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보복에 日제품 ‘불매 운동’ 갈수록 확산...불똥 튄 업체들
무역보복에 日제품 ‘불매 운동’ 갈수록 확산...불똥 튄 업체들
  • 이선영 기자
  • 승인 2019.07.05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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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SNS서 ‘일본 불매운동’ 해시태그 글 올라와...유니클로와 토요타·렉서스·혼다 등 일본차에 영향
                    사진출처=인스타그램 화면 캡처 ('#일본불매운동' 해시태그 검색 시)
                    사진출처=인스타그램 화면 캡처 ('#일본불매운동' 해시태그 검색 시)
이선영 기자

[이선영 기자의 컨슈머현장] 일본의 경제보복에 온라인을 중심으로 일제 의류와 식음료 소비를 자제하자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최근 인스타그램 등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일본 불매운동’ 해시태그가 달린 각종 글들이 올라오며 일본산 제품 보이콧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또 '일본 제품 불매 리스트'라는 제목이 달린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빠르게 퍼지고 있다. 

한국에서 사업 중인 일본 기업 목록 공유 속도도 빠르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등장한 ‘일본기업 제품 불매운동 동참합시다’라는 제목의 게시물은 오르자마자 ‘베스트 글’에 선정됐다. 리스트에는 도요타ㆍ렉서스ㆍ혼다 등 자동차 브랜드, 소니ㆍ파나소닉ㆍ캐논 등 전자제품 브랜드, 데상트ㆍ유니클로ㆍABC마트 등 의류 브랜드, 아사히ㆍ기린ㆍ삿포로 등 맥주 브랜드 등 다양한 일본 브랜드가 포함됐다. 

연 1조3700억 매출 유니클로, 하청업체와의 계약중단설에 ‘사실무근’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각 소셜미디어엔 ‘NO. BOYCOTT JAPAN.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라고 적힌 일본 불매 운동 포스터가 빠르게 퍼지고 있다. 영문 ‘O’ 자를 일장기로 표현한 포스터를 카카오톡 프로필로 하거나 자신의 개인 계정에 올리는 사람도 많다.

한 네티즌은 “말보다 실천할 때입니다. 당하고만 살 수 없다! 불매 운동 동참합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불매운동동참 #일본불매운동 등 다양한 일본 제품 불매 해시태그도 등장했다. 일본의 보복 조치를 전하는 기사에는 “당분간이라도 일본 제품을 쓰지 말자”는 댓글이 수 천개씩 달리면서 공감을 얻었다.

대표적으로 일본의 세계적인 의류기업 유니클로 또한 하청을 맡은 한국 업체와의 계약을 끊을 것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불매운동 주장이 제기됐다. 유니클로의 지난해 한국 매출은 1조3700억원으로 해외 진출국 중 규모가 가장 크다. 이런 가운데 당장 매출에 변화는 없지만,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유니클로의 계약 중단은 ‘사실무근’으로 확인됐지만 일본 정부의 한국 반도체 수출 중단 등 경제보복과 맞물려 논란은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S사 관계자는 “물 빠짐으로 인한 클레임은 있었지만 공급 중단 통보는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지금도 대책 마련을 위한 회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공급계약 중단 사실 여부와 상관 없이 유니클로 불매운동이 급속하게 번졌다는 점이다. 관련 주장을 담은 글에는 “오늘 부로 유니클로 손절”, “유니클로 옷 줘도 안 입는다”, “질 떨어지는 원단, 그에 비해 높은 가격대, 유니클로에서 옷 살 이유가 없다” 등의 댓글이 달리고 있다.

한 누리꾼은 ‘우리나라에서 돈 벌어서 일본으로 송금하는 일본 회사’라는 제목의 글에서 10여개의 업체 명단을 올렸다. 여기에는 일본 자동차, 유통, 식품, 화장품 업체 등이 망라됐다. 누리꾼들은 “나 홀로 불매한다고 크게 달라지지 않겠지만 나부터라는 생각으로, 오늘부터 불매 1일”, “일본이 우리나라를 만만하게 보고 있다. 우리 국민도 단결을 해야 한다”, “아베의 유치한 보복, 일본 여행가서 왜 돈을 퍼 주나요” 등의 반응을 보였다.

유니클로 전시장의 모습 / 사진출처=연합뉴스
                                  유니클로 전시장의 모습 / 사진출처=연합뉴스

토요타와 혼다 등 일본차, 한일 관계 냉각으로 국내 판매에 영향 미칠 듯

불매운동은 자동차 업계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일본 대표 완성차 업체들의 국내 시장 판매는 점점 증가하는 추세지만, 일본 정부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로 한·일 관계가 냉각되면서 국내에서는 '일본차 불매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토요타와 렉서스, 혼다 등 일본을 대표하는 자동차 업체들은 지난달 국내시장에서 약 3487대의 차량을 판매하며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브랜드별 등록 대수에서 각각 3위와 4위에 이름을 올린 토요타와 렉서스는 전체 2686대의 차량을 판매하며 3292대로 2위를 기록한 BMW의 성적을 근소한 차이로 위협했다.

여기에 8위 혼다의 판매 실적 801대를 더할 경우 일본 주요 자동차 브랜드 실적은 3487대로 국내 수입차시장에서 굳건한 2위를 지키고 있는 BMW의 판매량을 넘어선다.

토요타는 지난달 1384대의 차량을 판매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인 1311대에 비해 5.6% 증가한 수치를 기록했으며, 렉서스는 지난달 1302대로 전년 동기(949대) 대비 37.2%, 혼다는 801대로 전년 동기(532대) 대비 약 50% 증가했다. 이와 같은 일본차 브랜드의 판매 증가에는 중형 세단과 하이브리드 차량등이 견인차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요타의 대표적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인 '라브4(RAV4)'의 5세대 모델이 21일 서울 용산전시장에서 '뉴 제너레이션 라브4' 출시 행사를 열고 본격적으로 판매를 시작한다고 도요타코리아가 밝혔다. / 사진출처=연합뉴스
지난 5월 출시된 토요타의 대표적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인 '라브4(RAV4)'의 5세대 모델 / 사진출처=연합뉴스

靑 청원게시판 "日 제재에 정부 보복조치 요청"...청원 2만4500명 동참

이런 가운데 지난 1일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는 "일본 경제 제재에 대한 정부의 보복 조치를 요청한다"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현재(5일 오전 11시) 기준 2만4500명이 청원에 동참했다.

청원 신청인은 "일본의 수출 규제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한민국 반도체 제조업체는 단기적 충격에 시달리겠지만 오히려 지금이 위기이자 기회일 수 있다"며 "한국 국민들은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 운동과 일본 관광 불매, 관세 보복 등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일본의 수출 규제 대상 품목은 스마트폰 디스플레이에 사용되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반도체 기판 제작에 사용되는 감광제 리지스트, 반도체 세정에 쓰이는 에칭가스(고순도불화수소) 등 3개 품목으로 한국은 폴리이미드의 93.7%, 리지스트의 93.7%를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일본의 규제는 한국 정부가 나서서 정치적으로 풀어야지 불매운동 등으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 교수는 "요즘은 하이브리드 차량이 대세인 만큼 해당 기술에서 특허를 갖고 있는 토요타와 혼다 등의 일본차들의 판매량이 급증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본차 업체 입장에서는 한국이 글로벌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기 때문에 최근 확산되고 있는 불매운동이 일본차의 국내 판매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강대강 대치보다는 정부 차원에서 현명하게 큰 그림을 볼 수 있는 시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진출처=CU 홈페이지
                                                                  사진출처=CU 홈페이지

불똥 튄 CU “라이센스 계약 종료”…다이소 “우리는 한국 기업” 선 그어

한편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불매운동 리스트엔 일본 자본과 관련이 없는 기업들의 이름도 일부 올라 있었다. 엉겁결에 불똥이 튄 기업들은 뜻밖의 상황에 진땀을 빼고 있다. 이 가운데 일본과 관련이 없는데도 불매운동 리스트에 오른 몇몇 기업이 난감한 상황에 몰렸다.

일본계 소매업으로 분류된 BGF리테일(CU편의점) 관계자는 "처음에 훼미리마트 브랜드를 빌려서 쓰다가 2012년 라이센스 계약이 종료됐다. 지금 훼미리마트를 대체한 CU는 한국 브랜드고 국내 기업이다. 자본도 전혀 상관이 없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여러 누리꾼이 따로따로 '일본 제품 불매 리스트'를 만들다 보니 혼선도 있었다. 대표적으로 다이소(다이소아성산업)는 '일본 다이소와 완전히 별개인 한국 기업'이라고 수차례 강조해 왔지만 이번에 또 리스트에 오르게 됐다. '다이소'는 외국인기업이 아니라 외국인투자기업으로 분류되는 한국기업으로, 일본 다이소와는 무관하고 로열티 지급도 하지 않는다는 게 다이소의 입장이다.

리스트에 오른 일본계 기업 역시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리스트에 오른 한 일본계 대부업체 관계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한국에 투자해 인력을 고용하고 법규를 준수하며 사업해 왔는데 한일관계 악화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당장은 사업상 큰 타격이 없지만 이 사태가 오래 지속되면 이미지 훼손으로 영업에 차질이 있을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이런 일제 불매움직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일 경제 관계가 긴밀히 연결돼 있고 지리적으로도 붙어 있어 어차피 지속해서 가지 않고, 사지 않을 수 없어 감정적인 대응은 큰 의미가 없다”면서 “앞으로 긴 호흡을 갖고 이 사태를 바라보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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