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인천 '붉은 수돗물' 사태(10) "'사고는 무리한 수계전환 탓"...'늑장 대응' 비판
[현장] 인천 '붉은 수돗물' 사태(10) "'사고는 무리한 수계전환 탓"...'늑장 대응' 비판
  • 윤석현 기자
  • 승인 2019.06.18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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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정부 원인조사반 중간 조사결과 발표...인천 수돗물 22일부터 순차적으로 정상 공급
김영훈 물통합정책국장이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인천 '붉은 수돗물' 사고에 대한 정부 조사반의 중간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김영훈 물통합정책국장이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인천 '붉은 수돗물' 사고에 대한 정부 조사반의 중간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서울이코노미뉴스 윤석현기자] 20일째를 맞고 있는 인천 '붉은 수돗물' 사태는 충분한 사전 준비없이 '수계전환'을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촉발된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의 수돗물은 오는 22일부터 순차적으로 정상공급될 전망이다. 정부는 초기 대응에 실패하고 사태가 발생한지 20일이 지나서야 원인을 규명하는 대책을 발표하면서 '늑장 대응'이라는 비판을 받게 됐다.

환경부는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인천에서 발생한 붉은 수돗물(적수) 사고에 대한 정부 원인조사반의 중간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인천 적수 발생 사고는 공촌정수장에 물을 공급하는 풍납취수장과 성산가압장이 전기 점검으로 가동이 중지됨에 따라 인근 수산·남동정수장에서 정수한 물을 수계 전환 방식으로 대체 공급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수계전환은 단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정수장에서 가정까지 물을 공급하는 관로 계통을 바꿔주는 작업이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환경부는 "인천시의 사전 대비와 초동 대처가 미흡했다"고 평가했다. 수계전환 작업을 할 때에는 물이 흐르는 방향을 바꾸는 과정에서 녹물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충분한 시간을 두고 토사나 물을 빼주는 이토밸브와 소화전 등을 이용해 배수를 해야 한다. 물의 흐름을 제어하는 제수밸브를 서서히 작동할 필요도 있다. 유속이 바뀌면서 녹물이나 관로 내부에 부착된 물때가 떨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조사반 중간조사 결과에 따르면 인천시는 수계를 전환하기 전에 이런 사항들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밸브 조작 위주의 계획을 세우는 데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밸브를 조작하는 단계별로 수질 변화를 확인하는 계획도 세워두지 않아 사고를 유발한 물때 등 이물질 발생에 제때 대처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수돗물의 이동 경로였던 북항분기점에서 밸브를 열었을 때 일시적으로 정수탁도가 0.6NTU로 먹는물 수질기준(0.5NTU)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정수장에서는 별도의 조치 없이 물을 공급한 사실이 확인됐다.

환경부는 "수계전환에 따라 탁도가 상승한 것으로 확인됐는데도 초동 대응이 이뤄지지 못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시간을 놓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빠른 밸브 작동으로 '물때' 섞여...환경부 "인천시 초동대처 미흡했다" 평가

환경부는 직접적인 사고 원인은 무리한 수계전환이라고 진단했다. 평소 공촌정수장에서 영종지역으로 수돗물을 공급할 때는 물이 흐르는 방향을 그대로 살리는 자연유하방식으로 공급하지만, 이번에 수계를 전환할 때는 압력을 가해 역방향으로 공급했다. 역방향으로 수계를 전환하려면 흔들림이나 충격 등의 영향을 고려하고 이물질이 발생하는지를 따져 보면서 정상 상태가 됐을 때 공급량을 서서히 늘려나가야 한다.

하지만 초기 민원이 발생했을 당시에는 유량은 평소 시간당 1700㎥에서 3500㎥로 오히려 증가하는 등 주의사항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환경부는 "(정확한 탁도 측정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흡수정의 이물질이 사고발생 이후 지속해서 정수지, 송수관로, 급배수관로, 주택가로 이동했다"며 "이로 인해 사태가 장기화했다"고 설명했다.

수도관의 높고 낮음을 알아볼 수 있는 지도가 없어 배수지점을 제대로 확인 못하면서 체계적인 방류를 하기까지 시간이 지연된 점도 사태가 장기화한 요인으로 꼽힌다.

정부 원인 조사반은 이런 사실을 확인한 뒤 지난 13일 인천시에 통보했다. 환경부는 인천시와 함께 이물질을 완전히 제거해 사고 이전 수준으로 수돗물 수질을 회복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환경부는 수돗물 정상화를 위해 공촌정수장 4개 정수지의 이물질을 제거하는 작업을 실시할 계획이다.

오는 22일부터는 배수 순서를 정해 단계적으로 공급을 정상화하고, 늦어도 29일까지 수돗물 정상 공급을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급식실 적수로 까맣게 변한 마스크
급식실 적수로 까맣게 변한 마스크

이번 사태로 현재 피해 학교 151개로 늘어나…학교 급식 20일째 차질 빚어 

이번 사태로 이날 현재 150여개 학교 급식이 차질을 빚고 있다. 다만 빵이나 우유 등으로 대체 급식을 하고 있는 학교가 10여곳으로 크게 줄어들면서 안전성이나 물량 확보에 대한 우려는 다소 잠잠해졌다.

인천시교육청에 따르면 전날 오후 기준 붉은 수돗물 피해학교는 서구·영종도·강화군 내 초·중·고등학교와 유치원 151곳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생수를 사들여 급식을 만드는 학교가 118곳(78.1%)으로 가장 많고 급수차를 지원받아 배식하는 학교는 14곳이다. 외부 위탁 급식을 하는 학교는 8곳, 자체 조리를 하지 않고 대체급식 중인 학교는 11곳으로 사태 초기인 지난 4일(66곳)보다 대폭 줄었다.

붉은 수돗물 사태가 길어지자 급식 조리를 아예 중단했던 일선 학교들이 하나둘 생수나 급수차를 지원받기 시작하면서다.

이에 따라 현재 대체급식을 하고 있는 학교 중 7곳도 닷새 전 적수가 처음 발생한 강화군에 몰려 있다. 나머지 4곳은 서구다. 인천시교육청은 이들 학교도 이른 시일 안에 생수나 급수차를 이용해 급식 조리를 시작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인천 서구와 중구 주민들이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하고 명확한 지원계획을 인천시에 촉구했다.
인천 서구와 중구 주민들이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명확한 지원계획을 인천시에 촉구했다.

뿔난 주민들 비대위 출범…4개 주민단체, 명확한 지원계획·조사단 참여 요구

인천시 서구와 중구 영종도 주민들이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하고 인천시의 늑장대응을 강하게 질타했다.

피해지역 4개 주민단체로 구성된 인천 수돗물 적수사태 비대위는 18일 인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남춘 인천시장은 적수 사태 19일 만에 공개 석상에서 입장을 발표했지만 그나마 명확한 원인과 대책을 찾아볼 수 없었다"고 규탄했다.

비대위는 또 "인천시는 미추홀참물을 피해 지역에 모두 지원하고 있다고 했지만 13일 기준 서구와 영종도 25개 동 중 7개 동(28%)만 지원받았다"며 무제한 생수 공급과 함께 명확한 피해 보상 기준과 지원 계획을 세우라고 요구했다.

인천시는 상수도사업본부와 예비비 1100억원가량을 투입해 사태가 마무리될 때까지 각 학교와 가정에서 쓴 생수 비용, 필터 교체비, 저수조 청소비 등을 지원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비대위는 "아직 아파트 단지의 저수조 청소 횟수나 지원 금액 등의 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많은 단지가 시의 발표만 기다리고 있다"며 "개별적으로 구입한 생수 비용 지원 기준도 결정되지 않은 상태"라고 반발했다.

비대위는 이어 이번 사태에 대한 안천시의 책임 범위를 명확하게 밝히는 한편 인천시가 꾸린 민관합동조사단에 주민 대표들과 박 시장이 함께 참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문제가 발생한 상수도 시설을 교체하거나 정비·보수할 것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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