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손진주 기자] 의류, 식음료, 통신 분야 상당수 대리점들이 공급업자들의 ‘갑질’에 시달리는 것으로 드러났다. 업자들이 정해준 판매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공급받는 물량의 축소 등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 반품을 제대로 받아주지 않는 데 대한 불만도 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8일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의류·식음료·통신 등 3개 업종의 대리점 거래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11월 20일부터 12월 14일까지 3개 업종의 188개 공급업자와 6만337개 대리점을 대상으로 유통구조, 가격·반품·영업정책, 창업비용 및 매출규모, 불공정거래 행위 경험, 개선 희망사항 등 7개 주요항목에 대한 심층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불공정거래 행위를 경험했다는 응답률은 의류가 38.6%, 식음료 24.6%, 통신 분야는 40.2%였다.
공정위에서 권고하는 표준계약서 사용여부에 따라 불공정거래를 경험한 비율은 3~4배 차이를 보였다. 의류업종의 경우 표준계약서를 사용한 대리점에서 불공정거래를 경험했다는 곳은 25.4% 수준이었지만, 표준계약서를 사용하지 않는 곳은 72.3%까지 올라갔다.
의류업종에서는 판매목표 강제(10.5%)가 주요 불공정거래행위 유형으로 꼽혔다. 의류업종은 제조사가 대리점에 판매를 위탁해 영업을 하고 있다. 공급업체는 판매목표 달성도에 따라 수수료를 대리점에 지급한다. 판매목표 설정은 합법적인 행태이지만, 만약 공급업체가 판매목표 미달을 이유로 불이익을 준다면 대리점법 위반이 될 수 있다.
식음료 분야에서는 유통기한이 짧은 상품의 특성상 반품 관련 불이익 제공(9.5%)에 대한 불만이 가장 많았다.
통신 분야의 경우 판매목표를 강제한다는 응답(22.0%)과 대리점이 받는 수수료 내역이 정확하게 공개되지 않아 수수료가 적게 지급된다는 응답(12.2%)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고병희 공정위 유통정책관은 “유통기한이 짧은 식음료 제품의 특성상 반품의 위험이나 비용을 공평 부담하도록 유도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표준계약서 보급을 확산시켜 불공정 거래의 자율적 개선을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식음료와 의류업종의 표준계약서는 개정하고, 통신 분야의 표준계약서는 새로 제정해 보급하기로 했다.
한편 대리점 창업비용과 관련해 ‘2억원 미만’이라는 응답이 의류는 53.2%, 통신은 70.0%, 식음료는 75.5% 등으로 가장 많았다.
대리점의 연간 매출액 규모는 ‘3억원 미만’이 의류 45.4%, 통신 62.5%, 식음료 50.1%로 가장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