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의 이슈파이팅] 삼성바이오로직스 김태한(62)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또 기각됐다. 두 번째다. 검찰 수사의 최고봉이라는 서울지검 특수부가 청구한 영장이다. 따라서 검찰 수사의 문제점이 없는지 되돌아볼 일이다. 지난 번에는 증거인멸교사 혐의에 대한 영장이었다. 이번에는 분식회계 혐의까지 추가해 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기록도 보완하고 혐의를 추가한 만큼 영장이 발부될 것으로 기대했을 터. 또 다시 영장을 기각하자 반발했다. 검찰은 "혐의의 중대성, 객관적 자료 등에 의한 입증의 정도, 임직원 8명이 구속될 정도로 이미 현실화된 증거인멸, 회계법인 등 관련자들과의 허위진술 공모 등에 비춰 영장 기각을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추가 수사 후 영장 재청구 등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거듭 강조하지만 구속만이 능사는 아니다. 검찰은 세 번째 영장청구까지 시사하고 있다. 이미 검찰 수사는 실패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번번이 법원의 벽에 부딪치고 있는 게 그렇다. 그럼 불구속 수사를 해도 된다. 법원의 영장 기각은 불구속 수사를 의미한다고 하겠다. 검찰은 자존심 때문에 구속 수사에 집착한다. 또 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당하는 우를 범할지도 모르겠다.
명재권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9일 약 3시간 30분간 김 대표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20일 오전 2시 30분쯤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명 부장판사는 "주요 범죄 성부에 다툼의 여지가 있는 점, 증거수집되어 있는 점, 주거 및 가족관계 등에 비추어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이유를 밝혔다.
김 대표와 함께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삼성바이오 최고재무책임자(CFO) 김모(54) 전무, 재경팀장 심모(51) 상무의 구속영장도 모두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등의 사유로 기각됐다. 김 대표 등은 미국 합작사인 바이오젠이 가진 콜옵션으로 인한 부채를 감추다가 2015년 말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커졌다며 회계 처리 기준을 바꿔 장부상 회사 가치를 4조5000억원 부풀린 혐의(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등을 받고 있다.
검찰이 김 대표의 신병 확보에 실패하면서 향후 수사도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검찰은 김 대표를 구속한 뒤 최지성(68)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부회장) 등 전·현직 그룹 수뇌부들을 소환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검찰이 삼성바이오 분식회계의 목적이 이재용(51)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유리한 승계 구도를 형성하기 위한 데 있었다고 의심하는 만큼, 이 부회장에 대한 직접 조사 가능성도 꾸준히 제기됐으나 이 역시 불투명하다.
이 부회장에 대해서는 보다 신중한 수사 필요성이 제기된다.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로 삼성전자는 직접적 타격을 받고 있다. 이 부회장이 전면에 나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마당에 오라가라 하면 더 어려워질 수 있다. 물론 혐의가 확실하다면 수사를 해야 되겠지만, 의심만 갖고 소환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검찰이 무리수를 두지 않기를 바란다.
#외부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필자소개
오풍연/poongyeon@naver.com
약력
서울신문 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