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만원 구두 한 켤레 공임 1만원도 안 돼…4대 보험 적용도 어려워"
[서울이코노미뉴스 이선영 기자] 구두를 만드는 제화 기술자들이 유통업체의 높은 수수료 때문에 제대로 된 공임을 받지 못한다며 수수료 인하 운동을 시작하겠다고 선언했다.
29일 오전 제화노동자 권리찾기 사업단은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정문에서 ‘제화노동자 살리는 구두업계 유통 수수료 인하운동 돌입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제화 브랜드 ‘미소페’ 해고 노동자 등으로 구성된 이들은 "30만 원짜리 구두를 만드는 제화공이 1족당 5천500∼7천원의 임금밖에 받지 못하고 있다"며 "20% 초반이던 백화점 수수료가 38%까지 올라간 지난 20년 동안 제화공의 공임은 오히려 낮아졌다"고 주장했다. 사업단은 30만 원짜리 구두 한 켤레의 경우 백화점 온·오프라인 수수료가 38%(11만4천원), 홈쇼핑은 41%(12만3천원)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수수료를 뗀 나머지 17만∼18만원 가운데 12만∼13만원은 하청을 준 구두 브랜드 회사(원청)가 가져가고, 나머지 4만∼5만원 중에서 하청 공장의 운영비, 원자재 값 등을 빼고 남은 약 7천 원 정도가 구두 제화 기술자들의 손에 떨어진다는 것이 사업단의 설명이다.
사업단은 "제화공들은 오전 7시부터 오후 11시까지 하루 16시간 동안 일하는 열악한 노동환경"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제화노동자의 처우개선과 구두산업의 미래를 위해 유통수수료 인하 운동을 전면적으로 펼쳐 나갈 것"이라며 "백화점 수수료 인하 10만 서명운동을 펼치고 중소벤처기업부, 공정거래위원회 등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해결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용순옥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 수석부본부장은 IMF 사태 때 한 백화점 매입본부에서 근무하던 경험을 털어놓으며 “온 국민이 금을 모아 나라를 살리고자 할 때 백화점은 잡화 수수료를 22%로, 판매 가격을 공장 도매가의 8배로 책정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 1명이 백화점에서 1만원을 소비할 때 백화점이 2200원을 가지나 제화 노동자들에게 돌아오는 단가는 어땠는가”라며 “20여 년 간 갑절 오른 수수료 외에는 달라진 게 없는 현실” 덧붙였다.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팀장은 “30만원 구두 한 켤레의 공임이 1만원도 안 되는 가운데 제화 노동자들의 경우 4대 보험 적용도 어렵다”라며 “이 같은 현실에서 만들어지는 수제화가 과연 소비자에게 행복하게 전달되겠는가”라고 호소했다. 이어 “법(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대형유통업은 판매 촉진비 수수료를 납품업체에 강제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주최 측은 기자회견문에서 “정부 당국의 자율적 수수료 인하 유도 계획과 가이드라인 마련, 판촉비 전가 실태 감사 강화 등의 발표에 최소한의 노력을 기대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날 발언이 끝난 뒤 참가자들은 판매가 구두 한 켤레의 판매가 30만원을 유통수수료, 브랜드, 하청공장 등이 가져가는 현 제화 수익구조를 형상화한 퍼포먼스를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