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이종범기자] 이번에는 노동계가 불참카드를 빼들었다.
15일 결정시한이 임박한 가운데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가 노동계의 불참으로 파행을 겪었다. 경영계가 지난 3일 제출한 내년도 최저임금 삭감안에 대한 항의표시로 볼수 있다.
최저임금위원회가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개최한 제10차 전원회의에는 노동계를 대표하는 근로자위원 9명이 전원 불참했다.
근로자위원들은 사용자위원들이 내년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으로 4.2% 삭감된 8000원을 제출한 데 반발해 이날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근로자위원들은 사용자위원들의 최저임금 삭감안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근로자위원들은 성명을 내고 "지금 경제가 국가부도 상태에 놓인 것도 아닌도 물가인상과 경제성장조차 고려하지 않고 오히려 마이너스로 회귀하자는 것은 어느 누구도 납득할 수 없는 비상식적인 행위"라며 "삭감안을 즉각 철회하고 상식적인 수준의 수정안을 제출하라"고 주장했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서로 다른 생각과 입장을 지닌 당사자들의 소통과 공감이 (최저임금) 제도를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기본 전제"라며 "근로자위원들의 불참에 심각한 우려와 유감을 표명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늦어도 11일까지는 2020년도 최저임금 수준에 관한 논의를 종결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며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위원장으로서 남은 기간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는 사용자위원 8명과 공익위원 9명이 참석했다. 사용자위원 가운데 불참을 계속해온 소상공인 대표 2명도 복귀했다.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전무는 사용자의 61%와 노동자의 37%가 최저임금을 동결해야 한다고 답한 설문조사결과를 인용하고 "최저임금의 고속 인상이 사용자뿐 아니라 근로자에게도 부정적 영향을 끼친 부분이 나타나는 설문조사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류 전무는 근로자위원들의 불참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노동계의 사정이 있어 못 온 것이라는 생각이 들고 다음 회의에는 복귀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사용자위원들도 업종별 차등 적용 안건 부결 등에 반발해 지난 2일 제7차 전원회의에 전원 불참한 바 있다. 노동계와 경영계가 한 차례씩 최저임금위원회를 파행에 빠뜨린 것이다.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는 오는 10일과 11일에도 예정돼 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남은 회의에서 집중적인 심의를 벌여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할 계획이다.
그러나 노동계는 시급 1만원, 경영계는 8000원을 요구하는 등 양측간 간극이 너무 커서 협상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고용노동부는 최저임금 최종 고시일(8월 5일)을 앞두고 이의 제기 절차 등에 걸리는 시간을 감안하면 오는 15일까지는 의결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