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최현정 시민기자] 캡틴 아메리카, 아이언맨, 헐크, 닥터 스트레인지, 스파이더맨 등 마블의 인기 캐릭터 피규어를 제작해 온 홍콩 업체 '핫 토이즈 리미티드'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았다. 국내 수입업체들에게 최저판매가격을 지정하고 할인판매를 막았다는 이유에서다. 시장경쟁을 제한하고 소비자 권익을 침해함으로써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9일 핫 토이즈의 이러한 불법행위를 적발, 시정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핫 토이즈는 2013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국내 수입업체들과 구매조건 계약서를 체결하면서 핫 토이즈가 지정한 최저가격을 준수하도록 하는 규정을 강요했다. 이를 위반하면 판매거절, 주문취소 등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조항도 계약서에 포함시켰다.
'선주문 후판매' 방식으로 유통되는 피규어 제품 특성상 수입업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이 같은 불공정 계약을 수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통 피규어 제품 유통은 수입업자가 소비자로부터 선주문을 받은 후 제조업체와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3~18개월 후 완제품을 공급받아 판매하는 구조로 이뤄진다. 계약서 규정을 안 받아들이면 수입 자체가 어려워지는 것이다.
핫 토이즈는 수입원에게 보낸 신제품 선주문 안내 메일에도 온라인 최저가격을 명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핫토이즈가 가격 하한을 정해주면서 국내 온라인 업체가 판매하는 피규어 가격은 모두 그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공정위가 지난해 5월 온라인 판매처별로 피규어 신제품의 선주문 가격을 조사한 결과 '어벤져스 인피니티워 아이언맨·스파이더맨' 제품의 온라인 판매가격은 27만7000원, '어벤져스 인피니티워 닥터스트레인지' 제품 가격은 28만5000원으로 동일했다.
피규어는 캐릭터를 본 딴 인형으로 이른바 ‘키덜트’ 시장이 확대되면서 수요가 커지고 있다. 핫 토이즈에서 생산한 피규어는 실물에 가까운 정교함 때문에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영화 '어벤저스' 시리즈의 흥행 성공으로 아이언맨, 스파이더맨, 닥터 스트레인지 등 관련 피규어 수요도 확대되고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핫 토이즈의 수입업자에 대한 행위는 공정거래법이 금지하는 ‘재판매 가격 유지’에 해당한다. 사업자가 다른 사업자에게 가격을 강제하고 이를 규정한 계약조건을 강요하는 행위다.
핫 토이즈의 행위는 온라인 시장 판매업체들간의 자율적 가격경쟁을 제한해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침해했다는 게 공정위 설명이다.
공정위의 시정명령에 따라 핫 토이즈는 해당 행위 금지, 수입업체에 대한 위반사실 통지 등 조치를 취해야 한다.
공정위 관계자는 "핫토이즈는 지난해 11월 공정위 조사과정에서 구매조건 계약서의 가격책정 부분을 자진해 시정했고, 선주문 안내 메일에 제시한 가격은 참고 가격임을 안내하는 한편, 불이익을 주겠다는 등의 문구를 삭제했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이어 "이번 조치를 통해 사업자들은 피규어 제품을 온라인에서 유통시키는 과정에서 경쟁을 통해 가격을 매길 것이고, 소비자들은 다양한 가격을 비교한 후 제품을 구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