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이종범기자] 금융소비자원(원장 조남희)이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을 최태원 SK 회장 개인에게 불법 대출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한국투자증권을 검찰에 고발했다.
금소원은 16일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불법 대출과 관련해 한국투자증권과 유상호 전 대표 등 관련자들을 사기, 증거인멸, 증거은닉, 자본시장법의 부정거래행위 위반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금소원은 "자본시장법상 초대형 IB는 발행어음으로 기업금융 외에 대출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투자증권이 발행어음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개인대출에 활용한 것은 명백한 사기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는 자본시장의 근본질서를 훼손한 것인데다 관련 자료를 은폐한 의혹까지 있다”면서 “부정거래 등 명백한 범죄 행위를 실체적으로 밝혀내어 책임을 물어야한다"고 강조했다.
한국투자증권은 2017년 11월 국내 처음으로 발행어음 사업을 인가받고 이후 1년간 4조원 이상을 판매했다.
그런데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 가운데 1673억원을 특수목적회사(SPC)인 키스아이비제16차에 대출해줬다. SPC는 이 자금으로 SK실트론 지분 19.4%를 인수했다.
그런데 이 SPC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맺고 있었다. 이를 통해 최 회장은 주가 변동에 따른 이익이나 손실을 부담하는 대신 자기 자금 없이 SK실트론 지분 19.4%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금감원은 이에 대해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자금이 실질적으로 최 회장 개인을 위해 활용된 것으로 보고 일단은 법 위반이라고 해석했다. 그리고 한국투자증권에 기관 경고, 임원 해임 권고, 일부 영업정지 등의 중징계 조치안을 사전 통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금감원은 사전 통지 이후 구체적인 제재를 아직까지도 확정하지 않고 있다. 여기에다 금융위원회는 자문기구의 유권해석을 내세우며 면책해주려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행위들은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 초기에 보였던 금융위의 행태와 비슷하다고 금소원은 주장했다. 금소원은 금융위와 금감원의 조치를 믿을 수 없어서 검찰에 고발한 것이라고 밝혔다.
금소원은 TRS 거래가 위험회피를 위해서만 이뤄져야 하는데 최 회장과 SPC 사이의 거래는 위험회피를 위한 거래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거래 당시 SK실트론의 주가가 크게 상승했기 때문에 이는 최 회장 개인의 이익을 위한 거래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금감원이 당초 "최 회장이 SK실트론 주식을 직접 사지 않았고, 사실상 증권사가 대신 보유하면서 SK실트론의 주가 변동에 수익과 손실을 가져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고 보고 있다"고 판단했던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는 설명이다.
금소원은 "한국투자증권의 행위가 불법인데도 금융위 등이 비호·유착세력으로 유·무형의 행위를 해오고 있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면서 "검찰은 즉시 한국투자증권과 금융위, 금감원을 압수수색해서 자본시장의 검은 실체를 신속해 밝혀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