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이선영 기자] 소비자주권시민회의(이하 소비자주권)는 3일 헝가리 유람선 침몰 참사와 관련, "한국 여행업계의 고질적 병폐로 지적되어 온 저가 경쟁으로 인한 패키지 여행상품의 구조적 문제를 간과할 수 없다고 본다”면서 정부 차원의 개선책 마련을 촉구했다.
소비자주권은 이날 성명을 통해 “150~200만 원 대의 유럽지역 저가패키지 여행상품은 현지 물가와 비교해 봤을 때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없는 상품”이라면서 “현실적으로 진행 불가능한 상품임에도 패키지 여행상품으로 판매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하청과 재하청 등 불공정한 시스템과 구조적 관행이 숨어있다”고 지적했다.
소비자주권은 “여행객이 모집되면 국내 여행사는 여행객이 지불한 여행상품 비용 중 항공티켓 요금을 제외한 나머지 비용을 챙긴다”면서 “현지 여행사(랜드사)에게는 극히 일부, 심한 경우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여행객을 현지로 보낸다”고 주장했다.
이어 “단기적으로 실종자 구조 등 피해 대책 마련에 집중해야 하지만 중장기적으론 현재의 잘못된 저가 패키지 여행상품 관행이 사라지지 않는 한 이번과 같은 참사가 재발할 수 있음을 인식하여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비자주권, "한국 여행업계 고질적 병폐...저가경쟁 따른 패키지 여행상품 구조적 문제 드러나”
이번에 사고가 난 여행 상품은 발칸 2개국(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및 동유럽 4개국(체코, 헝가리, 오스트리아, 독일) 8박 9일 패키지 상품이다. 가격은 대략 16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이 가운데 항공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 수준이다. 여기에는 고객의 편의와 안전을 외면한 고질적인 저가 패키지 여행상품의 문제점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해당 상품에는 기본일정을 제외하고 선택 관광 6회와 쇼핑 5회가 포함돼 있다. 저가를 앞세워 고객을 유치한 뒤 선택 관광이란 이름의 옵션과 쇼핑센터 방문을 통해 부족한 비용을 메우고, 하청, 재하청을 통해 수지를 맞추고 있다.
유럽에서는 유명 관광지가 강을 끼고 있는 곳이 많아 유람선이나 크루즈선을 이용한 관광상품이 흔한 편이다. 이번과 같은 사고가 언제든지 발생할 만한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셈이다.
사고 여행사 홈페이지에는 5월 말 다뉴브강의 범람 가능성이 명시돼 있다. 그런데도 여행사가 안전요원이나 안전장비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저가 노후 유람선 회사와 계약한 것은 원가 절감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사고 유람선은 선령 70년을 넘은 노후 선박이었다. 여기에다 여행사는 계약 취소 시 위약금 때문에 일정 변경조차 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비자들 “싼 게 비지떡” 생각 버리고, 패키지 여행상품에 대해 꼼꼼하고 깐깐한 선택 요구돼
소비자주권은 “여행사는 여행객의 입장에서, 역지사지의 심정으로 여행상품을 기획하고 진행해야 한다”면서 “2,3차 랜딩구조를 혁파하여 여행객을 모집한 여행사가 끝까지 안전한 여행, 편안한 여행을 맡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는 비극적 사고의 재발방지를 위해 국내 대형여행사와 현지여행사간 불공정 거래 관행을 비롯해서 패키지 여행상품의 운용실태와 문제점, 개선 방안 등에 대한 총체적인 점검을 진행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필요하다면 국내외 여행업과 현지 에이전트에 대한 설립 요건을 강화하고 부실 상품을 판매한 여행사에 대한 규제수단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비자주권은 “소비자인 여행객 역시 저가 여행상품에 대해 합리적 의심을 해 볼 필요가 있다”면서 “싼 게 비지떡이라는 생각을 바탕으로 여행 상품에 대한 꼼꼼하고 깐깐한 선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