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박미연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연루된 국정농단 뇌물 사건 대법원 상고심이 임박한 가운데 삼성그룹이 '혼비백산'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사건이 경영권 승계와 연결된 정황이 속속 드러난 탓이다.
결정적인 스모킹 건(smoking gun/확실한 증거)은 무려 4조5천억원대 분식회계 의혹을 받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직원을 통해 회사 공용서버를 빼돌린 정황이다. 검찰은 7일 삼성바이오로직스 공장 바닥을 뜯어 숨겨져 있던 서버 본체를 확보했다.
검찰은 해당 장소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은닉된 서버와 노트북 등을 확보했다. 검찰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증거자료를 공장 바닥의 마루를 뜯고 그 위를 덮는 방식으로 은닉하고 있었다.
검찰은 삼성이 그룹 차원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를 감추기 위해 증거인멸을 하는 등 조직적으로 대응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삼성 바이오에피스 양모 상무와 이모 부장을 증거인멸 등 혐의로 구속해 수사 중이다.
검찰은 수사에 대비해 공장바닥을 뜯고 증거를 은닉한 만큼 이번 일에 개입한 인물들이 더 있을걸로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선고를 늦추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검찰 "삼성바이오로직스 측, 증거자료를 공장 바닥의 마루 뜯고 그 위를 덮는 방식으로 은닉"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 출발점은 에버랜드이다. 에버랜드가 이름을 바꾼 것이 제일모직이다. 제일모직은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쟁점에 있는 삼성물산과 합병한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등 계열사 주식을 다량 보유한 사실상 그룹의 지배회사이다. 삼성물산 주식을 가지고 있지 않던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과 삼성물산과의 합병을 통해 그룹의 지배력을 넓힐 수 있었다.
이 부회장이 실질 지배하고 있는 제일모직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 합병에 유리하다. 제일모직이 최대주주인 삼성바이오로직스(지분 43%)의 가치를 높여 덩달아 제일모직의 가치를 높여야 했다.이 과정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최대주주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가치를 분식회계를 통해 높이는 방법이 동원됐다는 의혹이다,"
이상은 삼바 분식회계와 이재용 경영권 승계작업과의 연관성을 집중 파헤치고 있는 검찰이 그리고 있는 삼성수사의 밑그림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송경호 부장검사)는 7일 삼성바이오 보안 실무 책임자인 A씨에 대해 증거인멸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앞서 검찰은 삼성바이오 자회사인 삼성에피스 팀장급 직원을 증거 인멸 등 혐의로 긴급체포한 데 이어 삼성바이오 직원의 영장을 청구했다.
A씨는 지난해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대한 금융감독원 조사가 시작된 후 최근까지 검찰 수사에 대비하기 위해 회사 공용서버를 떼어내 다른 곳으로 옮기고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회사서류 등을 폐기하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의 후신인 삼성전자 사업지원 TF의 지시를 받아 이같은 일을 꾸민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실무자급 직원이 윗선 지시 없이 회사 서버를 숨기기는 어렵다고 보고 그룹 차원에서 증거 인멸을 지시한 정황이 있는지 조사하고 있다.
옛 미전실, 2014년 삼성에피스 美 나스닥 상장 준비...'콜옵션 평가 불가능' 종전 주장 배치
삼성그룹 옛 미래전략실이 지난 2014년 삼성에피스의 미국 나스닥 상장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스닥에 상장하려면 삼성에피스와 미국 업체 바이오젠이 보유한 ‘콜옵션’에 대한 가치평가를 해야하기 때문에 '2014년 이전에는 콜옵션 평가가 불가능했다’는 삼성의 주장과 배치된다.
미전실은 2014년 삼성바이오에 삼성에피스의 나스닥 상장을 준비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삼성바이오는 바이오젠이 보유한 콜옵션 가치를 매겼다고 한다. 이같은 내용을 기업 공시에 포함했다면 조 단위였던 삼성바이오 기업 가치평가는 불가능했고 삼성바이오가 완전자본잠식에 이를 수도 있었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검찰은 삼성 쪽 임직원 진술, 압수수색 등을 통해 확보한 내부 자료를 통해 이런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내용들은 삼성바이오의 주장과는 상반된다. 금융당국은 삼성바이오가 회계에 ‘부채’로 잡히는 콜옵션이 있다는 사실을 고의로 누락(2012~14년)하고, 자본잠식을 피하기 위해 자회사인 삼성에피스의 회계처리 기준을 변경(2015년)했다며 행정제재를 내렸다.
이에 삼성바이오는 ‘2014년까지는 콜옵션 가치를 평가할 수 없어 재무제표에 반영하지 않았다’, ‘삼성에피스의 나스닥 상장은 2015년 중반부터 추진했다’고 주장해왔다. 서울행정법원은 이런 주장을 받아들여 지난해 말 금융당국이 삼성바이오에 내린 행정제재 집행을 중단시켰다.
그러나 미전실 지시로 2014년 삼성에피스와 콜옵션 가치평가를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삼성측 주장의 신빙성이 떨어지게 됐다.
앞서 삼성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증거인멸을 시도한 정황이 드러났다.
검찰은 지난 3일 삼성에피스 팀장급 직원의 자택에서 회사 재경팀이 쓰던 서버 본체를 발견해 분석하고 있다. 검찰은 해당 서버가 삼성바이오에피스 설립 초기부터 지난해까지 사용된 것으로 보고 정밀 분석을 의뢰한 상태다. 회사가치를 부풀리려 '콜옵션'을 숨겼다거나, 자본잠식을 피하려고 회계처리 기준을 변경했다는 의혹이 집중적으로 제기된 시기다.
검찰은 삼성바이오에피스 직원들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뜻하는 'JY'나, 박근혜 전 대통령을 뜻하는 'VIP' 등을 검색해 관련 자료를 삭제한 정황을 포착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서버분석 결과를 토대로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의혹도 들여다볼 방침이다.
또 일련의 증거 인멸 과정에 옛 미래전략실의 후신인 삼성전자 사업지원 대응팀까지 개입한 것으로 보고 그 이유와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박 의원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법원이 상고심 판결을 서두르고 있다"고 전제한 뒤 이 부회장 뇌물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검찰의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사기 사건 수사 이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