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문제, 공무원들의 '탁상행정' 피해 막심하다
소비자문제, 공무원들의 '탁상행정' 피해 막심하다
  • 조연행
  • 승인 2019.06.2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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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공무원 공화국'...소비자운동을 정부가 막는 것의 배후에는 기업이 존재

[조연행 칼럼] 대한민국을 '공무원 공화국'이라고도 부른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공시생이 50만 명(전체 청년인구의 7.7%)에 이르는 이유도 공무원이라는 직업의 안정성 뿐 아니라 우리나라 공무원의 선민의식 특권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조선시대 양반들이 관리직을 수행하면서 백성들에게 행한 횡포는 ‘탐관오리’라는 표현으로 함축된다. 일제강점기에는 조선총독부 관리가 부린 횡포도 '무서움' 그 자체였다. 이러한 관리들의 횡포가 해방 이후에도 청산 없이 오늘날까지 면면히 이어져 내려와 어느 고위 공무원이 말한 대로 국민들을 '개돼지'로 인식하는 105만 명의 공무원 공화국이 되어 버렸다.

공무원이란 국가와 근무관계를 맺고 공무를 담당하는 자로 신분과 지위에 있어 일반 사인(私人)과는 다른 특별한 대우를 받는다. 과거 절대군주 국가에서는 공무원이 황제를 대신했다. 그러나 현대 민주국가의 공무원은 주권자인 국민의 대표자·수임자로서 국민 전체에 봉사하고 국민에게 책임을 지는 것을 본질로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공무원들의 인식 수준은 과거에 머물러 관료가 ‘주인’인 듯 행세하려는 자가 많다. 공무원주의(Bureaucratism)가 만연한 것이다.

지난달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청와대 정책실장이 어느 회의 시작 전에 나눈 비공식 대화가 고스란히 공개되면서 커다란 논란이 됐다. "공무원(관료)들이 말을 안 듣는다", "잠깐만 틈을 주면 엉뚱한 짓을 한다"며 '복지부동의 공무원 조직'을 향해 불만을 터뜨렸다. 당청의 최고위자들이 공무원에 대한 생각이 이정도니 민초인 국민들이 느끼는 공무원에 대한 인식이 어느 정도 일지는 말을 안 해도 알 만하다.

청와대 민원게시판에는 공무원의 횡포에 대한 국민들의 청원 글이 넘쳐난다. 고위 공무원들은 대통령이나 청와대 눈치만 보면서 혁신의 시늉만 낸다. 시간이 지나기만을 기다리며 레임덕이 올 때 까지 숨죽이고 복지부동 하는 모양새다. 일을 하다가 문제를 일으키느니, 일 안 하는 게 더 낫다는 인식이다. 그러나 권한을 키우는 규제와 철밥통 밥그릇을 만들어 자리보전하는 일은 잘한다.

지방자치제가 도입된 이후에는 하위직 공무원의 ‘공무원 주의’도 더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다. 선거제로 바뀐 이후 지자체 공무원들이 단체장이나 고위직의 지시에 따르지 않는다는 내부 불만도 크지만, 시민들의 인허가 과정에서의 공무원 고압적 불친절, 현장 점검 감독시의 권위적 행태를 보이는 경우가 다반사다.

문재인 대통령도 공무원들에게 "혁신의 주체가 되지 못 한다면 혁신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라며, 공무원들의 "복지부동, 무사안일, 탁상행정" 등에 대한 과감한 혁신을 당부했었다. 취임 직후에는 "영혼 없는 공무원이 돼선 안 된다"고 주문 했다가 변화가 없자 직접적으로 "공무원의 복지부동·무사안일"을 재차 지적 개혁을 촉구했다. 그러나 고쳐질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소비자 문제로 넘어오면 공무원들의 '탁상행정'으로 인한 피해가 더욱 막심하다. 모든 국민은 소비자다. 때문에 국민 모두는 소비자권익 찾기 운동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소비자기본법에 소비자운동을 할 수 있는 단체는 공정거래위원회나 지자체에 등록한 단체만 할 수 있게 해 놓았다. 소비자단체 지원을 위한다는 명분을 내걸지만 실제로는 아무나 소비자운동을 할 수 없게 법으로 막아 놓은 것이다. 법상 단순히 등록이지만 실제로는 공정위 공무원들은 재량행위라며 허가보다 더 까다롭게 퇴짜를 놓는다. 행정소송을 걸어 행정법원에 가서 따져도 법원도 공무원 편이다.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 시행령에 따르면 연합회는 공제사업을 할 수 있다. 법에 있는 대로 정관에 공제사업을 표기하면 근거 없이 빼라고 주문하고, 빼지 않으면 설립인가조차 해주지 않는다. 이후에 법에 있는 대로 정관에 사업내용을 추가하겠다고 해도 정관변경조차 ‘허가’해 주지 않는다. 소송을 걸어도 ‘재량행위’라며 피해간다. 일을 안한 명백한 ‘직무유기’를 ‘재량행위’로 포장해서 월권행위를 자행한다.

소비자운동이나 소비자가 뭉치는 것을 정부가 막는 것의 배후에는 기업이 있다. 지난 70여년간 산업위주의 정책으로 소비자보다는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법과 제도를 만들었다. 완전히 기울어진 운동장이지만 전혀 고쳐지지 않고 있다. 기업들은 이익을 위해 막강한 자본력과 인력을 투입해 정부, 공무원, 국회의원을 상대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그대로 두도록 로비를 펼친다. 그래서 기울어진 운동장을 고치려는 혁신과 적폐청산은 일어나지 않는다. 소비자운동의 기본법인 ‘징벌배상, 입증책임전환, 집단소송제’의 소비자권익3법이 여태까지 도입되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가 제대로 된 나라가 되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공무원 개혁이다. 역대 정권마다 공무원 개혁은 실패했다. 표를 의식해서 공무원 개혁을 공약에도 넣지 못 하고 말만 외치다가, 정권을 잡으면 오히려 공무원 눈치를 보면서 ‘개혁’은 물 건너 가고 만다. 적폐청산을 토대로 설립한 이번 정부에서 개혁을 더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대한민국, 공무원 개혁 없이는 미래도 없다!

#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필자 약력>

조 연 행
/ kicf21@gmail.com

금융소비자연맹 회장(현재)

금융소비자연맹 상임대표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

보험개발원 소비자약관평가위원

한국소비자중앙생활협동조합 이사장

한국소비자생활협동조합연합회 부이사

교보생명 상품개발담당팀 팀장, 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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