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직장 괴롭힘' 첫날...진정서 줄잇자 준비 안된 기업들 '혼란'
[특집] '직장 괴롭힘' 첫날...진정서 줄잇자 준비 안된 기업들 '혼란'
  • 이종범 기자
  • 승인 2019.07.16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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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아나운서, 석유공사·이마트 직원 등 진정 제기... 취업규칙 개정 기업은 절반에 그쳐
시민사회단체 '직장갑질 119' 관계자들이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개정 근로기준법 시행 첫날인 16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직장 내 괴롭힘 대처 십계명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시민사회단체 '직장갑질 119' 관계자들이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개정 근로기준법 시행 첫날인 16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직장 내 괴롭힘 대처 십계명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이코노미뉴스 이종범기자] 16일부터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근로기준법 개정)'이 시행되면서 기업들마다 괴롭힘을 호소하는 진정이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정작 취업규칙을 개정한 기업은 절반에 그치고 있어 당분간 현장에서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1호 진정 MBC 아나운서들 "일 되찾고 싶다"…MBC "내부 절차 도외시한 처사" 비난

이날부터 시행에 들어간 '직장내 괴롭힘 방지법'에 따른 첫 진정 사건은 언론계에서 나왔다.

2016~2017년 MBC 입사 후 계약 만료로 퇴사했다가 법원 판단으로 근로자 지위를 임시로 인정받은 아나운서들이 '직장내 괴롭힘 방지법'에 근거해 MBC를 상대로 노동부에 진정을 냈다. 해당 아나운서 7명은 법률대리인, 시민단체 관계자들과 함께 이날 오전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힌 뒤 진정서를 제출했다.

법률사무소 휴먼은 앞서 법원에서 이들의 근로자 지위가 임시로 보전했는데도 MBC가 이들을 업무에서 격리한 것은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에 저촉된다고 밝혔다.

엄주원 아나운서는 회견에서 "회사를 무너뜨리고자 하는 게 아니다. 우리의 일을 되찾고 회사와 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싶다"라고 했다. 이선영 아나운서도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시행됐고, 우리의 부당한 상황을 사회에 호소하고자 이 자리에 왔다"라고 말했다.

소송대리인 류하경 변호사는 "MBC와 대화를 하고 싶었지만 안 해줘서 고용청으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라며 "이 아나운서들은 정규직과 똑같은 절차를 거쳐서 입사했다. (진정 건에서) 이길 자신이 있다"라고 밝혔다. 류 변호사는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조항 중 ▲ 정당한 이유 없이 훈련·승진·보상·일상적인 대우에서 차별 ▲ 일을 거의 주지 않음 ▲ 인터넷 사내 네트워크 접속 차단 ▲ 집단 따돌림 등을 세부 근거로 들었다.

MBC는 이날 진정 관련 공식입장을 내고 "MBC는 이미 개정 근로기준법 시행에 맞춰 관련 사규를 개정, 신고 시 처리 절차 등을 상세하게 규정했지만 해당 아나운서들은 내부 절차를 도외시한 채 기자회견과 진정이라는 방식을 택했다"라고 밝혔다.

MBC 16·17사번 계약직 아나운서들이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MBC 16·17사번 계약직 아나운서들이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새 사장 부임후 업무서 격리·강등…석유공사 관리직 직원 19명 진정

한국석유공사 관리직 직원들이 이날 회사를 상대로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제기했다.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에 따르면 한국석유공사 관리직 직원 19명은 이날 오전 9시 고용노동부 업무가 시작되자마자 울산지청 민원실을 방문해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석유공사에서 20∼30년간 일해왔다. 이들은 지난해 3월 새로운 사장이 부임하면서 전문위원이라는 명목으로 2∼3등급씩 강등돼 월급이 깎였다. 또 청사 내 별도 공간으로 격리되고 별다른 업무도 받지 못했다.

회사는 대신 매월 혼자서 할 수 있는 과제를 제출하게 하고, 분기별로 후배 직원들 앞에서 발표하게 했다. 이들 모두 지난해 인사평가에선 최하위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석유공사는 "인위적인 구조조정 대신 전문위원 배치 등 고위직을 포함한 기존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노력을 시행해왔다"며 "전문위원은 공사 내 전문성 있는 인력에 부여되는 상위직의 공식 직위이고 직위강등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마트 직원 "관리자가 막말·고성"…업체 측 "입증된 피해 사실 없어"

이마트 포항이동점 직원들이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하며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민주노총 산하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과 마트산업노조 이마트지부 포항이동지회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이마트 포항이동점 관리자의 폭언, 반말, 막말과 근무 중 고객이나 동료 앞에서 모욕을 주는 행위 등으로 40∼50대 계산원 조합원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가해 관리자는 8년간 계산원 업무 전반을 관리하면서 연차사용을 강제하고 일정을 마음대로 조정하는 '스케줄 갑질'을 일상적으로 했고 문제를 제기하거나 관리자 눈에 어긋나는 사원에게는 막말과 고성 등 인격모독을 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암 수술 후 회복이 안 돼 연차를 신청했다가 거절당해 근무하는 직원에게 관리자가 "왜 출근하셨어요"라고 비아냥댔다는 사례를 제시했다. 또 머리가 아파 잠시 기댄 직원에게 "회사에 이렇게 쉽게 돈 벌러 오나"라거나 기대고 있는 모습을 촬영한 뒤 출력해 게시했다는 사례도 들었다.

고객이 지켜보는 앞에서 계산대를 걸어 잠그고 큰소리로 혼을 내는 일은 다반사였다는 것이 직원들의 주장이다. 직원들은 20여명이 피해를 봤다며 회사 측에 해당 관리자 조치를 요구했지만, 이마트 측은 조사를 거쳐 경고 조치만 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은 전혀 그런 적이 없다고 하는 등 양측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며 외부 감사기관을 통해 감사와 현장 조사, 면담을 했지만 특별하게 입증된 피해 사실이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고용청에는 직장 내 괴롭힘 신고센터운영을 설치운영하고 있다.
지방고용청에는 직장 내 괴롭힘 신고센터운영을 설치운영하고 있다.

사업장 53%만 "취업규칙 개정"... 기업준비로는 직원 사내 교육이 가장 많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이날부터 시행되지만 취업규칙을 개정한 기업은 절반에 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업장은 7월16일 이전까지 직장 내 괴롭힘 예방,대응방안 마련 등을 위해 취업규칙을 개정해야 한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사업장에서 법안 시행을 앞두고 대비 중인지 묻자 응답한 인사담당자의 53%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참여기업의 절반가량만 괴롭힘 금지법 시행에 응답한 것이다. 나머지 절반 중 36%는 ‘아니다’, 11%는 ’모른다’를 선택했다. 법안이 시행됐지만 기업들은 준비상태는 낮은 수준이었다.

기업들의 준비에 대해서는 '직원 대상 사내교육’(45%)이 1위에 꼽혀 대기중인 기업에서는 사내 안내에 중점을 두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서 ‘(고용노동부 매뉴얼에 따라)취업규칙 내용변경 및 안내’(29%), ‘(고용노동부 매뉴얼 외) 사업장 특성에 따른 별도 사내규정 마련’(15%)이 2,3위에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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