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김보름 기자] 부산 김해공항과 핀란드 헬싱키간 직항 노선이 신설된다. 부산에서 유럽으로 곧바로 갈 수 있는 항공 노선이 생긴 것이다. 부산·경남 지역 주민들이 유럽에 가려면 김포공항에서 인천공항으로 가야했던 불편함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1일 핀란드 국적 항공사인 핀에어가 내년 3월 30일부터 부산~헬싱키 노선을 주 3회 운항한다고 발표했다. 북유럽 3국을 순방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한·핀란드 정상회담에서 내년부터 부산~헬싱키 항공 노선을 신설하기로 합의한 데 따른 후속 발표다.
핀에어는 내년 하계 시즌이 시작되는 3월 마지막 주 일요일부터 이 노선에 비행기를 띄울 예정이지만, 국내 항공사들은 신규 노선 신설로 비행기를 투입해봐야 남을 게 별로 없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기존 유럽 노선 승객이 줄어드는 부작용이 발생하는데다 지점 설립·운영 비용을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등 ‘제 살 깎아 먹기’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올 하반기에 부산~헬싱키 노선 신규 운수권을 국내 항공사의 신청을 받아 배분할 계획이지만,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은 신청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헬싱키는 동북아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길목에 있어 지리적 접근성이 좋다. 헬싱키 공항에서 환승을 하면 100여개 유럽 주요 도시로 갈 수 있다. 비행시간은 인천~ 헬싱키 기준 약 9시간35분으로 유럽 다른 지역 직항로에 비하면 가장 짧아 인기가 높다.
하지만 국내 항공 업계는 "핀란드에 너무나 큰 선물을 안겨줬다"며 불만스러워하고 하고 있다. 이미 인천~헬싱키 노선을 홀로 운영하고 있는 핀에어가 부산~헬싱키 노선까지 확보하면 유럽으로 가는 여행객들을 추가로 끌어모을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핀에어의 인천~헬싱키 노선을 이용한 승객은 2016년 17만6780명이었고, 지난해에는 21만7082명으로 크게 늘었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핀에어가 승객을 모집하기 위해 국내 항공사 대비 약 80~90% 가격에 비행기표를 내놓기도 한다"고 말했다. 핀에어를 이용한 승객 중 81.4%가 헬싱키를 거쳐 다른 유럽 도시로 가는 환승 승객이었다.
관련 업계에서는 영남 지역에서 헬싱키만을 찾기 위해 부산~헬싱키 노선을 이용하는 승객은 600명도 안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대부분 승객은 헬싱키에서 환승해 유럽 여행을 떠나는 관광객이라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우리 항공사들은 부산~헬싱키 노선 신설에 소극적이다.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다.
한 대형 항공사 임원은 “유럽 주요 도시에 직항 또는 환승 노선을 확보하고 있는 상황에서 핀에어에 대응하려고 부산~헬싱키 노선을 새로 만들면 결국 기존 유럽 노선 승객이 감소하는 부작용만 일으킬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