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윤석현기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7개월째 0%대에 머무는 저물가 현상이 지속되고 있지만 서민들이 느끼는 체감물가는 꾸준히 오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름철 서민들이 즐겨찾는 냉면값은 대부분 식당에서 1000원씩 올랐으며 치킨·맥주·커피·김밥 등 가격도 2~5% 인상됐다. 그래서 서민들이 "저물가를 체감하지 못하겠다"는 불만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이 1일 발표한 '7월 소비자물가 동향' 에 따르면 7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4.56(2015=100)으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0.6% 상승했다. 전월 대비로는 0.3% 하락했다.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12월 1.3% 상승을 끝으로 지난 1월 0.8%를 기록한 이후 7개월째 0%대 상승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2015년 2~11월(10개월) 이후 최장 기록이다. 1~7월 누계로는 0.6% 상승했다. 이는 2015년 이후 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통계청은 0%대 물가가 7개월 연속 이어지는 현상에 대해 '디플레이션'이 아닌 '디스인플레이션'이라고 설명했다. 디스인플레이션은 통상적으로 인플레이션을 극복하기 위한 경제조정 '정책'을 의미하지만, 통계청은 인플레이션이 떨어지는 저물가 '상태'를 지칭하는데 이 용어를 썼다.
소비자물가지수는 0%대 오르는 데 그쳤지만 품목별 등락률을 보면 서민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개인서비스는 1.9%로 상승률이 높았다. 또 가공식품(2.1%), 전기·수도·가스(2.0%), 농산물(1.2%)의 상승률도 비교적 높았다.
개인서비스에는 외식(1.8%)이 포함돼있다. 특히 외식 가운데 김밥(5.5%), 치킨(5.3%), 된장찌개 백반(3.7%), 김치찌개 백반(3.3%), 구내식당 식사비(3.0%), 커피 외식(2.8%), 맥주 외식(2.7%) 등은 상승 폭이 두드러졌다.
여름철 서민들이 즐겨먹는 냉면값에서 물가 인상을 피부로 느낄수 있다. 서울 중구의 유명 냉면집은 올해 간판 메뉴인 물냉면과 비빔냉면 가격을 각 1만3000원에서 1만4000원으로 1000원 올렸다. 서울 지역에서 냉면 한그릇 평균가격은 8962원으로 1년 전보다 3.1%(270원) 올랐다.
대부분 서민이 자주 구매해 가격 인상을 체감하기 쉬운 품목들이다. 저물가 상황이 오랜 기간 지속하고 있다는 통계청 발표와 관련 보도가 공감을 받지 못하는 이유로 들수 있다.
농·축·수산물이 1년 전보다 0,3% 하락해서 전체 물가를 0.02%포인트 끌어내렸다. 특히 지난해보다 기상여건이 나아지면서 채소류 가력이 6.4% 내렸으며 축산물과 수산물 가격도 각각 2.7%, 0.2% 하락했다. 무 가격이 27.5% 떨어졌으며 고구마(15.7%), 마늘(15.3%), 양파(14.6%), 돼지고기(10.8%)도 두자릿수 하락률을 보였다.
공업제품은 보합세였다. 석유류 물가는 1년 새 5.9% 하락했다. 전체 물가를 0.27%포인트 낮추는 효과를 냈다. 또 집세는 0.2%, 통신이 2.6%, 교통은 1.6% 떨어졌다.
이승훈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경영전략팀 책임연구원은 "7개월째 저물가라고는 하지만 식료품비나 주류·담뱃값, 교육비 등 서민이 가격 상승을 체감할 수 있는 품목의 가격은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라면서"이같은 품목은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판매하는 경우가 많아 최저임금이 인상됨에 따라 가격이 오르는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출목적별 소비자물가지수 항목 중 '음식 및 숙박'은 올해 1월 3.0%, 2월 2.8%, 3월 2.2%, 4월 1.9%,5월 1.8%,6월 1.8%,7월 1.7%로 1~3%대 상승률을 이어왔다.
통계청 관계자는 "외식물가가 꾸준히 오르기도 했고 가사도우미 비용 등 외식 외 개인서비스 항목의 상승 폭도 컸다"며 "원자재나 기타 인건비 상승 부분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