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이선영 기자] 인체에 유해한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한 혐의를 받는 SK케미칼 하청업체 전 대표가 최근 보석으로 석방되면서 피해자들이 "보석을 납득 할 수 없다"며 피켓시위를 벌였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과 가습기넷은 4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형사법정 출입문 앞에서 "SK케미칼 하청업체 김 전 대표에 대한 법원의 보석 인용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정계선)는 지난달 30일 김 전 대표를 보석으로 석방했다. 김 전 대표는 지난 2월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구속 기소됐지만 보석이 인용되면서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됐다.
김 씨가 대표로 재직한 필러물산은 SK케미칼에서 받은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과 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을 원료로 사용해 만든 가습기살균제를 애경에 납품한 SK케미칼의 OEM(주문자 상표부착생산) 업체다.
'가습기 메이트'는 옥시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피해자를 냈지만, 원료로 사용한 CMIT·MIT의 유해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그동안 관련 업체들이 처벌받지 않았다.
"환경부, 지난 1년 동안 어떤 과정을 진행하고 있는지 피해자들에게 속시원히 밝히지 않아"
피해자 이 씨는 "김 전 대표가 보석으로 풀려났다는 말을 듣고 착잡하다"며 "독성 살균제를 제조·납품한 업체가 중대한 죄를 저질렀는데 (전 대표 석방으로) 증거를 조작하거나 위증을 하지 않을까 염려된다"고 전했다.
또 다른 피해자 김 씨는 "김 전 대표를 즉각 재구속해달라"며 "피해자 아픔을 안다면 그에 합당한 벌을 내려야 마땅하다"고 토로했다.
피해자들은 앞서 오전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문재인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들은 지난달 정부에 피해단계 구분 철폐, 정부 내 가습기살균제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요구했지만, 환경부가 내놓은 답변이 실망스러웠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환경부에 전신질환 인정 및 판정기준 완화를 요청했지만, 환경부는 지난 1년 동안 어떤 과정을 진행하고 있는지 피해자들에게 속시원히 밝히지 않고 있다"며 "특히 가습기살균제 노출과 질병 발병과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고 답했으나, 구체적으로 어떤 연구가 진행 중이며 얼마나 진행되고 있는지도 밝히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약속한 배상액 상한 없는 징벌적 배상법과 소비자 집단소송법,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 재발 방지를 위한 근본적 대책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으면 제2, 제3의 참사를 절대 막을 수 없다"며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시민들은 안전 불감증과 기업들의 탐욕 앞에서 생명과 안전을 위협받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