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金빙수' 5만7천원...프랜차이즈 업계까지 가격인상 경쟁
호텔 '金빙수' 5만7천원...프랜차이즈 업계까지 가격인상 경쟁
  • 김준희 기자
  • 승인 2019.07.09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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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고가 마케팅’에도 소비자 몰려...“상술에 안 넘어가는 현명한 소비 필요”
서울 호텔신라의 애플망고빙수. 한 그릇에 5만4천원이지만 줄을 서야 할 만큼 인기다./호텔신라 제공

[서울이코노미뉴스 김준희기자] 올해도 ‘金빙수’의 기세는 이어지고 있다. 오히려 더 거세지는 추세다.

올 최고가 빙수는 한 그릇에 5만7000원이다. 워커힐호텔 애플망고빙수(애망빙)의 가격이 그렇다. 지난해 4만3000원보다 32.6%나 올랐다. 워커힐호텔 측은 “원재료인 제주산 애플망고의 가격이 워낙 비싼 데다, 지난해보다 중량을 늘려 가격을 인상한 것”이라고 밝혔다. 원재료 가격을 감안하더라도, 소비자들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은 ‘마구잡이식’ 인상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이른바 ‘애망빙’의 원조격인 서울 장충동 호텔신라 애플망고빙수 가격은 작년 그대로 5만4000원이다. 신라호텔은 지난 해 애망빙을 판매한 94일 동안 모두 1만5000그릇을 판매했다. 하루 평균 160그릇을 판 것이다. 줄서지 않고선 맛보기 어렵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빙수 마니아들이 몰렸다. 이들에게 5만원이 훌쩍 넘는 빙수값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올해는 사람들이 더 몰리고 있다. 애플망고빙수를 팔기 시작한지 17일(5월 24일~6월 9일)동안 2800그릇이 판매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2400그릇보다 400그릇이 더 많이 팔렸다.

이처럼 금가루를 뿌린 양 값비싼 빙수가 날개돋힌 듯 팔리면서 머지않아 빙수 가격은 한 그릇에 6만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호텔마다 경쟁적으로 펼치는 고가 럭셔리 마케팅 전략을 감안하면, 7만원 이상의 빙수가 나올 것이라는 예측도 무리가 아니다.

여기에는 최근 몇 년 사이에 나타난 20·30대의 소비 행태가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스몰 럭셔리(작은 제품에서 사치를 부림)’ ‘가심비(가성비에다 심리적인 만족감의 정도)’가 이들 사이에 소비 키워드로 자리 잡으면서 고가에도 주저하지 않고 지갑을 연다는 것이다.

신라호텔 관계자는 "학생처럼 보이는 젊은 여성 서너 명이 함께 애망빙을 즐기는 모습이 많이 보인다"면서 "일주일에 3번 이상 애망빙을 찾는 여성 손님도 있다"고 전했다.

고가 빙수의 대명사인 애망빙은 2008년 무렵 제주 신라호텔에서 디저트 메뉴로 처음 선보였다. 이후 입소문을 통해 그 맛이 서울에까지 알려졌고, 2011년  서울 호텔신라에서 처음으로 애망빙을 내놓으면서 특급호텔 고급 빙수 열풍을 일으켰다.

문제는 빙수가 ‘고급 디저트’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프랜차이즈 업계까지 해마다 빙수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점이다.

투썸플레이스는 오리지널빙수 가격을 지난해 9800원에서 올해 1만500원으로 7% 인상했다. 프리미엄빙수 3종의 가격도 1만2500~1만3000원 수준으로 작년에 비해 평균 4% 올렸다.

SPC그룹이 운영하는 파스쿠찌도 빙수 가격을 올렸다. 지난해 가장 비싼 빙수 가격이 1만3000원이었지만 올해에는 빙수 5종 중 3종 가격이 1만4000원이다.그러나 회사 측은 “기존 제품을 리뉴얼한 게 아니라 전혀 다른 제품을 출시하면서 가격을 책정한 것으로, 가격 인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어쨌든 소비자로선 지난해보다 빙수값이 올랐다고 여길 수밖에 없다.

빙수 전문브랜드 설빙은 올해 리얼통통흑수박설빙의 가격을 1만4500원으로 책정했다. 지난해 판매한 리얼통통수박설빙(1만3900원)에 비해 4.3%나 올렸다. 다른 빙수제품 가격도 6~7% 가량 인상했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 제품 가격을 동결했지만 인건비·임대료 상승분이 누적된 만큼, 가맹점주와 협의를 쳐 가격을 올렸다”고 말했다. 

해당 기업들은 가격 인상의 이유로 원재료값을 거론하고 있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빙수에 들어가는 과일이나 우유값은 되레 하락했다.

수입산 망고는 5㎏ 당 평균 가격이 지난 달 말 기준 3만8376원으로 지난해 평균 가격 4만2727원에 비해 10.2% 하락했다. 같은 기간 딸기 가격도 14.8%,  멜론은 1.5% 각각 떨어졌다.

우유의 원유수취가격도 2014년 이후 5년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 식음료 업계 관계자는 "원재료 가격을 반영했다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비싼 가격에 판매되는 측면이 있다"면서 "높은 가격을 오히려 마케팅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주요 원재료 가격이 떨어지고 있지만 빙수 가격이 오히려 오르는 건 소비자로선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의 각성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인하대 소비자학과 이은희  교수는  “보여주기 위한 소비에 몰입되다 보면 가격 인상에는 둔감해질 수밖에 없다”면서 “가격이 적정한지, 가격 인상이 합당한지 등을 생각하는 현명한 소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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