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김준희 기자] 검찰이 올 들어 두 번째로 현대·기아차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세타2 엔진 결함을 은폐하고 리콜 규정을 위반했다는 의혹 등에 대한 관련자료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검찰은 얼마 전에는 문제 차량들을 제작할 당시 현대·기아차의 품질총괄본부장을 맡았던 신종운 전 부회장을 2차례 소환해 조사했었다.
일련의 움직임으로 미루어 세타2 엔진 관련 수사가 막바지로 치닫고 있으며, 최종 과녁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는 25일 오전 10시부터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 품질본부와 재경본부, 경기도 화성에 있는 남양연구소에서 압수수색을 펼쳤다.
검찰은 지난 2월 20일에도 현대·기아차 품질본부 등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당시 검찰은 국토교통부와 시민단체가 고발한 현대·기아차의 리콜 규정 위반 사건 관련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서라고 이유를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현대·기아차의 결함 은폐, 리콜 규정 위반 사건과 관련해 2월 조사에 이어 추가로 혐의를 입증할 만한 자료를 확보하기 위해 압수수색을 했다"고 말했다.
2017년 5월 국토교통부는 세타2 엔진 등 현대·기아차의 제작결함 5건과 관련해 12개 차종 23만8000대의 강제리콜을 명령하면서 의도적으로 결함을 은폐한 것으로 의심된다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세타2 엔진은 그랜저와 쏘나타, K5 등 현대·기아차가 생산하는 주력 모델에 탑재된 엔진이다.
현대·기아차는 2017년 국토부 결정에 따라 그랜저HG 11만2670대, YF쏘나타 6092대, K7 3만4153대, K5 1만3032대, 스포티지 5401대를 리콜 조치했다.
시민단체인 YMCA는 2017년 세타2 엔진의 결함과 관련해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등을 자동차관리법 위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의 혐의로 고발한 바 있다. YMCA는 "현대차가 2010년부터 고객민원 등의 경로를 통해 엔진의 결함 가능성을 미리 알았는데도 불구하고 제대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소비자 피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현대·기아차의 세타2 엔진 등에 대한 결함 조사는 미국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미국 뉴욕 남부지방검찰청은 세타Ⅱ 엔진이 탑재된 현대·기아차 차량에서 소음과 주행 중 시동꺼짐, 화재 등이 연이어 발생하자 지난해부터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과 공조해 세타Ⅱ 엔진의 결함 원인과 리콜의 적정성 여부 등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미국 검찰은 현대·기아차가 2015년과 2017년 두 차례에 걸쳐 실시한 리콜의 신고 시점과 대상 차종의 범위가 적절했는지 여부 등에 초점을 맞춰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세타2 엔진 결함은 미국 앨라배마 공장의 청정도 문제로 부품 내부에 이물질이 들어가 발생한 것이며, 설계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미국 리콜 이후 국내 소비자들이 세타2 엔진 결함을 주장하자 현대차는 국내 공장에서 생산한 엔진에는 문제가 없다고 하다가 국토교통부 조사 결과가 임박해서야 자발적 리콜을 결정했다.
검찰 조사에서 현대차는 엔진결함으로 소음·진동 문제가 나타났으나, 엔진 파손까지 일어날 줄은 몰랐다는 취지의 주장을 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은 현대차가 엔진 설계에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담긴 내부 문건을 다수 확보했다. 문건에서 현대차는 엔진결함을 '베어링 구조 강건성 취약' 등으로 진단했고, 엔진 설계와 소재(메탈)를 바꿔 결함을 개선하는 방안을 모색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는 부품 가격이 몇 천원만 올라가도 연간 생산비용이 수십억씩 올라가기 때문에 가격을 올릴 때 철저히 내부 인증 절차를 거친다"면서 "세타2 엔진 설계에 아무 문제가 없다면 부품 가격 상승을 감수하면서까지 소재와 설계를 바꿀 이유가 없었는데, 현대차는 그렇게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