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의 이슈파이팅] 한국콜마 윤동한 회장. 화장품 업계에서 차별화로 성공한 인물이다. 그런데 직원들을 대상으로 유튜브를 보게 했다가 된서리를 맞고 있다. 그 내용이 황당해서다. 막말로 정부를 비판하고 여성비하 언급이 들어 있다. 급기야 콜마 제품 불매운동으로 번질 조짐이다. 그러자 사과문을 냈다. 마지못해 낸 것. 이 또한 CEO 리스크다.
한국콜마처럼 오너가 사고를 치면 수습도 곤란하다. 바로 타격을 입게 된다. 예전 같지 않아 금세 소문이 난다. SNS에도 이 회사를 비난하는 글들이 많이 눈에 띈다. 이번 사태는 윤 회장이 백번 잘못 했다. 자기 취향을 전직원에게 강요했다고 할 수 있다. 선택하도록 해도 말이 나올텐데 반강제적으로 보게 했으니 부메랑을 맞은 것.
네티즌들은 한국콜마가 제조해 납품하는 제품들에 대해 불매운동을 촉구하는 등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9일 한국콜마의 주가는 전일 대비 4.88% 내린 4만7750원에 장을 마감했다. 장중 한때 4만710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홈페이지도 접속자가 몰리면서 9일부터 10일 오전까지 접속이 되지 않고 있다. 한국콜마 관계자는 “트래픽이 급격히 몰린 것으로, 해킹 등 공격 징후는 없다”고 말했다.
한국콜마는 이날 입장문을 냈다. “위기 대응을 위해 대외적 환경과 현상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최근 인터넷상에 유포되고 있는 유튜브 영상 일부분을 인용했다”면서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영상을 보여준 취지는 일부 편향된 내용처럼 감정적으로 대응하거나 현혹돼서는 안 되고 올바른 역사 인식을 갖고 현 상황을 바라보고 기술력으로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었다”며 “여성에 대한 부적절한 사례 언급은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윤 회장은 지난 7일 월례조회에서 임직원 700여명을 대상으로 극보수 성향의 유튜브 영상을 틀어주었다. 논란을 자초했다고 할까. 해당 영상의 유튜버는 문재인 정부를 강력히 비난했다. 그는 “아베는 문재인 면상을 주먹으로 치지 않은 것만 해도 너무나 대단한 지도자”라고 말하는가 하면, “베네수엘라의 여자들은 단돈 7달러에 몸을 팔고 있고, 곧 우리나라도 그 꼴이 날 것”이라고도 했다.
그동안 윤 회장이 비난받은 일을 한 적은 없다. 오히려 독서를 많이 하고, 직원들에게도 책을 읽게 하는 CEO로 소문나 있었다. 나쁘다고 할 수 없다. 그런데 이번 일로 큰 타격을 입게 됐다. CEO라 하더라도 자신의 정치적 시각을 직원들에게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정치적 생각은 각자 다를 수밖에 없다. 개인의 선택에 맡겨야 한다.
기업에서 CEO의 위치는 굉장히 중요하다. 행동 하나에 이처럼 곤란한 지경에 처할 수도 있다. 나도 이전 회사에서 CEO 리스크를 직접 보았다. 그런 회사는 언젠가 일이 터진다. CEO들에게 경종을 울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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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오풍연/poongyeon@naver.com
약력
서울신문 논설위원,제작국장, 법조대기자,문화홍보국장
파이낸셜뉴스 논설위원
대경대 초빙교수
현재 오풍연구소 대표
저서
‘새벽 찬가’ ,‘휴넷 오풍연 이사의 행복일기’ ,‘오풍연처럼’ ,‘새벽을 여는 남자’ ,‘남자의 속마음’ ,‘천천히 걷는 자의 행복’ 등 12권의 에세이집 발간