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日 의존도 높은 업종 '발등에 불'…비상경영 돌입
[초점] 日 의존도 높은 업종 '발등에 불'…비상경영 돌입
  • 윤석현 기자
  • 승인 2019.08.02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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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디스플레이, 기계, 배터리 등 대응책 마련 부심… 업계 "어떤 소재·장비가 영향받을지 파악 어려워"
2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무역협회 중회의실에서 열린 '바이오-화장품 분야 일본 수출규제 업계 설명회'에서 행사장을 가득 채운 참석자들이 일본 수출 규제에 대한 설명을 경청하고 있다.
2일 서울  한국무역협회 중회의실에서 열린 '바이오-화장품 분야 일본 수출규제 업계 설명회'에서 행사장을 가득 채운 참석자들이 일본 수출 규제에 대한 설명을 경청하고 있다.

[서울이코노미뉴스 윤석현기자] 일본이 2일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면서 국내기업들에 비상등이 켜졌다.

화이트리스트는 수출 때 허가를 면제해주는 우방 국가를 의미한다. 일본은 당장 이달말부터 1100개 품목에 대해 강화된 수출규제를 적용하게 된다. 우리 기업들이 이를 수입하기 위해서는 일본 부품으로 만드는 제품을 어디에 사용하고 어디에 팔지를 일일이 증명해야 한다. 일본정부가 임의대로 판단해서 수출 허가 여부를 결정할수 있게 된다.

특히 피해가 예상되는 반도체,디스플레이,공작기계, 전기차 배터리, 자동차 부품업계는 후폭풍을 가늠하기 힘들 정도다.

업계는 실질적으로 어떤 소재나 부품, 장비 등의 수입에 타격을 줄 것인지 여부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워 불안감 속에서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화학·기계·자동차부품·비금속 등 48개 주요 수입품목의 경우 지난해 기준 전체 수입액 중 일본 수입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90%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마디로 일본 부품이 없으면 우리기업들은 완제품을 만들지 못한다는 의미다.

기업들은 일본의 규제 범위와 방식에 따라 몇달 안에 공장을 세우게 되는 사태가 발생할수 있는 최악의 상황까지 우려하고 있다.

공작기계 가장 큰 '타격'…장기화 땐 완성차도 영향권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되는 분야는 공작기계다. 공작기계는 일본 의존도가 높고 전략물자로 지정된 제품들이 많아 국내 정밀 가공업체들은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특히 일본이 공작 및 정밀기계 수출을 제한할 경우 기계에 그치지 않고 자동차, 조선, 건설기계 등 중공업 전반으로 확대될 것으로 우려하기도 한다.

일본의 국내 공작기계 시장 점유율은 25% 수준이며 고정밀 가공 부문에 특화됐다.

공작기계는 국산이나 독일 제품으로 대체할 수 있지만, 가격이 문제다. 독일 공작기계는 일본산과 같은 품질 수준에도 가격은 더 비싸다. 이에 따라 국내 중소 제조업체들은 신규 기계설비 투자를 연기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업계는 일본 부품 의존도를 꾸준히 낮춰 화이트리스트 제외로 당장 타격은 없다는 입장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은 관계자는 "회원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일본에서 수입하는 부품과 소재를 대체할 수 있는 등 부정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파악했다"고 말했다.

완성차업체들은 국산화율이 95% 이상이며 일본 이외 국가에서 부품을 조달할 수 있어 단기적 대응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반도체 겹악재에 '신음'…소재·장비 교체 비용도 상당

일본의 수출 규제에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는 곳은 반도체 업계다. 이미 3대 핵심 소재 수출 규제로 한방 얻어맞은 반도체 분야에서는 원판인 웨이퍼, 반도체에 회로를 그릴 때 필요한 마스크 등의 핵심 소재까지 수출이 규제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일본의 신에쓰와 섬코가 웨이퍼 세계 시장의 57%를 차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3가지 품목 규제가 반도체를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어 사실상 화이트리스트는 신경도 못 쓰고 있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이미 규제가 시작된 3가지 품목도 처리 기간이 얼마나 될지, 수출 허가는 날지, 어느 정도 유효기간으로 허가를 내줄지가 모두 불확실해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웨이퍼와 블랭크 마스크로 일본 업체의 시장 점유율이 각각 50%, 80% 이상을 차지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경로로 화이트리스트 관련 품목을 파악 중인데 백색국가 제외로 인해 원자재와 부품의 전반적인 수급 운영에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대체가 가능하더라도 소재나 장비를 교체하는 데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국내 생산 제품을 포함한 여러 개 업체의 소재들을 테스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디스플레이, 시나리오별 대응책 강구…배터리, 중국산 품질 낮아 대체 불가능

3가지 품목 규제에 영향을 받은 디스플레이 업계도 화이트리스트 제외 대응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구체적인 영향을 전망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가정을 두고 예측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고 밝혔다.

화이트리스트 제외 이후 일본의 전략물자 리스트 외에 비전략물자도 규제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고, 어떤 기업으로부터 제품을 수입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업계 입장에서는 협력사와의 관계를 유지해 나가야 한다는 한계도 있어 국산화 등 대응책이 있어도 개별적으로 밝히기는 부담스러울 가능성도 높다.

다만 LG디스플레이는 화이트리스트 제외에 대응해 생산에 차질이 없도록 기존 거래처 물량을 최대한 확보하고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등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7월 이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대응 방안을 수립, 영향 여부 점검, 대체 거래처 발굴 등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터리 업계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LG화학·SK이노베이션·삼성SDI 등 국내 전기차 배터리 3사는 지난달 말 율촌화학·BTL첨단소재 등 국내 배터리 파우치필름 제조업체와 접촉에 나섰다. 우리나라 배터리 제조업체는 배터리를 감싸는 핵심 부품인 파우치 필름을 전량 일본업체에서 수입해왔는데 화이트리스트 규제가 닥치자 부랴부랴 생산업체 확보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업체 관계자는 "제품 테스트를 해보니 국내와 중국산은 품질이 낮아 대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전세계에서 A급 파우치를 생산하는 기업은 일본 DNP와 쇼와덴코뿐이다. 현재 국내 배터리업체들이 보유한 주요 부품 재고는 한달 치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정부가 해외에 있는 우리업체 공장으로 가는 수출길까지 막는 방식으로 부품 수출규제를 하면 배터리 생산 자체가 중단될 수도 있다.

LG화학이 최근 '구미형 일자리' 사업의 일환으로 경북 구미시에 5000억원을 투자해 양극재 공장을 신설하기로 한 것도 일본의 수출규제 확대에 대응해 국산화, 내재화를 강화한 조치로 해석할 수 있다.

삼성SDI의 경우 LG화학과 비교해 일본산 의존도가 낮은 편으로 알려져 있으나 여러 가능성에 대비해 공급처를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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