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도시 하셈’ 원칙...정직은 유대인 상거래의 기본
‘키도시 하셈’ 원칙...정직은 유대인 상거래의 기본
  • 권의종
  • 승인 2019.05.23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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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불안하고 고객 흔들리면 거래 끊겨...가격정찰제 정착시켜 전통시장 살려내자

[권의종의 유대인소비학] 유대인들은 장사할 때 해서 안 되는 3가지가 있다. 첫째, 상품을 과대 선전하지 말아야 한다. 둘째, 상품 값을 올리기 위해 사재기를 말아야 한다. 셋째, 상품을 재는 자나 말 같은 계량을 속이면 안 된다. ‘키도시 하셈’ 원칙이다. 직역하면 ‘이름을 거룩하게 한다’는 뜻이다. 자신은 물론 가문이나 동족의 이름을 더럽히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까지 포괄한다.

유대인 랍비 라비라의 말에 의하면, 사람이 죽어 하늘나라에 가면 맨 먼저 받게 되는 질문이  “그대는 장사꾼으로 정직했는가?”라고 한다. 유대인에게 물건을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것은 속이는 게 아니라 장사하는 솜씨나 꾀, 즉 상술로 여긴다.

19세기 후반 미국에서는 자본주의가 성장하고 도시화가 급진전되는 가운데 공공 교통수단과 대중 광고가 발달하면서 다양한 상품을 한 자리에서 쇼핑할 수 있는 백화점 시대가 열렸다.  1858년 뉴욕의 메이시스 백화점이 최초로 선보였다. 이어 1868년 독일계 유대인 카우프만이 피츠버그에 엠포리엄 백화점을 창업했다. 그 후 유대인들은 주요 도시들마다 백화점을 하나하나 세워나갔다.

백화점 경영 초기시절 유대인들은 물건을 싼값에 사다 비싼 값에 팔았다. 대량 구매로 싸게 살 수 있어 큰 이윤을 남길 수 있었다. 그러다 동업자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서로 물건을 싸게 팔려는 바람에 모두가 손해를 볼 처지에 이르렀다. 이때 나온 해결책이 백화점에서의 정찰제 실시였다. 물건의 정당한 값을 적은 쪽지, 즉 정찰대로 파는 제도가 등장하게 된 배경이다.

장사 안 돼 곳곳에서 아우성... 정부가 전통시장 살리기 안간 힘 썼으나, 백약이 무효인 형국

가격정찰제가 실시된 지 어언 150년가량 지났으나 여태껏 이를 지키지 못하고 있는 곳이 있다. 대한민국 전통시장이 그 중 하나다. 긴 역사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전통시장은 쇠퇴와 쇠락을 거듭하고 있다. 휴·폐업 가게가 늘면서 시장 분위기가 가을바람처럼 썰렁하고 을씨년스럽다. 매출이 줄고 수익성은 바닥에 떨어진지 오래다. 젊은 층은 고사하고 50대 손님만 해도 발길을 돌리지 않으려 한다.

장사가 안 된다고 곳곳에서 아우성이다. 이대로 두었다간 얼마 못가 황폐화될 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이구동성이다. 그동안 정부도 할 만큼 하기는 했다. 전통시장 살리기에 안간 힘을 썼다. 2019년 올 한해만 하더라도 전통시장 지원에 중소벤처기업부가 5,370억 원이라는 거금을 쏟아 붓고 있다. 그럼에도 가시적 성과가 아직 안 보인다. 

주차환경 개선, 안전시설 강화, 복합 청년몰 조성 등 전통시장 경영, 시설현대화 사업, 시장경영 바우처 지원, 전통시장 화재알림시설 설치사업, 노후전선 정비사업 종류도 가지가지다.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실효성 없는 대책도 상황 악화에 한몫을 했다. 한 달에 두 번 대형 마트 의무휴업은 해보니 실효가 없다는 진단이다. 의무 휴업일에 전통시장에 가는 게 아니라 인근 상권 자체가 말라버리는 기현상만 초래되고 있다. 2009년 7월부터 발행된 전통시장 상품권도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많지 않다. 백약이 무효인 형국이다.

멀어진 소비자들의 발길 돌리기 위해서는 가격정찰제 정착만큼 시급한 과제 없어

전통시장을 살리는데 유대인의 키도시 하셈에서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은 가격정찰제다.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을 외면하는 큰 요인의 하나는 가격에 대한 신뢰가 없어서다. 백화점 가격에는 군말 없이 지갑을 여는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에만 오면 작정하고 값을 깎으려 든다. 가격이 부풀려져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가격을 표시해도 무시하기 일쑤다. 깎으려 들면 얼마든지 깎을 수 있는 고무줄 가격으로 여긴다. 그러면서도 덤은 거저 받으려 한다. 이를 전통시장 특유의 후한 인심이나 정감으로 착각하면 안 된다. 불공정과 불합리를 자인하는 제살깎이 행위다. 신뢰를 해치는 자해행위나 다름없다. 이래놓고 손님이 계속 찾아오기를 바라는 것은 크나큰 오산이다. 어디 그 정도에 속아 넘어갈 현대 소비자들인가.

전통시장으로 소비자를 이끌기 위해서는 가격정찰제 정착만큼 시급한 과제가 없다. 이 한 가지만 잘 지켜도 상당수 고객의 발길을 돌릴 수 있다. 제품(Product), 촉진(Promotion), 장소 혹은 유통(Place), 가격(Price)이라는 마케팅전략의 4P 요인 중에서 으뜸은 가격이다. 하지만 가격은 상인 스스로가 결정할 사안이다. 정부도 나머지 3P 쪽에서나 도움을 줄 수밖에 없다.

가격이 불안하면 고객이 흔들리고, 고객이 흔들리면 거래는 끊기고 만다. 상거래의 기본 중 기본이다. 이제부터라도 전통시장에서 “이거 얼마에요?”, “더 싸게 주세요.”, “깍아 주세요”라는 말이 나오게 하면 안 된다. 제값을 매기고 제값을 받아야 한다. 힘들더라도 가격정찰제 정착을 전통시장 살리기의 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그게 가장 바르고 빠른 길로 보인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경제칼럼니스트
-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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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 Ji 2019-05-31 21: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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