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가습기살균제 그후(7) '절반의 성공'에 그친 수사
[조명]가습기살균제 그후(7) '절반의 성공'에 그친 수사
  • 이종범 기자
  • 승인 2019.07.23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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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애경 임직원 등 34명 기소…일부 기업 및 정부 책임 조사 못해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 권순정 부장검사가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가습기 살균제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 권순정 부장검사가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가습기 살균제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서울이코노미뉴스 이종범기자] 2011년 가습기 살균제 사태를 재조사한 검찰이 사건 발생 8년여 만에 책임자 34명을 무더기로 기소한 뒤 수사를 마무리했다. 지난해 11월 관련 고발장을 접수한 지 8개월 만이다.

그러나 이번 재수사를 통해서도 정부와 기업의 책임 소재에 대해 의문점이 남은데다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은 기소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절반의 성공'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권순정 부장검사)는 23일 유해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SK케미칼 홍지호 전 대표 등 8명을 구속기소하고, 정부 내부 정보를 누설한 환경부 서기관 최모 씨 등 2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우선 SK케미칼 홍 전 대표 등 4명, 애경산업 안용찬 전 대표 등 5명, 필러물산 김모 전 대표 등 2명, 이마트 전직 임원 2명, GS리테일 전 팀장 1명, 퓨엔코 전직 임원 2명 등 총 16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SK케미칼·애경 등 업체들은 인체에 유해한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성분을 원료로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해서 인명 피해를 낸 혐의를 받고 있다.

SK케미칼은 PHMG가 가습기 살균제 원료로 사용된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으나, 가습기 살균제 관련 실험을 진행한 사실 등이 이번 검찰 수사를 통해 확인됐다. 또 정부 조사와 수사, 소송에 대응하기 위해 TF(태스크포스)를 조직하고 안전성 부실 검증 사실이 확인되는 서울대 흡입독성 시험보고서를 숨기거나 관련 자료를 삭제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애경산업의 경우 가습기 살균제 수사가 본격화되자 연구소 직원 컴퓨터를 교체하거나 이메일을 삭제하고 보고서 등을 숨기는 등 증거를 은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2013년 첫 수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당시 정부의 독성실험 결과에서 CMIT·MIT 원료물질과 피해의 인과관계가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검찰 수사는 CMIT·MIT 원료의 유해성에 대한 학계 역학조사 자료가 쌓이고, 환경부가 지난해 11월 관련 연구자료를 검찰에 제출하면서 재개됐다.

검찰은 "1994년 최초 가습기살균에 개발 당시 자료인 서울대 흡입독성 시험 보고서, 연구노트 등을 압수해 최초 개발 단계부터 안전성 검증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채 부실하게 개발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옥시가 만든 '옥시싹싹 가습기당번' 등의 원료물질로 쓰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를 원료로 공급한 SK케미칼 전 직원 최모 씨 등 4명도 재판에 넘겨졌다.

특히 환경부 서기관이 내부 정보를 가습기 살균제 기업에 누설한 정황도 확인됐다.

환경부 서기관 최씨는 2017~2019년 애경산업으로부터 수맥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은 대가로 환경부 국정감사 자료와 가습기 살균제 건강영향 평가 결과보고서 등 각종 내부 정보를 누설하고 애경산업직원에게 검찰 수사가 개시될 것으로 보이니 수사에 대비해서 가습기 살균제 관련 자료를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 기업들의 조직적인 증거인멸 작업도 이번 수사를 통해 드러났다.

SK케미칼은 안정성 부실 검증 사실이 확인되는 핵심 자료인 서울대 흡입독성 시험보고서를 숨겼으며 애경산업과 이마트 등은 직원들의 PC나 노트북을 은닉한 혐의를 받는다.

다만 검찰은 고발대상에 포함됐던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에 대해서는 비공개 소환과 서면조사 등을 거쳤지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확인되지 않아 기소 대상에서 제외됐다.

특조위 "검찰수사 결과 환영"...정부 과실·옥시 영국 본사 수사 못해 아쉬움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는 이날 검찰의 수사결과와 관련, 정부와 기업 책임 소재에 대해 미흡한 점이 남는다고 입장을 밝혔다.

특조위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습기 살균제 사건 진상규명 방해 행위자를 적발해 기소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특조위는 "일부 기업과 정부 책임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점은 미흡한 점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특조위는 "다른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 제조 판매 기업의 과실이 규명되지 않은 부분과 염화벤잘코늄(BKC), 이염화이소시아뉼산나트륨(NaDCC) 등 성분을 사용한 다른 가습기 살균제 제조 판매 업체 수사가 진행되지 않은 점, 옥시 영국 본사와 외국인 임직원 수사가 진행되지 않은 점은 아쉽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검찰 수사에서는 정부의 과실 부분까지는 책임을 묻지 못했다"며"아직도 풀리지 않은 의문점이 많이 남아 있으며 관련 기업들이 적극적인 피해자 배·보상에 나서지 않고 있는 점은 피해자들을 더욱 고통스럽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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