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코노미뉴스 윤석현기자] 일본의 수출규제에 미·중 무역갈등 악재가 잇따라 터지면서 한국의 통화가치, 금리, 주가가 주요국들 중 가장 많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지난 6월말 1154.7원에서 이날 1211원으로 56.3원 급등했다. 원화 가치가 5% 가량 하락한 것이다.
안전자산 선호로 엔화가 강세를 나타내면서 원·엔 환율도 100엔당 1072.4원에서 1142.9원으로 70.5원 뛰었다. 엔화 대비 원화 값은 6.2% 급락해 달러 대비 원화 값보다 낙폭이 컸다.
원화 가치가 급락한 것은 지난달 불거진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로 원화 약세 기대감이 고조된 가운데 미·중 무역갈등까지 다시 격화됐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의 위안화 환율이 '1달러=7위안대'를 넘어선 것이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위안화가 약세를 나타내자 위안화 동조 현상이 큰 원화도 흔들리게 됐다.
주요국의 미 달러화지수(DXY) 대비 통화가치 변화 폭을 비교했을 때 원화 절하율(-5.0%)은 아르헨티나 페소(-6.6%), 남아공 란드(-6.3%)에 이어 세 번째였다.중국 위안화는 2.5% 떨어졌다.
또 금리도 크게 떨어졌다. 한국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지난 한달동안 0.35%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선진국은 물론이고 신흥국들 사이에서도 거의 최대폭으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0.28%포인트 하락했다. 독일과 영국의 국채 10년물 금리는 각각 0.25%포인트, 0.34%포인트씩 내렸다.
신흥국 국채 10년물 금리도 전반적으로 한국보다 소폭 하락했다. 중국(-0.19%포인트)과 브라질(-0.27%포인트), 멕시코(-0.25%포인트), 러시아(-0.10%포인트) 등의 국채 10년물 금리 하락폭도 한국보다 적었다.
또 지난 한달동안 한국 주가는 주요국 가운데 가장 많이 빠졌다. 코스피지수는 2131포인트에서 1937포인트로 9.1% 하락했다.
같은 기간 미국 다우존스 40 평균지수는 2.2% 하락했다. 또 일본 닛케이 225지수는 3.6%, 독일 DAX지수는 6.0%, 영국 FTSE지수는 3.1% 내리는데 그쳤다.
신흥국 주가 변동폭도 한국보다 양호했다. 중국 상하이 종합지수가 7.1% 내렸으며 인도 센섹스 지수는 6.9% 하락했다. 인도네시아 IDX 지수와 아르헨티나 메르발 지수는 각각 2.4%, 2.0% 하락했다.
이처럼 원화가치와 주가, 금리가 모두 주요국 가운데 최악의 성적을 거둔 것은 미·중 무역분쟁 심화에 일본 수출규제까지 겹친 탓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