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 '살인' 가습기 살균제(10)..."호흡기 말고도 신체 어디에서나 나타난다"
[조명] '살인' 가습기 살균제(10)..."호흡기 말고도 신체 어디에서나 나타난다"
  • 박미연 기자
  • 승인 2019.05.31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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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전문가들 "살균제 입자 미세먼지처럼 다른 장기로 이동 가능"..."피해 인정 범위 확대해야" 주장
피해신고 사망자 1403명 중 구제급여 인정은 236명에 불과
임종한 인하대 교수가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제3회 사회적 참사 피해지원 포럼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임종한 인하대 의대 교수가 30일 가습기살균제 피해 인정 관련 포럼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서울이코노미뉴스 박미연 기자] 가습기살균제 피해는 호흡기 질환 외에 다른 복합적인 피해까지 '가습기살균제 증후군'으로 보고 구제 대상 인정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세먼지 피해와 비슷하게 신체 전반에서 피해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임종한 인하대 의대 교수는 30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피해인정,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의 포럼에서 "가습기살균제 입자 크기는 미세먼지보다 작아 폐에서 간이나 췌장, 신장 등 다른 장기로 이동할 수 있다"면서 이 같이 주장했다.

현재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가습기살균제 피해는 중증 폐 손상과 태아 피해, 중증 천식뿐이다. 그러나 독성이 있는 가습기살균제 성분이 온몸에 퍼지고 쌓이면 신체 전반에서 피해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 임 교수의 의견이다.

임 교수는 "대기오염으로 인한 피해는 폐암과 폐 질환 외에도 뇌졸중, 협심증 등 다양하다"면서 "가습기살균제 피해는 호흡기질환 외에도 비염이나 결막염, 피부염, 독성간염, 암, 심혈관 질환, 면역질환, 뇌 질환 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임교수는 이어 "가습기살균제 노출 후 발생한 여러 신체 부위 피해와 피해자들이 입은 정신·심리적 피해, 가족피해, 보상 지연과 사회적 고립에 따른 복합적 피해를 '가습기살균제 증후군'으로 정의해 적절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가습기 피해 보상과 관련해서는 경증 피해자에 대한 문제, 인정기준 개선으로 모든 피해를 보상할 수 있는지 여부, 피해자 회복 문제, 인정기준 충족 여부만을 판단하는 현재의 판정체계 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강북삼성병원 박소영 교수는 "천식은 가습기살균제 노출 중단 이후 2년 안에 천식 진단을 받아야 피해로 인정된다"면서 "증상이 있어도 진단이 늦으면 피해를 인정받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피해인정 신청자 중에는 각종 경증 질환이나 기저질환 악화, 새로운 증상 발생, 잠복기가 긴 암 질환 등 피해 증상이 다수"라며 "현재 판정체계에 심각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주관한 이날 포럼은 1403번째 가습기 살균제 희생자인 고 조덕진 목사의 죽음을 계기로, 정부의 피해자 구분 방식을 고쳐야 한다는 비판 여론에 따라 열렸다. 사태의 주범인 '옥시싹싹 뉴 가습기 당번'을 오랜 기간 썼던 조 목사는 2016년 말 폐섬유화 진단을 받고 정부에 피해신고를 했지만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폐 손상 가능성 거의 없음(4단계)'이란 판정을 받아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했고 결국 폐렴으로 숨졌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신고자 중 사망자는 조 목사를 포함해 1403명이지만 정부가 구제급여 대상자로 인정한 사망자는 236명뿐이다. 그리고 가습기살균제 피해 신고자는 모두 6389명이지만 구제급여 대상자는 810명이다.

현 정부 들어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특별법'을 시행하면서 가해 기업 분담금과 정부 출연금으로 특별구제계정을 추가해, 구제급여를 받지 못하는 피해자들도 치료비 등을 보상받을 수 있게 했다. 구제계정 대상자는 2127명이다. 이들을 포함시켜도 피해신고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아무런 피해 보상을 받지 못하는 형편이다. 여기에다 정작 가해 기업에선 구제계정 대상자는 피해자로 인정하지 않는 등 논란이 가시지 않고 있다.

포럼에서 박태현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기업 분담금으로 구제계정을 만들었지만, 구제계정 대상자는 구제급여와 달리 '건강피해인정증명서'도 발급받지 못하는 등 진정한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했다"면서 "피해자 안에서 구제급여와 구제계정 구분을 없애고 정부출연금과 기업분담금을 통합한 피해구제기금을 만들어 같은 병증의 피해자에게 차별 없이 지원하자"고 제안했다.

김재용 한양대 건강과사회연구소 교수는 "'가습기 살균제 폐 손상'은 일부 전문가가 만든 신조어"라면서 "폐를 망가뜨릴 정도로 강력한 독성물질이 '가습기 살균제 폐 손상'을 일으킨다는 건 인정하면서도 폐렴을 일으키는 건 인정할 수 없다는 비이성적인 논리가 남아있다"고 의학계 중심의 피해자 판정 문제를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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