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나 지금이나, 중산층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예나 지금이나, 중산층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 권의종
  • 승인 2019.05.08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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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게 ‘기합’받는 중산층에 정부로부터의 따뜻한 ‘기업(氣up)’만큼 힘 될 게 없어...정책 지원 시급하고 절실

[권의종의 유대인소비학] 중세 도시에서 주민의 핵심은 상인과 수공업자들이었다. 상업이 활발해지자 그들은 상품의 선택과 수송, 선박의 수리와 단장, 수레와 상자 제조 등 필요한 물건과 부속품을 생산하고 유통했다. 도시 인구가 점차 늘어나자 외부로부터 제빵업자, 양조업자, 대장간, 푸줏간, 대부업을 하는 상인들이 모여들었다. 여기에는 상당수 유대인이 포함되었다.

도시는 입지적으로 방어하기 좋은 성채 근처에 생겼다. 성태 바깥에 몰려든 상인들은 시장을 만들고 집을 지었다. 주변에 새로운 성벽을 쌓아 도시를 보호했다. ‘성벽 안에 사는 사람’이라는 뜻의 ‘부르주아(bourgeois)’라는 별칭이 이때 붙여졌다. 부르주아의 개념이 성(Burg) 안에 사는 사람 브르거(Burger)에서 유래되었다. ‘도시 사람’이라는 뜻으로 성 밖에 사는 ‘시골 사람’과 대비된 호칭이었다.

부르주아는 근대에 와서 절대 왕정의 중상주의 경제 정책으로 부를 축적한 유산 계급으로 시민 혁명의 주체가 되었다. 그 이전에는 상당한 부를 소유했음에도 왕과 귀족의 지배를 받는 피지배 계급에 불과했다. 중세의 숙명론적 봉건 윤리를 퇴장시키고 소유의 욕망을 긍정하여 역사 발전을 진보시키며 사회의 주체 세력으로 등장했던 당당한 그들이다.

현대적 개념의 부르주아는 경제적 수준이나 사회문화적 수준이 중간 정도인 중산층으로 정의될 수 있다. 소득이 안정되고 여가와 소비생활을 영위하는 사회 집단을 지칭한다. 경영 관리직, 전문직 및 기술직 종사자 등 사회적 중간 계층과 도시 자영상인과 농촌 자영농 등이 이에 속한다 할 수 있다.

역사발전과 사회진보 주도한 중세 ‘부르주아’... 부의 쏠림 심화로 무너지는 현대 ‘중산층’

근자에 와서 이런 중산층이 무너지고 있다. 범세계적인 추세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세계 주요 국가들에서 중산층의 경제력이 지난 30년간 40%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경제규모의 성장세를 감안하면 중산층의 경제력 약화는 소수 고소득 계층으로의 부의 쏠림이 심화됨을 의미한다. OECD는 전체 중산층 가구의 20%가 소득보다 지출이 많고, 8가구 중 1가구는 부채 규모가 자산의 75% 이상일 것으로 추정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부익부 빈익빈 현상 등으로 중산충이 빠르게 무너져 내리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발간한 '2017년까지의 최상위 소득 비중'을 보면 우리나라 상위 10% 집단의 소득 비중이 50.6%로 절반을 넘었다. 그중에서도 최상위 1% 집단의 소득 비중은 15.26%에 달해, 상위 집단 내에서도 양극화가 점입가경이다. 중산층 감소가 뚜렷해지고 있다.
 
중산층이 무너지면 소비가 줄고 경제가 흔들린다. 정치적 경제적 불안정성을 키우고 성장과 투자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중산층 붕괴를 막는 정책 마련이 시급한 이유다.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 교수는 부의 불평등 완화를 위해 누진적인 자본세 부과를 제안했다. 그는 “더 균등하고 역동적인 사회경제로 이행하려면 정치적 역할이 중요하다”며 ‘불평등에 맞서는 정치’를 요청했다.

실제로 일자리 창출, 중소기업 지원 강화, 중산층 조세부담 경감, 공공요금 등 필수 생활비용 인상 억제 등 세심하고 폭넓은 정책적 후원이 더없이 긴요한 시점이다. 성장 둔화와 경기 침체 과정에서 힘들게 ‘기합’받는 중산층에게 정부로부터의 따뜻한 ‘기업(氣up)’만큼 힘 될 게 없다. 중산층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중세가 그랬고 근대가 그랬다. 현대는 더더욱 그러하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경제칼럼니스트
-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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