를 거꾸로 걸었다"면서 "이를 인지한 뒤 다시 정상적으로 걸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운항은 대한항공이 책임지고 있지만, 전체적인 관리 책임은 공군에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4일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국-스페인 차관급 전략대화 회담장에 스페인 국기와 함께 구겨진 태극기가 세워져 논란이 일기도 했다. 누가 보더라도 민망했다. 사전에 누구 하나 챙기지 않았다는 얘기다. 외교부는 나흘 뒤인 7일 담당 과장의 보직을 해임했다. 이를 두고 지나치지 않느냐는 지적도 나왔다. 어쨌든 국가행사에서 구겨진 태극기를 내건 것은 실수다.
지난 10일(현지시각)에는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워싱턴을 찾은 문 대통령을 맞이한 미국 의장대가 빛바랜 태극기를 사용해 외교 결례라는 지적을 받았다. 당시 미국 의장대가 사용한 태극기는 태극 문양의 파란색 부분이 하늘색에 가까웠다. 논란이 일자 미국 쪽은 빛바랜 태극기를 교체한다는 소식을 전해 왔단다. 적절한 조치로 본다.
태극기는 대한민국을 상징한다. 각 나라도 자기네 국기를 신주 단지 모시듯 한다. 애국심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우리 태극기가 수모를 당한 것은 분명 잘못이다.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하지만 보직 해임까지 한 데는 씁쓸한 생각도 든다. 나만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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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오풍연/poongyeon@naver.com
약력
서울신문 노조위원장,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