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엔 그래도 희망이 있습니다
대한민국엔 그래도 희망이 있습니다
  • 오풍연
  • 승인 2019.04.23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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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서 삼각김밥 훔친 취준생에게 2만원 건넨 경찰이 한 달 뒤 겪은 일

[오풍연의 이슈파이팅] “아직 대한민국은 살만한 나라이다. 돈없어 밥굶는 사람에게 밥사먹으라고 돈주는 경찰. 당신은 진정한 대한민국의 훌륭한 경찰입니다.”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을 훔친 취준생에게 2만원을 건넨 경찰이 한 달 뒤 겪은 일이라는 기사에 달린 댓글이다. 모처럼 훈훈한 소식에 희망을 읽는다. 삼각김밥이라는 제목을 보고 클릭했다가 사건의 전모를 알게 됐다.

칭찬은 또 이어진다. “강남경찰서와 많이 다르네요. 경․검․사법부에 불신이 가득할 때 일산경찰서 경사님께서는 미래가 있는 젊은 청년에게 정직함과 남의 것을 탐하는 건 죄라는 걸 일깨워 주셨고 살아갈 희망을 주셨어요. 훌륭하십니다. 경사님이시면 호봉수가 몆년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급여가 팍팍하실텐데요. 존경합니다. 일산경찰서 경사님!~~~” 이처럼 경찰관이 여유가 있을 리는 없다. 선한 마음이 있었기에 지갑을 열었다고 본다.

삼각김밥을 훔쳐 경찰에 붙잡힌 취업준비생이 자신에게 2만원을 건네며 타이른 경찰관에게 돈을 갚겠다며 첫 월급을 타자마자 찾아온 사실이 22일 알려졌다. 이 취업준비생은 “이 돈을 꼭 갚기 위해 한 달간 열심히 일했다”고 말했다. 경기 일산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6일 고양시 일산서구의 한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을 훔친 혐의로 A씨(28)가 신고됐다. A씨는 현행범이었던 셈이다.

폐쇄회로TV(CCTV) 확인 결과 A씨는 닷새 전에도 이 편의점에서 조각 케이크 하나를 훔친 사실까지 밝혀져 절도죄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당시 취업 면접을 준비 중이던 A씨는 “생활고로 며칠 동안 제대로 된 식사 한 끼를 하지 못해 배고파서 편의점에 들어갔다가 훔치게 됐다”고 진술했다. A씨가 훔친 조각 케이크와 삼각김밥의 가격은 총 4500원이었다.

A씨의 사연을 들은 일산경찰서 강력2팀 이승동 경사는 조사를 마친 뒤 지갑에서 2만원을 꺼내 A씨에게 건넸다. “정직하게 살라는 의미로 빌려주는 것”이라는 말도 함께 했다. 그로부터 한달여가 흘렀다. A씨는 지난 17일 경찰서를 찾아왔다. 그사이 직장을 얻어 첫 월급을 타게 된 A씨가 이 경사에게 돈을 갚겠다며 음료수까지 사 들고 나타난 것. 이 경사는 외근 중이어서 직접 만나지는 못했다.

이 같은 사연은 A씨가 일산경찰서 홈페이지에 올려 알려지게 됐다. A씨는 “일주일 넘게 한 끼도 제대로 먹지 못했던 저는 그만 부끄러운 나쁜 범죄를 저질렀다. 담당 형사님께서 ‘아무리 힘들어도 범죄는 안 된다’는 깊은 뉘우침을 느끼게 해줬다”면서 “취조가 끝나고 딱히 벌이가 없던 제게 (이 경사가) 정직하게 살라는 의미로 빌려주는 거라며 2만원을 주셨고, 그 돈을 꼭 갚기 위해 한 달간 열심히 일했다”고 적었다.

그렇다. 사람은 누구가 실수를 할 수 있다. 이 청년처럼 뉘우치고 열심히 살면 된다. 이 경사에게도 박수를 보낸다. “당신은 진정한 민중의 지팡이입니다”. 청년과 경찰관의 인연은 두고두고 회자될 것 같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오풍연/poongyeon@naver.com

약력

서울신문 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12권의 에세이집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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