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김보름 기자] 국부펀드인 한국투자공사(KIC)가 일본 전범기업 46개사에 4634억원을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되고 있다.
KIC는 지난해 수익성 외에 환경 사회 등을 고려하는 사회적 책임 투자 원칙을 수립해 공포했지만 구두선에 그쳤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경협 의원(부천원미갑)은 8일 "KIC는 우리 대법원의 배상 판결에도 이를 거부하고 있는 미쓰비시 중공업을 포함한 일제강점기 일본 전범기업 46개사에 지난해 말 기준으로 4억1200만 달러(약 4600억원)를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김 의원이 KIC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KIC의 일본기업 주식 투자 총액은 34억3000만 달러(약 3조8600억원)로 전체 해외주식투자액 464억 달러의 7.4%였다. 일본 채권투자 총액은 69억6000만 달러(약 7조8300억원)로 전체 해외채권 투자액 483억 달러의 14.4%를 차지했다.
미쓰비시중공업 등은 대표적인 일본 전범기업으로 일제 식민지배 당시 조선인 강제동원에 앞장섰던 군수 기업이다.
KIC는 과거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일으킨 한국옥시의 본사 영국 레킷벤키저와 자동차 배출가스 조작사건을 일으킨 독일 폭스바겐에도 상당한 규모의 국부를 투자해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김 의원은 "KIC는 지난해 말 자체적으로 해외기업 투자에서 수익성과 같은 재무 요소 외에 환경·사회·지배구조 등의 요소를 고려하는 사회적 책임 투자 원칙을 수립·공포했지만 이번에 일본 전범기업에 대한 투자 내역이 확인되면서 말로만 사회적 책임투자를 외쳤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해외 국부펀드 중 노르웨이 GPFG(정부연금펀드), 네덜란드 ABP(공무원연금)는 무기제조·담배생산 기업, 국제인도주의법 위반 및 토착원주민 권리 침해 기업을 투자 배제기준으로 정하고 있어 한국의 풍산, 한화, KT&G 등에 대한 투자를 제한하고 있다.
김 의원은 “KIC는 투자대상 기업에서 중대한 환경·사회·지배구조 문제가 확인되면 의결권 행사, 주주 관여 등의 권리를 행사한다(스튜어드십코드)는 원칙을 세워 놓고는 있지만 구체성이 결여돼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KIC의 투자를 이런 식으로 문제삼은 것은 지나친 간섭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일부 누리꾼들은 “투자 기관인 KIC는 해외기업의 수익성과 안정성 보고 투자하면 되는 것”이라며 “국내 정치·외교까지 신경 쓰라고 하면 정치자금으로 변하기 쉽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이날 KIC의 일본 전범기업 투자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일본 전범기업 투자제한법'(한국투자공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일제 강점 시기 750만 명의 우리 국민이 일본과 전범기업들에 의해 강제노동에 시달렸음에도 불구하고 전범기업들은 법적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이런 마당에 국부펀드가 사회적 책임 투자의 원칙마저 제대로 세우지 못하고 투자수익에만 골몰하는 것은 후손된 입장에서 역사의 죄인이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