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의 이슈파이팅] 대한민국이 요즘 엉망이다. 정치도 갑갑한데 일본의 대한(對韓) 수출 규제까지 겹쳐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불투명하다. 한마디로 되는 일이 없다고 할까.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갈피를 못잡고 있다. 심하게 말해 똥 오줌을 분간하지 못하는 것 같다. 왜 이렇게 됐을까. 물론 무능한 정부 탓이 제일 크다. 한편 우리 자신도 제자리에서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 되돌아 볼 일이다.
최근 한국은행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2.2%로 0.3%포인트나 내렸다. 일본의 경제압박이 심해지면 더 내려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위기라고 아니할 수 없다. 제조업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모두 죽을 판이라고 아우성이다. 특히 공단이 몰려 있는 울산, 부산, 경남이 심하다.
상황이 이처럼 심각한 데도 정부의 대응을 보면 한숨이 나온다. 물론 정부도 노력은 할 게다. 하지만 방법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조국 민정수석이 앞장서서 일본을 공격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의 관련 업무도 아니다. 마치 의병대장을 연상시킨다. 지금 그럴 때인가 묻고 싶다. 나라를 갈라놓는 것은 바로 조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성싶다.
나라가 정말 위기인 데도 한마디 해 줄 사회 어른, 즉 원로가 없다. 그러다보니 너도 나도 나서 한마디씩 거든다. 배가 산으로 올라갈 판이다. 보수 진영도, 진보 진영도 똑같다. 모두 어른을 찾아볼 수 없다. 민주화운동이 한창일 때는 어른이 있었다. 그 분들 말이라면 모두가 경청했다. 얼마 전 보수성향의 원로 학자를 만난 적이 있다.
“지금 박정희 때보다도 더합니다. 말을 꺼낼 수 없으니까요.” 매도당할 까봐 말을 삼간다고 했다. 무슨 말을 하면 벌떼처럼 달려들어 공격하니 아예 침묵한다는 것. 이는 심각한 민주주의의 위기다. 민주주의란 무언가. 언론의 자유, 양심의 자유, 사상의 자유가 있다. 그런데 말조차 마음대로 못하니 민주주의라고 할 수 없다고 했다.
고(故) 김수환 추기경이 더 생각난다. 김 추기경의 목소리에는 울림이 있었다. 그래서 민주화운동을 하는 학생‧시민도, 이들을 진압하는 경찰도 무시하지 못했다. 김 추기경은 시대적 상황을 피하지 않았다. 옳은 소리, 곧은 목소리를 냈다. 민주화운동을 뒤에서 견인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김 추기경 같은 어른이 없다. 종교계 뿐만 아니라 어디를 찾아봐도 안 보인다.
어른이 없는 것도 우리 사회의 비극이다. 예전에는 전직 국회의장이나 대법원장은 나름 존경을 받았다. 그러나 요즘은 그렇지 못하다. 그들조차 원로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들이 자초한 결과가 더 큰 이유도 있다.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이 정계 원로들을 초청한 자리를 보았다. 면면을 보니까 존경받을 만한 사람이 한 사람도 없었다.
따라서 원로에게도 기댈 수 없는 상황이다. 우리 스스로 자존감을 찾아야 한다. 정부가 무능하면 국민이라도 똑똑해지자.
필자소개
오풍연/poongyeon@naver.com
약력
서울신문 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 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