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학교 비정규직 파업(2) 전국 2800여개 학교서 정상급식 차질
[시선] 학교 비정규직 파업(2) 전국 2800여개 학교서 정상급식 차질
  • 이종범 기자
  • 승인 2019.07.03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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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 교실마다 햄버거·과일 음료…학부모들 "우리 아이 굶을까" 발 동동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총파업에 돌입한 3일 오전 서울 송파구 위례별초등학교 학생들이 도시락을 손에 들고서 등교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총파업에 돌입한 3일 오전 서울 송파구 위례별초등학교 학생들이 도시락을 손에 들고서 등교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서울이코노미뉴스 이종범기자] 부산 연제구에 있는 중학교에는 점심시간 시작종이 울리자 햄버거와 과일 음료가 학생들에게 배식됐다. 학생들은 평소 급식실에서 점심을 먹지만 이날은 급식실이 문을 닫아 부득이 교실에서 식사했다. 교직원이 총동원돼 대체 식사를 배달한 것이다. 선생님들은 "학생들이 내일부터 기말고사를 이틀간 치르는데 하필 그 기간에 파업이라…"며 걱정이 태산이었다.

전국 학교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파업에 돌입한 첫날 학교 풍경이다. 일부 학교는 급식 대신 빵과 우유를 제공했으며 도시락을 싸서 등교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전국 국공립 유치원과 초 중 고교 비정규직 노동자 2만2000여명은 비정규직 차별 철폐 등을 요구하며 3일 파업에 돌입했다. 이날 1만585개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에 근무하는 비징규직 직원 15만2181명 중 14.4%인 2만2004명이 파업에 참여했다. 2017년 1만5000여명이 파업해 1929개 학교급식이 중단됐던 것보다 규모가 커진 것이다.

교육공무직으로 불리는 비정규직은 조리사, 조리실무사, 영양사, 교무행정사, 행정사무원, 교육복지사, 특수교육실무자, 돌봄전담사 등이다.

교육부 집계에 따르면 이날 서울 105곳, 경기 842곳 등 전국 1만438개 학교중 26.8%인 2802곳에서 단축수업을 하거나 대체급식을 제공했다.  이 가운데 1757개 학교는 빵과 우유로 대체급식을 제공했으며 589개 학교는 학생들에게 도시락을 지찹하도록 했다.  745개 학교는 기말고사로 급식을 제공하지 않았으며 230개 학교는 급식이 필요없도록 단축 수업을 했다.

막판 협상도 입장차 못좁혀서 결렬...학교마다 상황반과 대책처리반 설치

교육 당국과 연대회의는 2일 오후 1시부터 7시까지 막판 협상을 벌였으나 입장차를 좁히지 못해 협상이 결국 결렬됐다. 연대회의는 현 정부 임기 내 교육공무직(비정규직)의 임금을 '9급 공무원 80% 수준'으로 달성하기 위해 기본급 6.24% 인상과 각종 수당에서 정규직과의 차별을 해소할 것 등을 요구했지만 교육 당국은 기본급 1.8% 인상안으로 맞섰다.

파업이 현실화하자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은 상황실을 별도로 운영, 급식과 돌봄교실 등 학생 불편이 예상되는 분야를 중점적으로 파악하고 있다. 또 각급 학교에 학교장이 총괄하는 상황반과 대책처리반을 두고 파업에 따른 피해가 없도록 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비정규직연대회의가 총파업에 돌입한 3일 오전 대구 수성구 욱수초등학교의 급식실 불이 꺼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비정규직연대회의가 총파업에 돌입한 3일 오전 대구 수성구 욱수초등학교의 급식실 불이 꺼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으로 당장 학교급식에 빨간불이 켜졌다.

'붉은 수돗물' 사태로 한 달 넘게 급식에 차질을 빚고 있는 인천에서는 245개 학교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9661명 가운데 1200여명이 파업에 참여했다. 전체 학교 482곳 가운데 155곳에서 급식이 중단되면서 학생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부 학부모들은 한 달 내내 부실한 급식을 했는데 파업으로 또다시 자녀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대구에서는 유치원과 특수학교, 초·중·고교 등 지역 478개 공·사립학교에 근무 중인 비정규직 7865명 가운데 450여명이 파업에 참여했다.  대구에서는 34개 초등학교와 8개 중학교, 3개 단설유치원, 2개 고등학교 등 46개 학교에서 급식 차질이 발생했다.

경북에서는 공·사립학교 비정규직 9500여명 가운데 880여명이 파업에 참여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로 인해 지역 790여개 학교 중 159개 학교에서 급식 차질을 빚고 있다.

부산에서는 1만1679명의 비정규직의 6.1%에 해당하는 706명이 파업에 참여하면서 526개 공립학교 가운데 72개 학교에서 급식이 중단됐다.

경기도에서는 2260개 학교 중 806곳, 충북 496개 학교 중 113곳, 광주 253개 공립학교 중 132곳, 전남 766개 공립학교 중 206곳, 경남 857개 학교 중 309곳이 급식 차질을 빚고 있다.

또 제주 172개 학교 가운데 73곳, 대전 266개 학교 중 35곳, 세종 129개 학교 중 48곳, 충남 742개 학교 중 130곳 등도 급식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도시락 지참한 학생도 많아...일부  학부모 "아이들 피해보면 안돼" 불만도

일부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때마침 급식 없이 하교하는 기말고사 기간이어서 한숨을 돌렸지만, 상당수 학교는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

급식이 중단된 학교 중 상당수는 학생들이 개별적으로 도시락을 지참하도록 하거나 빵과 우유, 김밥, 떡 등을 대신 제공하고 단축 수업 등으로 학사 일정을 조정해 급식을 피한 곳도 많았다. 요리실습 수업을 급히 편성해 주먹밥과 비빔밥 등을 만들어 먹는 학교도 있다.

교육 당국은 또 특수교사와 교직원 등 학교 내 인력을 최대한 활용해 특수아동 교육, 방과 후 돌봄교실 등도 차질이 없도록 전전긍긍하고 있다.

일부 학부모들은 파업으로 인한 불편함을 학생들이 감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불만을 터트리기도 했다. 학부모 김모씨는 "가정통신문을 받았는데 기분이 별로 안좋다"며 "파업하는 것은 좋은데 아이들에게 피해를 주면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대회의는 이날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조합원 4만여 명이 참가하는 집회를 가졌다.

내일도 2600개교 급식 중단...정상운영 학교 소폭 증가

파업 이틀째인 4일에도 2600여개 학교에서 급식이 정상적으로 제공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부가 각 시·도 교육청으로부터 급식 운영 상황을 집계한 결과 4일에는 전국 1만454개 학교 중 24.7%인 2581개교가 급식을 중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는 "급식을 정상적으로 운영하는 학교는 3일 6891곳에서 4일 7873곳으로  982곳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4일 급식을 중단하는 학교 중 1339곳은 학생들에게 빵과 우유를 제공할 예정이다. 482곳은 도시락을 지참하도록 했다.

4일 파업 참가율은 전날 14.4%에서 13.6%로 0.8%포인트 떨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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