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 김준희 기자] ‘과수의 구제역’으로 불리는 과수화상병이 경기, 충남·북 지역의 사과와 배 주산지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과수화상병은 과수와 열매에 회복 불능의 치명상을 주는 세균성 전염병이다. 감염된 나무의 가지는 불에 덴 것처럼 검붉게 변한다. 치료제가 없어 발생하면 주변 과수까지 매몰 처분해야 하기 때문에 ‘과수 구제역’, ‘과수 에이즈’ 등으로 불린다.
13일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충남 천안의 배 농장에서 발생한 과수화상병이 경기 안성, 충남 천안, 충북 충주, 제천, 음성 등으로 퍼졌다.
지금까지 이들 5개 시·군 43개 농가의 과수원 27㏊에서 과수화상병이 확진됐다. 시·군별로는 안성 7농가(3.9㏊), 천안 5농가(2㏊), 제천 8농가(7㏊), 충주 21농가(11.1㏊), 음성 2농가(1㏊) 등이다.
그러나 30여개 농장에서 의심증상이 나타났다는 신고가 접수돼 발생 농가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농진청은 과수화상병의 올 발생 시기가 예년보다 빨라 발생 건수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2일을 기준으로 할 때 예년에는 평균 12건 정도 발생했지만 올해는 43건으로 366% 증가했다.
올들어 과수화상병은 지난 달 중순 배 주산지인 천안에서 처음으로 발생했다. 농진청은 천안지역 5개 배 농가에서 잎 등이 화상을 입은 것처럼 검게 말라 죽어가는 과수화상병 의심 증상을 발견, 정밀 유전자 검사를 통해 감염을 확인했다.
이에 감염된 나무를 땅에 묻고, 주변 지역에 대한 예찰 강화 등 조치를 취했지만 확산세는 이어지고 있다.
과수화상병은 2015년 5월 안성에서 처음 발생된 이후 지금가지 7개 시·군에서 발생했다.
지난해에는 135개 농가 80.2㏊의 사과·배 과수원을 폐원했고, 손실보상금으로 205억원이 지급되는 등 피해가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