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실적 잔치’라지만 한국 금융은 여전히 ‘우물 안 개구리’
역대급 ‘실적 잔치’라지만 한국 금융은 여전히 ‘우물 안 개구리’
  • 권의종
  • 승인 2019.07.30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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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샴페인 터뜨릴 때 아니고...해외 진출, 수익원 다각화, 금융기법 선진화로 수익성·효율성 제고 시급

[권의종 칼럼] 대한민국 금융사전에는 ’불황‘이 없다. 금융산업이 역대급 호황이다. 성과가 눈부시다. 신기록 갱신이 거듭된다. 올 상반기도 예외는 아니다. 4대 금융지주 공히 ’실적 잔치‘다. 신한·KB금융은 1조9천1백억 원과 1조8천3백억 원, 하나·우리금융은 1조2천억 원과 1조1천8백억 원의 순이익을 각각 올렸다.

금융공급자는 호황인데 금융소비자는 불황이다. 극명한 대조다. 상당수 기업들이 실적 부진에 시달린다. 가계 부문도 고전이다. 소득감소와 고(高)부채에 허덕인다. 상장 기업들도 힘들다. 올 상반기 중 주요 기업들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6.9% 줄었다. 정보기술(IT)과 전자를 비롯한 에너지·화학, 철강, 제약 등 주요 제조업의 수익성이 급락했다. 자동차·조선업에서의 선방에 만족해야 했다.

중소기업의 사정은 절박하다. 말로 형언키 힘들 정도다. 원가상승, 판매부진, 인력난, 자금난으로 애를 먹고 있다. 도산의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리는 기업이 늘고 있다. 워크아웃이나 기업회생절차 신청기업이 급증하는 이유다. 작년 4·4분기 중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기업이 전년 동기 대비 35.5% 늘었다. 올해는 그 수가 1,000건이 넘을 거라는 추정이다.

가계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가계부채 규모가 어느덧 국내총생산(GDP)에 육박한다. 증가 속도가 가파른 게 더 걱정이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해 말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97.7%로 치솟았다. 조사 대상 43개 주요국 가운데 중국에 이어 두 번째다. 소득대비 빚 상환 부담도 늘고 있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12.7%로, 자료가 집계된 17개국 중 6위, 상승률은 1위를 기록했다.

금융공급자는 ‘호황’ vs. 금융소비자 ‘불황’, 금융경쟁력 ‘뒷걸음’...하반기부터가 더 걱정

국제금융경쟁력마저 뒷걸음질이다. 영국계 컨설팅그룹 Z/YEN이 발표한 2019년 3월 기준 서울의 국제금융센터지수는 세계 112개 도시 중 36위에 불과하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만 봐도 13위에 머문다. 일본 도쿄(6위), 오사카(31위), 중국 베이징(9위), 선전(14위), 광저우(24위), 칭다오(29위), 대만 타이베이(34위)에도 뒤진다. 지난해 9월 33위에 이어 6개월 만에 3계단 하락했다. 2015년 9월, 6위의 고점과 비교하면 3년 반 만에 무려 30계단 추락이다.

하반기부터가 더 걱정된다. 한국과 미국 기준금리 인하로 시장금리가 더 떨어질 거라는 전망이다. 경제 성장이 둔화되고 경영 여건이 악화될 거라는 중론이다. 미·중 무역 분쟁, 한·일 경제 갈등 등 대외 불안요인이 지속되고, 대내적으로 고(高)실업률, 부동산 시장 규제, 과도한 가계부채 등이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내외 환경이 힘든 데도 금융산업만 ‘나홀로’ 호황을 구가하는 건 무슨 연유일까. 경쟁력에 기초한 노력의 대가일까. 힘없는 소비자와의 불공정거래의 산물일까. 혹시라도 후자로 해석될까봐서인지 은행들의 대응이 선제적으로 보인다. 금융지주사는 최대 실적을 냈으나, 최대 계열사인 은행은 순이자마진(NIM) 하락으로 수익성이 되레 하락했다는 얘기를 하고 싶은 눈치다.

우연의 일치일지 모르나, 최근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은행의 하반기 전망 보고서를 때맞춰 펴냈다. "시장금리가 하락하는데도 새 예대율 적용에 따른 은행 예금유치 경쟁 때문에 조달금리 하락 폭이 축소됐다"는 진단을 담고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다만, 순이자마진이 하락한 사실만으로 은행의 호(好)실적을 비호하기엔 역부족이다. 논리가 옹색하다.

NIM 하락, 최근 금리 상승-대출수요 증가 결과...은행 호(好)실적 비호하기엔 논리 옹색

은행의 순이자마진은 최근 몇 년간 금리 상승과 대출수요 증가에 힘입어 크게 올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 전체의 순이자마진은 2016년 1.55%에서 2017년 1.63%로 상승했다. 2018년에는 1.67%로 더 뛰었다. 금년 들어서야 상승세가 꺾이고 있다. 시장금리가 계속 떨어지고 있는데 기인한 결과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통화 완화 기조로 돌아섰고, 한국은행도 올해 한 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했기 때문이다.

은행의 수신·대출금리가 모두 떨어지면서 순이자마진이 낮아진 것이다. 순이자마진은 이자수익 자산의 단위당 이익률을 의미한다. 이자수익에서 조달비용을 뺀 것을 이자수익 자산으로 나눈 값이다. 비용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대출 금리와 수신 금리의 차이만을 계산함으로써 은행의 수익성과 경영효율성을 판단하는 데는 충분치 못한 한계가 있다.

현상 속에 답이 있다. 지금 하는 것과 정반대로 하면 된다. 국내 소비자를 상대로 담보대출 위주로, 그것도 높은 예대마진에 의존하는 낡은 수익구조를 서둘러 탈피해야 한다. 뒤집어 말하면,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대출 중심에서 수수료 비중 확대 등으로 수익원 다각화에 힘써야 한다. 아울러 금융기법 선진화, 신용평가 및 위험관리 역량 강화로 수익성과 효율성을 높여나가야 한다. 한국 금융이 지향할 미래 좌표이자 번영의 활로다.

글로벌화 금융환경 하에서 한국 금융이 언제까지 우물 안 개구리로 살아가기 어렵다. 잔칫날 잔치 기분을 제대로 못 내는 현실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정부도 힘을 보태야 한다. 금융 산업의 축적된 잠재 역량이 십분 발휘되도록 규제 혁파, 제도 혁신, 인프라 강화로 후원해야 한다. 금후 대한민국 금융이 활개 치며 나아갈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모든 게 마음먹기 달렸고 마음먹어 노력하면 안 되는 일 없다.

필자 소개

권의종(iamej5196@naver.com)
- 논설실장
- 부설 금융소비자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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