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의 이슈파이팅] 지구상에서 가장 많이 팔린 옷은 어떤 옷일까. 청바지가 아닐까 싶다. 지하철을 타고 한 번 훑어 봐라. 10명 중 서너 명은 청바지 차림이다. 압도적이라고 할 수 있다. 외출복으로 자리잡은 지는 오래 됐다. 너도 나도 청바지다. 나도 2년 전부터 청바지만 입는다. 지금은 청바지 예찬론자가 됐다. 여태껏 입었던 어떤 옷보다 편하기 때문이다.
전세계 패션의 아이콘이 된 청바지 역사가 그리 길지는 않다. 청바지는 실패를 딛고 일어선 대표적인 발명품으로 손꼽힌다. 청바지를 처음 발명한 사람은 바로 천막 천 생산업자였던 미국의 리바이 스트라우스(Levi Strauss, 1829~1902)다. 발명가의 이름을 딴 리바이스 청바지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다.
1850년 미국 서부는 골드러시로 법석을 떨고 있었다. 그러자 황금을 캐려고 몰려드는 사람들로 서부는 초만원을 이루었고, 전 지역이 천막촌으로 변해 갔다. 스트라우스는 이로 인해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었는데 어느 날, 군납 알선업자가 대형 천막 10만여 개에 들어갈 천막 천의 납품을 주선하겠다고 제의했다.
스트라우스는 3개월간 주문량을 만들어 냈으나, 군납의 길이 막히는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 발생했다. 홧김에 술집에 들른 그는 광부들이 모여 앉아 헤진 바지를 꿰매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그때 문득 천막 천으로 바지를 만들면 잘 닳지 않을 것이라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의 생각은 적중했고, 시장에 첫 선을 보인 이 제품은 광부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청바지의 시초라고 할 수 있다.
청바지는 빨아서 그냥 입으면 된다. 다릴 필요가 없다. 때도 덜 탄다. 명품도 있지만 가격도 싼 편이다. 나도 2만~3만원대 청바지를 입는다. 몇 개 사서 입으면 지루하지도 않다. 지금까지 봄․여름용 4벌, 가을․겨울용 4벌을 샀다. 번갈아 입는다. 1986년 12월 입사한 뒤 2016년 10월 기자생활을 그만둘 때까지는 양복을 입었다. 그 양복을 30년만에 벗었다.
처음에는 청바지 대신 면바지를 입었다. 청바지를 입고 출근할 자신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청바지를 한 벌 샀다. 입어보니까 너무 편했다. 그래서 몇 벌 더 준비했다. 지금은 결혼식이나 장례식장에 갈 때도 청바지 차림으로 간다. 미리 양해를 구하기도 한다. 양복을 입지 않으면 예의가 없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있어서다.
미국 실리콘 밸리에서 왜 청바지를 많이 입겠는가. 실용적이라는 얘기다. 그들은 돈도 많이 번다. 그런데 대부분 청바지 차림이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자유복장을 권장하고 있다. 판교나 구로디지털단지에 가면 청바지 차림을 많이 볼 수 있다. IT기업들이 몰려 있는 까닭이다. 양복을 한 번 벗어 보아라. 세상이 달라진다. 이번에는 청바지를 입어 보라. 또 다른 세상이 보인다. 내가 청바지 예찬론자가 된 이유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오풍연/poongyeon@naver.com
약력
서울신문 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