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수출 규제, 감성적ㆍ즉흥적 대응 보단 '손자병법 지혜' 발휘해야
일본 수출 규제, 감성적ㆍ즉흥적 대응 보단 '손자병법 지혜' 발휘해야
  • 권의종
  • 승인 2019.07.06 08:53
  • 댓글 0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스토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 감성적ㆍ즉흥적 대응보다, 日 의도 잘 살펴 대처해야

[권의종 칼럼] 결국 일본이 일을 벌였다. 일본의 반도체 소재 등에 대한 대(對) 한국 수출 규제의 칼을 빼들었다. 일본 기업이 이들 제품을 한국에 수출하려면 일본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이렇게 대놓고 한국을 상대로 경제보복을 가해온 전례가 없었다. 한일 관계가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일본 정부의 보복 징후는 오래 전에 감지되었다. 공식·비공식 채널을 통해 전해진 정황이 포착되었다.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일본 기업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이 나오고 난 직후부터다.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경제 보복에 나설 낌새가 있다는 지한파 인사들의 귀띔이 있었다. 이들의 조언에 우리 정부는 비상계획 마련은커녕 피드백조차 없었다는 얘기다.

예삿일이 아니다. 이런 무책임과 무능력이 없다. 정부 실패로 비난 받아 마땅하다. 2년 전 사드배치 보복의 상처가 채 아물지 않은 상태라 체감되는 충격과 아픔이 더욱 크다. 이미 중국 관광객이 급감하고,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반한 몰이로 온갖 곤욕을 겪고 있다. 중국과 일본 양국 사이에 샌드위치 된 한국의 처지가 안타깝고 처량하다.

어쩌면 예견된 일이었는지 모른다. 현 정부 초기부터 한일 관계가 순탄치 못했다. 지난 정부가 합의해 설립한 ‘화해와 치유재단’을 해산하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양국 정상 간의 합의 사항을 정권이 바뀌고 얼마 되지 않아 파기한 것이 온당한 일이었는지 의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대법원 판결의 가세는 한·일간 갈등을 폭발시키는 뇌관으로 작용한 셈이다.

일본의 보복 징후, 공식·비공식 채널로 이미 전달... 비상계획 마련은 커녕 피드백조차 없어

일본 정부가 100여 개의 보복 카드를 준비 중이라는 소식이 벌써부터 들린다. 다양하고 강력한 형태의 경제적 보복이 가해질 거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만일 한국 정부가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 한국 법원에 압류된 일본 기업의 자산 매각 등이 현실화될 경우 일본 정부가 가만있지 않을 것 같다. 일전불사의 각오를 벼르는 모양새다

단기 취업비자 제한(법무성), 송금 제한(재무성), 전략물자 수출규제 강화(방위성), 농·수산물 수입규제 강화(농림수산성) 등 부처별 대항조치를 본격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일본의 전 방위적 보복이 실행될 경우 우리 경제와 기업으로서는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 일본에게도 좋을 리 없다. 한국 기업의 탈(脫) 일본화가 실행되면 그 피해는 일본 기업에게 돌아간다. 일본 내에서도 아베 정부의 경제보복 조치에 대한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는 이유다.

우리 측 대응이 분주해졌다. 정부가 수습책 마련에 동분서주하고 있다. 먼저 경제부총리가 나섰다. 일본에게 상응할 수 있는 조치를 강구할 것을 천명했다. 일본 측이 경제제재 보복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여러 가지 다양한 대응 조치를 마련할 것임을 힘주어 말했다. 실무 검토가 끝나는 대로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할 시기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도 가세했다. 일본의 조치는 한국 만을 특정해, 선량한 의도의 양국 민간기업 간 거래를 제한하는 것으로 바세나르체제의 기본지침에 위배된다는 지적을 내놨다. 바세나르체제 기본지침은 ‘모든 회원국이 특정 국가나 특정 국가군을 대상으로 하지 않을 것이며, 선량한 의도의 민간거래를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제도를 운용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일본 정부, 100여 개 보복 카드 준비 중...정부, 대응 수위 높이고 있으나 뾰족한 수 못 찾아

정부가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으나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하고 있다. 양국 간 교역 구조나 산업경쟁력을 감안할 때 일본에 치명타가 될 만한 묘책이 마땅치 않다. 겉으로 말은 못해도 속은 괴롭고 애가 탄다. 반도체 등 국산 제품의 일본 수출을 제한하는 방법이 제기되었다. 하지만 한국의 대(對) 일본 수출 품목들은 다른 국가 제품으로 대체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타격을 주기에 한계가 있다.

정부가 수입선 다변화와 더불어 핵심 품목 국산화 대책도 거론했다. 이 또한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상당한 시일이 소요되는 게 흠이다. WTO 제소의 경우도 단 시일 내에 가시적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 이 역시 시간이 오래 걸린다. 법률 검토에도 긴 시간이 소요되고, 분쟁 해결의 첫 절차인 양자 협의 과정에서도 1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해법이 안보일수록 신중해야 한다. 우왕좌왕은 금물이다. 청와대는 일본의 조치를 '정치적 보복'이란 표현을 썼다가 '보복적' 성격으로 바로 잡았다. 26분 만에 발표가 수정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실무자가 회의 결과를 반영하지 않은 보도자료 초안을 잘못 발송했다는 해명이 있었다. 이런 실수를 해서는 안 된다. 자칫 양국 간 전면전으로 번지지는 않을까하는 노심초사는 이해되나, 정부가 왠지 자신감이 없어 보이는 게 국민들 눈에 불안하게 비친다.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라 했다.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손자병법의 교훈을 새겨야 한다. 일본 정부는 이번 무역 규제를 극도의 보안 속에서 준비해 왔다. 양국의 강약점은 물론 우리가 구상하는 시나리오도 이미 다 파악했을 터이다. 감성적ㆍ즉흥적 대응은 상대의 의도대로 움직이는 게 될 수 있다. 일본의 소행은 괘씸하나, 그들의 치밀한 행동거지는 배울만하다. 그들의 의도를 잘 살펴 진중히 대처해야 한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겸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 호원대학교 무역경영학부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주)서울이코미디어
  • 등록번호 : 서울 아 03055
  • 등록일자 : 2014-03-21
  • 제호 : 서울이코노미뉴스
  • 발행인·편집인 : 박미연
  • 주필 : 김명서
  • 주소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58, 1107호(여의도동, 삼도빌딩)
  • 발행일자 : 2014-04-16
  • 대표전화 : 02-3775-4176
  • 팩스 : 02-3775-41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미연
  • 서울이코노미뉴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9 서울이코노미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seouleconews@naver.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