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중소 거래업체 ‘쥐어짜기 갑질’...수수료 인상, 공급단가 인하 강요
쿠팡, 중소 거래업체 ‘쥐어짜기 갑질’...수수료 인상, 공급단가 인하 강요
  • 김준희 기자
  • 승인 2019.05.10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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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켓배송’ 납품업체에 단가 최대 15% 올리라고 요구
상당수 업체 “계약 해지하겠다”며 반발

[서울이코노미뉴스 김준희 기자] 온라인 쇼핑몰 쿠팡이 직매입 상품을 납품하는 업체들에게 공급단가의 대폭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온라인 장터, 즉 오픈마켓을 이용하는 업체들에게는 판매수수로 인상을 통보했다. 대규모 적자 누적이 그 배경이다.

대부분 중소 규모인 해당 업체들 가운데 상당수는 일방적으로 단가를 후려치는 ‘갑질’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일부 업체들은 계약 해지를 검토하고 있다.  

쿠팡은 경쟁 업체들과 차별화된 독자적인 영업방식을 구사해왔다. 

우선 위탁판매보다 직매입 판매 비중이 매우 높다. 직매입 판매란 납품업체에서 상품을 직접 사들여 이를 소비자에게 다시 파는 형태를 일컫는다. 상품 가격이 그대로 자기 매출이 된다. 다른 경쟁업체들은 위탁판매를 하기 때문에 수수료만 매출로 잡는다.

그리고 택배업체를 직접 운영한다. 그러면서 내세운 서비스모델이 ‘로켓배송’이다. 소비자에게 주문을 받으면 당일, 늦어도 다음날까지는 배달해주는 ‘익일배달’을 경쟁력으로 강조한다. ‘익일배달’ 약속을 어기는 사례도 간혹 나타났지만 공휴일에도 배달이 가능하기 때문에 선호도가 높다.

이를 위해 쿠팡은 전국에 24개 물류센터를 보유 중이다. 물류센터에서는 직매입한 상품을 보관하고, 주문받은 상품을 포장해 배송캠프로 보낸다. 1000대가 넘는 배송트럭도 갖추고 있다. 주문 상품을 물류센터 현장에서 찾아내 포장하고 배달하는 일사불란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느니 택배 시간이 빠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직매입과 택배업체 직영에는 취약점이 있다. 매출 규모는 커지지만 재고를 떠안아야 하고, 택배용 차량이나 기사도 직접 운영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도 훨씬 커진다. 

쿠팡은 지난해 1조971억원의 영업 손실을 냈다. 최근 4년간 누적적자는 3조원에 이른다. 

본래는 소셜커머스 업체로 출발했던 쿠팡은 2010년 8월 온라인 쇼핑몰 업체로 변신했다. 불과 9년 전이지만 어느 새 업계 3위로 성장했다. 쿠팡의 지난해 거래액은 8조원이다. 업계 1위 이베이코리아(16조원)와는 차이가 나지만, 2위 11번가(9조원)에게는 거의 따라 붙었다. 그러나 비용 부담이 워낙 크다 보니 적자 국면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다.

쿠팡이 납품업체들에게 요구한 공급단가 인하 폭은 적게는 5%에서 많게는 15%에 이른다. 

5% 인하를 요구받은 중소 납품업체 A사 관계자는 "쿠팡의 요구대로 공급단가를 인하하면 대형마트를 비롯한 다른 곳도 똑같이 가격을 낮춰야 한다"면서  "경제침체로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데, 요구가 지나치다보니 난감하다"고 말했다. 

쿠팡이 오픈마켓 이용 업체들에게 받는 판매수수료는 최대 15%다. 여기에는 이른바 ‘쿠런티’가 포함돼 있다. 쿠런티란 쿠팡에서 물건을 샀는데 그보다 싼 물건이 있으면 차액을 돌려주는 제도를 일컫는다. 쿠팡과 영어 개런티를 합성한 조어다. 해당 업체로선 상당한 부담이다. 

여기에다 쿠팡은 광고비와 ‘성장장려금’(판매 장려금)도 올렸다. 판매 장려금은 납품업체가 상품 판매를 촉진한다는 명목으로 유통업체에 지급하는 돈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013년 ‘판매 장려금’에 대한 규제안을 마련한 이후 그 명칭은 사라졌으나 유통업계에는 아직도 다른 명목으로 남아 있다. 

쿠팡으로부터 광고비와 성장장려금의 2배 인상을 요구받은 B사는 납품계약 해지를 검토하고 있다. B사 관계자는 "쿠팡의 요구를 받아들이면 연간 100억원 이상의 적자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수 업체들은 계약해지까지는 생각 못한다는 입장이다. 별다른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계약을 해지하면 매출에 큰 타격을 받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공정위는 쿠팡의 일방적 요구가 관련법에 위반될 수도 있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업체와 계약 기간 중에 일어난 일이라면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쿠팡 측은 "현재 대형마트보다 공급단가가 비싸 이를 비슷한 수준으로 맞추기 위한 거래 정상화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이 진단하는 쿠팡의 앞날은 회의적이다. 매출이 커질수록 비용도 늘어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2018년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쿠팡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64.7% 늘어난 4조4227억 원, 비용은 66% 증가한 5조5198억 원이다. 매출이 증가할 때 비용도 동일한 비율로 증가했다. 서비스 이용수수료, 운반 및 임차료, 소모품 등 매입, 세금과 공과금 등의 항목도 59~67%로 늘어 매출 증가폭과 일치하는 수준으로 증가했다.
 
비용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은 3조6726억 원이 쓰인 ‘재고자산의 변동과 매입’이었다. 물품을 직매입해서 판매하는 비즈니스 구조 때문이다.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항목은 ‘광고 선전비’다. 쿠팡은 광고 선전비로 전년 538억 원 대비 187% 증가한 1548억 원을 썼다.
 
한 전문가는 “매출은 성장하되 비용 증가는 멈춰야 하는데, 쿠팡은 비용 증가폭도 함께 커지고 있다. 쿠팡은 출혈 경쟁을 통해 국내 물류시장을 지배하겠다는 생각이겠지만, 물류시장엔 대기업이 버티고 있어 쉽지 않을 것이다. 출구전략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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