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패러독스'...뉴욕을 수리남과 맞바꾼 네덜란드
역사의 '패러독스'...뉴욕을 수리남과 맞바꾼 네덜란드
  • 권의종
  • 승인 2019.06.03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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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잘한 일, 지금 와선 후회할 일?”...정책의 잘잘못, 짧게 보면 잘못 본다

[권의종의 유대인소비학] 역사는 재미있다. 우여곡절과 희로애락이 살아 숨 쉰다. 17세기 중엽 세계 무역을 독주하던 네덜란드에 제동이 걸렸다. 1651년 영국 크롬웰의 항해조례가 장애물이었다. 영국이나 영국 식민지와 무역할 때 영국과 영국 식민지 소유의 배만 이용토록 한 내용이 문제였다. 해운과 무역에서 경쟁국 네덜란드를 따돌리려는 의도였다. 선장과 승무원도 4분의 3 이상이 영국인이어야 하는 의무규정도 생겼다. 전시 해군에 필요한 선원 양성의 속셈이었다.

해상무역에 종사하던 네덜란드 유대인에게는 큰 위기였다. 1660년 영국은 2차 항해조례를 선포했다. 설탕, 담배, 목화 등을 영국 식민지에서 영국과 영국령으로만 수출할 수 있게 했다. 돈 되는 상품은 영국령끼리만 무역을 하게 하려는 조치였다. 이 또한 네덜란드의 숨통을 죄려는 심사였다. 1665년 3차 항해조례는 더 억지였다. 유럽대륙에서 아메리카 영국 식민지로 수송되는 모든 화물은 일단 영국에 들러 짐을 내린 뒤 다시 배에 싣도록 했다.

식민지행 화물에 영국이 관세를 부과, 식민지와 다른 국가 간의 직접무역을 막으려는 목적이었다. 결국 영국과 네덜란드 간 전쟁이 재개되었다. 영국은 1665년 3월 전쟁을 선포하고 6월 영국의 르스토프트 앞바다에서 네덜란드 해군을 격파했다. 이듬해에 벌어진 2차 전쟁에서는 네덜란드가 승리했다.

1667년 전쟁이 끝나고 네덜란드는 육두구 산지 반다제도와 사탕수수 재배지 수리남의 소유권을 인정받는 대신, 뉴암스테르담 지금의 뉴욕을 영국에 내주었다. 당시로서는 합리적 교환으로 평가되었다. 막 성장을 시작한 설탕 농업을 위해서는 서인도제도에 위치한 수리남의 경제적 가치가 뉴욕보다 높다는 판단에서였다. 승전국 네덜란드가 뉴욕을 포기한 결정은 지금 와서 보면 땅을 치고 후회할 일이었다. 짧은 안목의 위험성을 일깨우는 역사의 가르침이다.

‘만능키 정책’은 없다... 맘에 안 든다고 함부로 말하면 곤란... 분별없는 비판은 더 큰 해악

정책에 대한 평가도 시간이 지나면 달라지곤 한다. 호평이 악평으로 악평이 호평으로 바뀌곤 한다. 요즘 시행되는 정책들도 그럴 수 있다. 최근 들어 최저임금제에 대한 비판이 혹독하다. 경제난의 원인을 최저임금 탓으로 돌리는 시도가 노골적이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한 비난도 거세다. ‘족보에 없는 이론’이라는 극언까지 등장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에 대한 논란도 뜨겁다. 40%를 넘으면 마치 나라가 망할 것처럼 호들갑이다. 경제가 어렵다보니 그럴 만도 하기는 하다. 그렇다고 역기능만 내세우고 순기능은 외면하려는 편향성은 온당치 못하다. 맘에 안 든다고 함부로 말하는 게 아니다. 더 큰 해악이다. 언제 어디서나 통하는 ‘만능키 정책’는 없다. 어차피 정책은 선택이다.

고래도 칭찬하면 춤을 춘다고 했다. 미흡할수록 비난보다 신뢰와 인내가 방책일 수 있다. 정책은 긴 안목으로 봐야 한다. 일관성도 중요하다. 정책이 왔다 갔다 하면 이도 저도 안 될 수 있다. 혹시 또 누가 아는가. 훗날 최저임금 인상이 근로자의 생활 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에 크게 기여했다는 호평을 받을지.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경제체질 개선의 계기가 되었다는 찬사가 나올지.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그렇게 되도록 정부는 한층 더 노력해야 한다.

변화 앞에서는 예측과 계산이 쉽지 않다. 미래를 장담해서도 안 되지만 결과를 예단하는 것도 잘하는 일은 아니다. 그것만큼 무모한 일도 없다. 사탕수수 재배지와 뉴욕을 맞바꾼 네덜란드의 결정도 달리 보면 꼭 손해라고만 할 수 없다. 영국은 1776년 미국 독립 시까지 뉴욕에 대해 109년을, 네덜란드는 1975년 수리남 독립 때까지 308년을 다스렸다. 지배기간이 네덜란드가 영국보다 2백년가량 길었다. 짧게 보면 잘못 볼 수 있다. 근시가 착시를 부른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경제컬럼니스트
-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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